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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자회의 여성노동전문상담실인 '평등의전화'는 매년 상담사례를 분석, 발간하고 있다. '평등의전화' 상담 활동가들은 6월 한 달 동안 '2025년에 접수된 상담 사례'를 분석해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이번 연재는 6월 1일부터 30일까지 총 다섯 편에 걸쳐 게재되며, 상담 현장에서 포착한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성차별의 실태를 드러내고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2025년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은 219건으로 전체 상담의 14.0%로 전년 대비 2.8%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조직의 화합을 위해 '참아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부당한 행위들이 노동권과 성인지 감수성을 갖춘 여성노동자들에 의해 비로소 '괴롭힘'으로 명명되고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괴롭힘에는 폭언·폭행(42.7%)과 기타 괴롭힘(57.3%)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사례의 경우 가해자의 '거친 성격'이나 피해자의 '예민함' 등 개인적 특성을 원인으로 돌리려 하지만 본질은 명확하다. 직장 내 괴롭힘은 직장 내 지위나 관계의 우위라는 '권력'을 이용한 폭력이다. 특히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적 인식과 결합될 때, 이 권력은 성별 위계와 맞물려 더욱 교묘하게 작동한다.

가부장 문화가 만든 일터의 차별과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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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은 '지위의 우월성'에 기반한 권력 관계에서 발생하지만, '성'이라는 변수는 이러한 위계를 뒤흔들기도 한다. 나이 많은 후임 남자 직원이 선임인 여성에게 업무지시를 하는가 하면, 어린 남자 직원이 감시하고 트집을 잡고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

또 "남자였으면 OO하겠다"고 하면서 볼펜을 던진다든지, 머리를 발로 차거나, 때리는 시늉을 반복하는 사례들도 있었다. 이는 여성노동자를 동료가 아닌 언제든 물리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약자'로 위치 짓는 명백한 젠더 기반 폭력에 해당한다.

우월적 지위에서 과도한 사적 심부름을 시키거나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도 많다. 가족여행 계획, 자녀 해외배송 주문을 확인하게 하거나, 경조사 화환 주문, 개인 택배 심부름을 시켜 괴롭힌다. 건강검진 시 보호자로서 동행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주로 가사노동에 해당하는 개인 업무를 여성노동자에게 시키는 행위는 여성을 전문인력이 아닌 보조자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남초 집단에서 나이 어린 여성노동자가 지속적인 괴롭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아직도 여성들에게는 치마 입기를 강요하고 고객들 앞에서는 '아가씨'라 불리기도 한다. "키가 작다", "다리가 짧다"며 외모를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성차별적 괴롭힘은 피해자로 하여금 모멸감을 불러일으키고 행위자를 회피하게 만들어, 결국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근무환경을 악화시킨다.

일터에서 발생해서는 안 되는 성차별 행위들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뿌리 깊은 가부장 의식에서 비롯된 조직문화 때문이다. 불평등한 조직문화는 더 큰 문제점들을 야기한다.

삼중 장벽 - 법적용 제외, 2차 괴롭힘, 고용불안

현행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소규모 사업장 여성 노동자들은 폭력에 노출되어도 보호받을 수 없다. 이러한 사업장은 주로 가족 경영이나 소규모 형태가 많아 괴롭힘이 발생해도 내부 해결이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괴롭힘을 신고하려 해도 "5인 미만이라 안 된다"는 답변을 듣는 순간 피해자는 더욱 절망한다. 이는 가해자에게 '법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주어 괴롭힘을 정당화하는 악순환을 만들기도 한다.

설령 신고하였다 하더라도 부실한 조사, 미흡한 보호조치 등으로 조사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사과하고 넘어가라"거나 "이 정도 가지고 징계하기 힘들다", "'사내에서 큰일 만들지 마라"며 신고 취소를 종용하는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피해자들은 조직이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절망을 느끼고, 2차 괴롭힘과 고립이 심해지고 결국 '퇴사'라는 문 앞으로 내몰리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 사례에서는 신고, 절차, 보호조치까지 가기도 전에 '생존권'을 담보로 한 협박의 양상을 띤다. "내가 뽑았으니 자를 수 있다"고 말한다든지 행정업무를 하는 계약직 1인에게 모든 팀원의 출장 신청을 강요하며 업무를 전가한다. 파견직에게 근무 연차와 상관없이 비하 발언을 하는 등 서열 위계와 고용 위계가 결합된 형태의 괴롭힘도 나타난다.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ILO 제190조 협약 비준

2019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채택한 제190호 '일터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 협약'은 일터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괴롭힘을 명백한 '인권 침해'로 규정한다.

정부는 국제적 표준에 맞춰 ILO 제190호 협약을 비준하고, 모든 노동자가 고용 형태나 성별에 관계없이 존엄을 지키며 일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적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성차별적 괴롭힘을 개인 간의 갈등으로 치부하는 현 상황에서 ILO 제190호 협약의 조속한 비준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아울러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 금지) 적용 범위를 전 사업장으로 확대해야 한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은 사업주가 곧 가해자인 경우가 많아 이런 경우는 행정 당국의 직접 조사 기능을 강화하고 즉각적인 과태료 부과 및 피해자 보호조치를 강제해야 한다. 또한 현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조치와 교육이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불평등한 구조적 폭력 말고, 평등하고 안전한 조직문화로!

2025년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괴롭힘 사례들은 일터가 여전히 가부장적 위계에 따른 성차별적 굴레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의 성격 결함이 아닌, 조직 내 불평등한 권력구조가 낳은 구조적 폭력이다.

사업장은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1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처리 절차를 명시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즉시 사건을 조사하고 피해자가 요청하면 가해자와 업무를 분리해야 한다.

사내 소문이나 불이익 조치는 전형적인 2차 피해로, 취업규칙에 '2차 가해자 역시 강력히 징계한다'는 조항을 명시하여 사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대응에 대한 구조적인 시스템이 준비된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은 신뢰를 가지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수평적 의사소통, 공정한 업무 분장, 성인지 감수성 향상, 돌봄 지지 등 상호존중하고 평등한 문화를 조성하고 실천할 수 있다. 제도적 안전망과 안전하고 평등한 조직 문화가 결합할 때 모든 노동자가 존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상담활동가입니다. 여성노동자회는 전국 11개 지역의 평등의전화에서는 근로조건, 직장 내 성차별, 성희롱, 모성권 침해, 직장 내 괴롭힘 등 여성노동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번호(1670-1611)를 이용하면 전국 어디서 전화를 해도 가장 가까운 지역 상담실로 연결되어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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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상담실 <평등의전화> 상담사례로 살펴본 여성노동자의 현실

박미영 (kwwa)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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