농촌과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산업폐기물처리장, 소각장, 매립장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지역주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연재 '쓰레기와 싸우는 사람들'은 전국 각지에서 환경오염 시설과 맞서 싸우고 있는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정보 차단과 주민 배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2025년 10월, 경북 경주시의회에서 만난 이강희 의원 ⓒ 정보공개센터
천년 고도이자 발길 닿는 곳마다 문화재가 숨 쉬는 도시 경북 경주. 수학여행과 관광의 성지로 널리 알려진 이 아름다운 도시의 이면에는, 그 누구도 쉽게 믿지 못할 충격적인 타이틀이 숨겨져 있다. 바로 '기초지자체 중 산업폐기물 매립량 전국 1위'라는 불명예다.
대도시가 쾌적함을 누리며 배출한 온갖 폐기물은 인적이 드문 경주의 농촌 마을, 그중에서도 특히 안강읍을 거대한 쓰레기통으로 만들고 있다. 이 불편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들춰내는 사람이 있다. 안강읍 인근에서 평생을 살아온 이강희 경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다.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들은 2025년 10월, 경주시의회에서 홀로 이 문제와 싸워온 그를 만났다.
"경주시로서는 제가 좀 불편한 사람인데, 기초지자체 중에 산업폐기물 매립량이 전국 1위라는 것을 제가 공개하고 다니거든요. 그러니까 경주시로서는 그 수치에 대해서 둔감했을 수도 있는데, 제가 공공연하게 얘기하니까 지금은 알고 있고, 그 문제에 대해서 많이 문제 제기를 하죠."
이강희 의원은 30년 넘게 피아노 강사로 살다가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낙선했고, 그 낙선이 오히려 책임감을 불러일으켰다. 자신에게 표를 준 300여 명의 기대에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그때, 안강에서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증설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전국 의료폐기물의 20%를 태우는 마을
안강읍 두류공업지역에는 에코비트에너지경주의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자리 잡고 있다. 하루 처리 용량 96톤으로 전국 단일 소각장 중 최대 규모다. 수도권의 대형 병원들이 자체 멸균 시설을 갖추는 대신 위탁 소각을 택하면서 전국 의료폐기물의 20% 이상이 이 작은 마을로 몰려들었다. 에코비트에너지가 운영하는 소각장들을 전국적으로 합산하면 의료폐기물 소각량의 상당 부분을 이 회사 한 곳이 처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체는 2018년부터 소각 용량을 96톤에서 120톤으로 늘리려 시도했다. 그런데 현행법에 따르면 소각 허가 용량의 30%까지는 초과 운영이 가능하다. 96톤을 허가받으면 실제로 최대 120톤대까지 소각할 수 있고, 120톤으로 증설되면 법적으로 150톤 이상까지 가능해지는 셈이다. 주민들은 6년 가까이 반대했지만, 갈등 끝에 증설은 결국 승인됐다.
이 의원은 공청회가 열릴 때마다 "왜 작은 마을의 소각장이 전국의 의료폐기물을 처리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왜 수도권에 허다한 대형 병원들이 자체적인 멸균·분쇄 시설을 마련하지 않고, 굳이 경북 경주까지 폐기물을 내려보내는지도 따져봤다.
"알고 보니 소각료보다 이송료가 더 비싸요. 그 이송료 부담은 결국 환자에게 가는 거죠."
더 놀라운 사실은, 상당수의 소각 업체가 이송업체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업체들은 운송에서 나는 소득은 감춰두고, 소각장 운영으로 인한 소득만 경영 정보로 공개하고 있어요. 그것만 해도 엄청나긴 하죠."
업체가 내세우는 지역사회 공헌 활동도 뜯어봤다. 인근 중고등학교 4곳에 200만 원씩, 총 800만 원을 낸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는데, 그 사진이 홍보 자료 전체를 채우다시피 했다.
"회의 석상에서 이 얘기를 하니까 참석했던 대구지방환경청 지청장도 놀라더라고요."
800만 원이던 이 금액은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다 2025년에야 겨우 1000만 원으로 올랐다.
거대 로펌 앞 6급 공무원 한 명

▲2019년 6월 18일 대구시 수성구 생명평화나눔의집에서 환경단체와 주민단체가 모여 불법 의료폐기물 처리업체에 대한 처벌과 소각장 증설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 줄에 자리한 이강희 의원이 보인다. ⓒ 조정훈
의료폐기물 소각장만 문제가 아니었다. 안강에서 불과 6km 떨어진 검단일반산업단지에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이 가동 중이었다. 산단 내 다른 사업장들이 제대로 정착도 안 된 상태에서 이 매립장만 홀로 활발히 돌아가는 기형적 구조였다. 두류공업지역 역시 일반공업지역으로 분류돼 산업단지보다 규제를 피해 가기 쉬운 탓에, 폐기물 처리업체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었다.
검단산단 매립장 업체는 얼마 전 일반폐기물 매립장을 지정폐기물 처리시설로 전환하려 시도했다. 중금속 등 유해 물질을 포함한 더 위험한 폐기물을 30~40%까지 받겠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경영이 어렵다"는 것. 이 의원이 포털에 공개된 기업 경영 정보를 직접 뒤졌다.
"찾아보니까 매출 300억 원 가까이에 순이익이 거의 절반에 가까웠어요. 너희가 공개한 자료 아니냐고,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가 말이 되냐고 반박하니까 대표가 당황해하면서 '내가 낸 게 아니라 포털에서 낸 거다'라고 변명하더라고요. 주민들이 그 얘기 듣고 깜짝 놀라셨죠."
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서 이 폭로가 나오자 자리가 발칵 뒤집혔다. 더 위험한 폐기물을 받겠다면서도 환경영향평가 서류에는 안전·저감 시설을 추가하겠다는 내용이 단 하나도 없었다. 아무런 시설 개선 없이 더 위험한 지정폐기물을 받아 폭리를 취하겠다는 뜻이었다.
원하는 대로 허가가 나지 않자 업체는 대형 법무법인을 동원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대구 고검장 출신을 비롯한 전관 변호사들로 구성된 법무법인이었다.
"우리 경주시가 어떻게 대응했냐고요? 담당 과장은 파견을 가버렸고, 6급 팀장 한 명이 거의 혼자 맡아서 대응하느라 고생했어요."
결과는 참담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산업폐기물 매립장을 운영하면 고용 창출이 300명이 된다"는 업체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업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이 의원이 직접 인근의 비슷한 규모 매립장들을 돌아보니 직원은 20명 안팎에 불과했다. 행정심판위원들이 현장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업체 변호인단이 써준 자료를 그대로 받아쓴 것이나 다름없었다.
더 뼈아팠던 것은 주민들이 이 싸움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는 사실이다. 경주시는 업체가 대형 로펌을 끼고 행정심판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조차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주민들은 재결 발표가 나기 불과 일주일 전에야 사실을 알고 의견을 낼 기회라도 달라고 사정했지만, 재결서는 이미 다 쓰여 있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경우 주민들이 처음부터 보조참가인으로 결합하기도 한다. 경주시는 그런 절차를 안내조차 하지 않았다.
조례가 부결됐다
의회 안의 싸움도 다르지 않았다. 이 의원은 경주시의회에서 사실상 유일한 야당 의원이었다. 그가 주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발의한 '갈등유발예상사업장 사전 고지 조례'는 상임위원회에서 무기명 투표 끝에 부결됐다.
"이번 시의회에서 의원 발의 조례가 부결된 게 딱 세 건인데, 그중 두 건이 제가 낸 조례입니다."
경주시의회 회의 규칙에는 상임위원회에서 무기명 투표를 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대부분의 다른 지방의회는 조례안에 대해 기명 투표를 하는데, 경주시의회는 유독 이런 규칙을 갖고 있다. 의원들의 정치적 책임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규칙이자, 누가 어떤 이유로 어떻게 투표했는지 주민들이 알 수 없게 만드는 구조다.
경상북도는 이웃한 경상남도와 달리, 광역지자체가 조례로 조정할 수 있는 환경영향평가 강화 기준을 아직 두고 있지 않다. 관련 조례안이 도의회에 발의된 적은 있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경북에 유독 폐기물 처리시설이 많이 들어서는 배경에는 이런 제도적 공백도 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진단이다.
"경북 정치권이 사실상 한쪽 정당 일색이에요. 마음만 모으면 이 조례, 당장 통과시킬 수 있어요. 그런데 안 하는 거죠. 압박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더 많은 제도 변화 필요

▲2025년 10월 14일 경주시 안강읍 산업단지 근처에 들어선 경주시 환경통합관제센터 개소식이 열렸다. ⓒ 경주시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싸움 속에서도 변화는 만들어졌다. 이 의원의 끈질긴 5분 발언 끝에 경북 최초로 경주시에 '환경통합관제센터'가 개소했다. 악취 등 환경 민원이 발생하면 24시간 감시단과 시스템이 즉각 움직이는 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바로 어제 경주시 환경통합관제센터 개소식을 했습니다. 제가 5분 발언을 통해서 요청했는데 경주시가 응답해서 만들었어요. 주민들의 필요가 정책이 된 모범적인 사례죠."
시민들이 외부에서도 환경 데이터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대형 전광판 설치도 추진 중이다. 보수 일색의 의회에서 조례는 거듭 부결됐지만, 수십 번의 5분 발언이 결국 정책을 바꿔낸 셈이다. 다만 그는 이 성과가 아직 완성형은 아니라고 짚었다.
"정작 포털에 '경주시 환경통합관제센터'를 검색해도 전화번호가 안 나와요. 시스템은 만들어놨는데 주민들이 실제로 쓸 방법은 아직 안 갖춰진 거죠."
2022년 비례대표로 경주시의회에 입성했던 이강희 의원은 2026년 6월 3일 열린 지방선거에서 지역구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안강읍의 폐기물 시설 문제에 진심을 다했던 만큼, 주민들이 그를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대표로 뽑은 것이다. 국민의힘 절대 우위였던 경주시의회에서 이번 선거를 거치며 민주당 의석이 크게 늘었다.
"저는 제도 개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문제적인 구조를 만드는 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고 매번 반대 투쟁만 하면, 그야말로 매일 투쟁만 해야 하는 거예요. 반대 투쟁이 취미 활동도 아니고. 그래서 저는 정치가 정말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는 선거 운동 기간 중에도 지난 의회에서 부결됐던 사전 고지 조례를 반드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매립장들이 아직 여유 용량을 남겨두고 있고 신규 시설 논의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것이 지역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그는 말한다.
"법을 바꿔내고, 저를 지지해 주는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응답하면서 정치 지형과 정치인의 태도를 바꿔가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지역의 개발이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고 주민의 안전과 지역의 지속가능성이 지켜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가 이번에는 꼭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서명 캠페인 '아무리 덮어봐라 우리가 파헤치지' ⓒ 정보공개센터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난개발과 밀실 행정에 맞서 싸우고 있는 농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법과 제도를 바꾸기 위한 서명 캠페인 '아무리 덮어봐라 우리가 파헤치지'를 진행하고 있다. https://team-sigol.kr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