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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보더링랩(Trans-border-ing Lab)은 국경과 종(種)을 넘은 몸들이 통제와 구금, 박탈과 추방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 주목하고, 난민과 비인간존재의 안전하지 않음이 ‘국민’과 ‘인간’인 ‘우리’의 ‘안전’을 위한 것으로 정당화되어 온 담론에 문제를 제기하며 실천적인 앎을 모색하는 것을 활동의 비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12화에 걸친 이번 연속 기고는 2025년에 기획한 '디딤돌 걸림돌 애매한 돌, 판례로 만나는 이주/난민 이슈'에서 논의된 결과물입니다. 난민/이주민이 겪는 상황들이 지금-여기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함께 질문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공항에 갇힌 사람들

2018년, 네 명의 어린이가 부모님과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판단할 필요도 없이 난민이 아니"라며 정식 심사의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공항에 갇혔다. 다섯 살 막내 그라스를 포함한 가족은 그곳에서 10개월을 갇혀 있었다.

당시 언론에서 '루렌도 가족'으로 주목받은 이들은 이 기간 동안 모든 소송에서 이겼다. 한국 땅을 밟은 후, 긴 심사 끝에 2021년 모두 난민 인정까지 받았다. 적어도 "심사해볼 필요도 없다"던 대한민국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점은 법원도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긴 시간 부당하게 갇혀 있던 이들에게는 어떠한 배상도, 사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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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내전 중인 콩고에서 온 응고마(가명)씨는 인천공항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했다. 이번에 출입국 당국이 내세운 논리는 "항공권 목적지가 한국이 아니어서 난민신청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다소 엉뚱한 논리로 신청 절차 자체를 가로막아 버린 것이다. 응고마씨는 이로 인해 14개월을 공항에 갇혔다.

그 역시 소송을 통해 국가의 위법한 행위를 확인받았다. 법원은 난민신청 접수를 거부한 출입국 당국을 향해 "난민신청 절차를 개시했어야 한다"고 판단했고(서울고등법원 2021. 4. 21. 선고 2020누45348 판결), 더 나아가 응고마씨에 대한 인권 침해가 심각하고 위급하다며 인신구제 임시조치까지 내렸다(인천지방법원 2021. 4. 12.자 2021인카1 결정).

면담을 위해 변호사와 통역자를 만난 응고마씨(왼쪽) 공익법단체 두루의 이상현 변호사와 통역자가 응고마씨와 인천공항 안에서 이야기 나누며 걷고 있다(2021년 2월 15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담을 위해 변호사와 통역자를 만난 응고마씨(왼쪽)공익법단체 두루의 이상현 변호사와 통역자가 응고마씨와 인천공항 안에서 이야기 나누며 걷고 있다(2021년 2월 15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 이한재 공익법단체 두루

다섯 살짜리 아이부터 중년 여성에 이르기까지 공항에 갇힌 이들에게는 매 순간이 생존을 위한 투쟁이었다. 매일 씻을 곳과 먹을 것을 찾아 헤매야 했고, 아픈 곳이 있어도 약이 없었으며,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공항에서 눈 붙일 곳을 찾아야 했다.

1년 2개월을 버틴 끝에 본인들이 옳았고 국가가 위법했다는 결정을 받았다. 이들은 과연 속이 시원했을까. 안타깝게도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있다. 공항에 갇혔던 네 명의 어린이는 지금도 공항 찬 바닥에서 지내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응고마씨는 지금까지도 노숙하면서 얻은 척추 질환과 탈장 증세에 고통받고 있다. 국가는 아무것도 배상하지 않았다. 위법행위가 확인되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난민, 애초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하면 그만?

세계 제2차대전을 겪은 후 인류가 가장 먼저 합의한 인권 제도가 바로 '난민 협약'이다. 그 근간은 '고국에서 박해받고 피난해온 이들을 쫓아내지 말자'는 것이다. 이를 법적으로는 '강제송환금지원칙'이라고 부른다. 현재까지도 많은 인권제도의 근간이 되는 강력한 원칙이다.

그런데 이 원칙은 꽤 강력해서, 각국 정부들의 입장에서는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그래서 다양한 국가들이 기발한 방식으로 '난민을 쫓아내버릴' 방법을 찾아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국경에서의 거부'라는 방법이다.

특정한 지역을 통째로 '국경'이라고 간주하고, 그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아직 입국하지 않고 국경 위에 있는 것이므로' 적절한 절차 없이 추방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 '국경에서의 거부'가 일어나는 곳이 다름아닌 공항이다. 인천국제공항은 한국 영토 안에 있고 한국의 주권이 미치는 곳이지만, 이곳을 '국경 위'에 있는 것처럼 취급한다.

현재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난민신청자의 75.3%(2024년 기준)는 정식 심사도 없이 공항에서 바로 추방된다. 미국, 프랑스 등에서는 유사한 결정 비율이 대략 10%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목숨을 걸고 공항에 도착한 난민들이 받아드는 이 처분의 이유는 대부분 '명백하게 난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에만 유독 '명백하게 난민일 수가 없는' 사람들이 오는 것일까?

행정소송 통계를 보면 그렇지 않다.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거부당한 난민이 제기한 소송 통계를 보면, 2020~2024년 5년간 1심 판결 105건 가운데 66건(62.8%)에서 난민 측이 승소했다. 통상 행정처분 취소소송의 원고 승소율이 10% 이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정상적으로 높다.

위법한 구금, 그러나 배상은 없다

공항에 사람을 가두어 두는 것도 구금이다. 법원은 잠긴 문 없이 공항에 방치하는 것도 사실상의 구금이라고 판단해왔다(2020인라8 등). 앞서 본 통계상 인천공항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구금 상당부분은 위법하다.

그러나 이러한 '위법한 구금'을 당한 사람들의 배상 청구는 한 번도 인용된 적이 없다. 1년 2개월간 갇혀 있었던 응고마씨의 국가배상소송도 모두 기각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6. 19. 선고 2023가단5141012 판결).

법원은 행정청의 조치가 위법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담당 공무원의 고의·과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담당 공무원에게 이런 복잡한 국제 난민법상의 원칙을 고려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법이 복잡해서 '공무원이 잘 몰랐을 법도 하다'면, 420일간 위법한 구금을 당하고 생명이 위협당해도 괜찮은 걸까? 국제인권법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지난 4월 2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응고마씨 사건에 관하여 한국 정부가 자유권규약 제7조(강제송환 금지)·제9조 제1항(자의적 구금 금지)·제10조 제1항(인도적 처우)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며 적절한 배상과 재발방지 조치를 권고했다.

그 결정을 근거로 응고마씨는 5월 4일 국가배상 소송의 재심을 청구했다. 자유권규약위원회 결정을 재심 사유로 한 국내 첫 민사 재심이다.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결정을 받기까지 6년이 걸렸다.

한 걸음 더 나아갈 때

한국의 보이지 않는 국경, 인천공항에서 일어난 25년간의 제도 변화는 시민사회의 투쟁기 그 자체이다. 인천공항 출입국은 2002부터 10여 년간 법적 근거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용역업체 등을 활용해 대상자를 관리·통제해왔다.

그 균열은 시민사회의 긴 투쟁 끝에 시작되었다. 2014년 "법률상 근거가 없는 위법한 구금"이라는 판단을 받고(2014인라4), 헌법재판소가 그곳에 갇힌 외국인에게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확인하면서(2014헌마346) 이 문제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해졌다.

이 판결로 최소한 변호사들의 공항 내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수많은 인권침해가 세상에 드러났다. 루렌도 가족과 응고마씨, 그리고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고통을 겪은 후, 2022년 8월 출입국관리법이 개정되어 국가가 운영하는 '출국대기실'이 신설되었다. 공항에 사람을 가두기 시작한 지 20년 만에, 공항에 '국가가 직접 책임지는 구금시설'이 생긴 것이다.

기꺼이 법을 어기기로 결심한 국가에 매년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과, 이들과 연대하려 한 많은 노력이 모여 한 발자국씩 바꿔온 역사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공항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갇히고, 여전히 이들의 생존은 국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2026년 1월,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출입국항 밖에 별도 거주시설인 '출국대기소'를 설치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2022년 박주민 의원의 유사 법안이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지 3년 만의 재발의다.

공항 난민 제도는 매 단계마다 누군가의 목숨 건 423일(응고마), 288일(루렌도 가족)을 비용으로 치르고 나서야 한 걸음씩 나아갔다.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공항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이미 치러진 비용은 충분하다. 우리는 다음 걸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 이한재는 공익법단체 두루의 변호사입니다.


#공항난민#출국대기실#난민심사불회부#공익법단체두루#트랜스보더링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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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단체 두루 이한재 변호사입니다. 이주 구금, 국제인권매커니즘을 두로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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