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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과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산업폐기물처리장, 소각장, 매립장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지역주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연재 '쓰레기와 싸우는 사람들'은 전국 각지에서 환경오염 시설과 맞서 싸우고 있는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정보 차단과 주민 배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
석산이란 산을 발파해 건설에 쓰이는 골재, 즉 모래와 자갈, 돌을 채취하는 곳이다. 아파트 한 채를 짓는 데도 수백 톤의 골재가 들어간다. 도로, 댐, 철도도 마찬가지다. 골재는 현대 건설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이고, 그 수요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석산이 들어서면 마을은 달라진다. 발파 작업의 충격이 인근 건물 벽에 균열을 만든다. 돌가루가 날아와 빨래를 못 널고 장독을 열지 못한다. 시골길 위로 하루에 수십 대가 넘는 덤프트럭이 오간다. 골재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나온 오염수가 인근 저수지로 흘러든다. 허가를 받을 때는 '복구 계획'을 제출하지만, 산을 다 파낸 자리에 나무 몇 그루를 심어놓고 복구라 부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채석장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주민이 안으로 들어가 실태를 확인할 수도 없다.

이런 시설이 왜 유독 농촌에 집중되는가. 땅값이 싸고 인구가 적기 때문이다. 도시 인근에서는 주민 반발이 거세고 땅값도 비싸 허가를 받기 어렵다. 반면 농촌은 상대적으로 저항이 약하고 규제도 느슨하다. 거기에 한 가지 구조적 함정이 더 있다. 이미 석산 허가를 받은 지역 인근은 '기존 허가 사례'가 있다는 이유로 추가 허가가 쉬워진다. 업체들은 한 곳을 파내고 나면 바로 옆 다른 곳을 신청한다. 한번 허가가 나기 시작한 마을에 업체들이 계속 몰려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옹동면환경연대 사무실에는 옹동면을 둘러싼 석산과 폐기물처리장을 표시한 지도가 있다.
옹동면환경연대 사무실에는 옹동면을 둘러싼 석산과 폐기물처리장을 표시한 지도가 있다. ⓒ 옹동면환경연대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만든 옹동면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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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시 옹동면이 바로 그런 곳이다. 지도를 보면 이 인구 1600여 명의 작은 농촌 마을이 처한 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채석장, 토사채취 업체, 골재 채취 업체, 폐기물 처리업체가 면을 빙 둘러싸고 있다. 1997년 상두산에 첫 채석장이 들어선 이래 외곽에 하나둘 자리를 잡은 석산이 어느새 5곳이 됐다. 주민들은 그것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2021년, 한 업체가 면 소재지 바로 옆 목골 지역에 '영구골재선별장' 설치를 신청했다. 골재선별장이란 석산에서 채취한 돌을 크기별로 분류하고 파쇄·세척하여 골재를 판매하는 곳이다. 특정한 공사 기간 중에만 사용하고 철거하는 경우는 임시 골재선별장, 기간 제한 없이 계속해서 운영되는 경우는 영구 골재선별장이다. 그 위치가 옹동초등학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였다. 면사무소가 있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운동장이 있는 면 소재지 지척에 매일 덤프트럭이 오갈 처지가 된 것이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옹동면 전체를 다 석산으로 만들 수도 있겠구나." 옹동면 주민들이 전국 유일의 면 단위 환경단체 '옹동면환경연대'를 만든 것은 이러한 위기의식에서였다.

주민들은 싸웠다. 그리고 이길 수 있었던 데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2022년 7월, 새 시장이 취임한 뒤 정읍시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정읍시가 목골 선별장 사업 신청에 불허 처분을 내렸고, 소송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보조참가인으로 나섰다.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목골 영구골재선별장을 막아냈고, 상두산 채석장의 연장 신청도 불허됐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기존 채석장의 사업 연장 신청, 새로운 채석 사업 신청이 줄줄이 들어왔다. 목골과 정골 등지에 새로 들어오려는 업체들의 사업 신청이 이어졌다. 끝이 없었다.

 옹동면 상두산의 채석장을 찾은 옹동면환경연대와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들. 상두산에만 다섯 개 채석장이 몰려 있다.
옹동면 상두산의 채석장을 찾은 옹동면환경연대와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들. 상두산에만 다섯 개 채석장이 몰려 있다. ⓒ 정보공개센터

사업계획서는 '영업비밀', 설명회는 '요식행위'

각각의 사업 신청이 들어올 때마다 주민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사업계획서를 보는 것이었다. 어떤 장비가 들어오는지, 저감 대책은 무엇인지 확인해야 피해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았다. "영업비밀이라 안 됩니다."

간신히 열람을 허락받은 경우에도 복사는 안 되고 눈으로만 봐야 했다. 옹동면환경연대 엄성자 정책기획실장은 황당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저희 같은 주민들이 관련 자료를 잠깐 넘겨봐서 뭘 알겠어요? 전문가가 보면 30분이면 문제를 알 수 있겠지만, 저희는 제대로 살펴보는데 일주일이 꼬박 걸려요. 그러니까 복사를 해서 가져가야 하는데, 그걸 못 하게 막는 거예요."

주민설명회는 더 심각했다. 상두산 채석장의 연장 신청이 이루어지는 동안 피해 대상 마을 7곳의 주민 중 아무도 사업이 연장된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런데 업체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미 '주민설명회를 마쳤다'는 사진까지 올라가 있었다. 그 사진을 확대해 분석해 보니, 정작 해당 마을 주민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어디서 불러왔는지 모를 사람들이 설명회장을 채우고 있었다. 주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라고 있는 절차가, 완전히 요식행위로 굴러가고 있었다.

옹동면환경연대가 목골 선별장을 짓겠다는 업체 측의 주민설명회를 막아설 수 있었던 것도 미리 계획했던 일이 아니었다. 어느 날 한 주민이 우연히 면사무소에 들렀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채고 급히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가능했던 일이다.

"재수가 좋았어요. 너무 웃기지 않아요? 주민들이 알아야 할 중요한 일인데, 누가 알려주는 게 아니라 그냥 우연히 알게 되는 거예요."

주민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일들도, 재수가 좋아야 겨우 알 수 있다는 뜻이다.

 2022년 3월 창립한 옹동면환경연대의 활동 경과
2022년 3월 창립한 옹동면환경연대의 활동 경과 ⓒ 옹동면환경연대

주민의 자리가 없는 행정 절차

어렵사리 정보를 쥐고 반대 의견을 제출하면 다음 관문은 심의 절차였다. 채석 사업의 허가 여부는 산지관리위원회가 결정한다. 이 위원회가 현장을 직접 보고 사업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것이다. 현장 점검 결과가 사업 승인과 불허를 가르는 만큼, 주민들에게도 결정적인 자리였다. 그러나 그 자리에도 주민의 자리는 없었다.

채석장 연장 허가 신청을 심의하기 위해 산지관리위원회가 현장 점검을 나오기로 한 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일정이 당일 아침 갑자기 오전 10시로 바뀌었다. 엄 실장은 이를 예상하고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준비를 끝내놓고 있었다. 주민 20여 명을 급히 불러 모아 채석장 앞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사유지라는 이유로 출입은 통제됐다. 항의한 끝에, 엄 실장 혼자 겨우 현장 점검에 참관할 수 있게 되었다.

안에서는 업체가 위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주민들이 반대하지 않습니다." 엄 실장이 그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면 위원들은 그 말만 듣고 심의를 마쳤을 것이다. "주민들이 그동안 사업이 연장되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떻게 반대했겠느냐고 따졌죠. 제가 들어가지 않았으면 위원회에서 업체 말만 듣고 결정을 내렸겠죠. 이런 위원회에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자리가 필요한 이유예요."

악취 감시도 주민들의 몫

석산 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옹동면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가축분뇨처리장이었던 곳이 슬그머니 폐기물 재활용 처리업체로 업종을 바꿨다. 축산 가공 업체에서 나오는 동물성 잔재물, 하수처리 오니, 분뇨처리 오니 같은 폐기물을 반입해 열로 교반하여 비료로 만드는 공정이었다. 지독한 악취가 마을을 덮쳤다. 업체 위치가 옹동초등학교와 300미터 거리여서 아이들은 야외 활동을 못 하고 창문을 닫아야 했다. 도대체 어떤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길래 이렇게 악취가 나느냐고 내역 공개를 요구했지만, 정읍시에 문의하면 업체에 연락하라 하고 업체에 연락하면 다시 정읍시로 돌아가는 핑퐁 대응만 이어졌다.

 옹동면환경연대 엄성자 정책기획실장이 악취 모니터링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고 있다.
옹동면환경연대 엄성자 정책기획실장이 악취 모니터링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고 있다. ⓒ 정보공개센터

끈질긴 요구 끝에 악취 무인 포집기 3대가 설치됐다. 그런데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모든 과정을 주민이 직접 챙겨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수치를 확인하다 기준치를 초과하면 정읍시에 전화하고, 공무원이 현장에 나오면 함께 포집기를 작동시킨다. 포집된 공기는 보건환경연구원으로 보내져 분석되는데, 이 과정이 1년에 세 번 이상 확인돼야 악취관리시설물로 지정된다. 전화하고, 기다리고, 현장에 나가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 전부 주민의 몫이다. 게다가 업체는 공무원이 없는 주말이나 새벽을 틈타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이 포집을 요청해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기 일쑤다.

악취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열린 민원조정위원회도 주민들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양측이 함께 앉아 조정하는 자리인 줄 알았는데, 한 팀씩 따로 불러 진술을 받고 상대편 자료는 볼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민원을 조정한다는데, 서로 마주 보고 자료를 확인하고 논의하는 구조가 아니라, 우리가 한 번 들어가고, 상대가 한 번 들어가는 형식이에요. 상대편에서 어떤 자료를 내고 어떤 주장을 하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어요. 그게 너무 웃기지 않아요?"

 옹동면환경연대의 활동 경과에 대해 설명하는 엄성자 정책기획실장
옹동면환경연대의 활동 경과에 대해 설명하는 엄성자 정책기획실장 ⓒ 정보공개센터

주민들의 발품으로 이뤄낸 승리

겹겹이 쌓인 정보 차단과 행정의 방관 속에서도 옹동면환경연대가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의 발품이었다. 불법 외부 골재 반입을 감시하기 위해 CCTV 설치를 요구했으나 사유지라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주민들은 직접 교대로 현장을 돌며 증거 사진을 수집했다. 정보공개 청구로 받은 자료와 업체가 매달 신고하는 채석량 데이터가 서로 맞지 않는 '고무줄 통계'를 잡아냈다. 항공사진이 불법의 핵심 증거라는 것을 알고 정보공개를 청구해 어렵게 받아냈다.

엄 실장은 이것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일인지 짚었다.

"사업자가 신청을 했고 시에서 허가를 내줬으면, 그 관리 감독까지 모든 거를 시에서 봐야 되는 건데, 왜 우리한테는 자료도 하나도 주지도 않으면서 감시까지 우리가 해야 하는 거냐, 이 부분이 너무 화가 나요."

주민들의 발품과, 행정의 태도 변화로 옹동면환경연대의 투쟁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장님이 바뀌기 전과 후가 달라졌다"는 말을 유념해야 한다. 선출직의 의지에 따라 행정의 태도가 달라진다면, 다음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또다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법으로 정하지 않고, 제도로 보장되지 않는 권리는, 사람이 바뀌면 언제든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엄 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주민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미리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조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지방선거의 당선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서명 캠페인 '아무리 덮어봐라 우리가 파헤치지'
서명 캠페인 '아무리 덮어봐라 우리가 파헤치지' ⓒ 정보공개센터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난개발과 밀실행정에 맞서 싸우고 있는 농촌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법과 제도를 바꾸기 위한 서명 캠페인 '아무리 덮어봐라 우리가 파헤치지'를 진행하고 있다. https://team-sigol.kr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난개발#알권리#옹동면환경연대#석산#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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