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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교실에서 학생들이 태블릿PC를 보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AI생성 이미지
한국 교실에서 학생들이 태블릿PC를 보는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다. AI생성 이미지 ⓒ 오마이뉴스

교실에서 아이들이 태블릿을 들여다보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어느새 그것이 '미래 교육'의 표준 이미지가 되었다. 그런데 그 길을 우리보다 30년 먼저 달려간 나라가, 얼마 전 브레이크를 밟았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노르웨이 정부가 초등 1~7학년, 만 6세부터 13세까지의 학생에게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스퇴르 총리는 오슬로 기자회견에서 오는 8월 새 학년부터 이 기준을 시행하며, 14~16세는 교사의 감독 아래에서만, 17세 이상에게만 적절한 사용법을 가르치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명확했다. "AI 사용은 어린이가 교육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중요한 단계를 건너뛰게 만들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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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을 'AI 규제' 한 줄로 읽으면 핵심을 놓친다. 노르웨이가 되돌린 것은 도구 하나가 아니라, 스크린과 태블릿이 종이책과 필기를 밀어낸 교육의 방향 전체였다. 정부는 AI 금지와 함께 교실 안 종이책 사용을 다시 늘리기 위한 예산 지원 법안까지 추진한다고 밝혔다. 디바이스가 차지한 자리를 다시 책과 손으로 되돌리겠다는 선언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이 결정이 '실패의 인정'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노르웨이는 1990년대부터 컴퓨터를, 2010년 이후 태블릿을 교실에 들이며 종이책과 필기 의존을 줄여 온 디지털 교육의 선두주자였다. 그 나라가 학력 저하 앞에서 스스로의 정책 방향을 '과도한 디지털화'라 규정하고, 틀렸다고 말하고, 방향을 틀었다.

2024년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금지하자 괴롭힘이 줄고 평균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노르웨이 공중보건연구원의 연구가 그 전환에 힘을 실었다. 가장 빨리 달리던 주자가, 자기 발자국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먼저 멈춰 섰다. 나는 이 '되돌아갈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이번 발표의 진짜 알맹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의 문제는 외부에서 막는다

교사로서 가장 부럽고, 동시에 가장 뼈아팠던 대목은 따로 있다. 어떤 사회적 문제의 책임 소재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노르웨이는 스마트폰도, 소셜미디어도, 생성형 AI도 학교 바깥에서 밀려드는 사회적 요인으로 인정하고, 그것을 법과 제도로 막는다. 올해 말까지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고, 2024년 스마트폰 금지 때는 교사에게 규율을 강제할 권한까지 더 부여했다. 외부 요인을 막아 교사의 부담을 덜어 주는 방향이다.

우리는 정확히 반대로 간다. 외부에서 밀려드는 문제를 매번 '교육으로 해결하라'며 학교 안으로,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긴다. 디지털 과의존이 문제면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넣으라 하고, 가짜뉴스가 문제면 또 한 차시를 끼워 넣으라 한다. 이제 AI 차례다. 사회가 법과 제도로 져야 할 짐이, 슬그머니 교사의 수업 설계 책임으로 바뀌어 있다.

학계는 '사고의 외주화'를 경고하고 있다

왜 하필 의무교육 단계에서 AI를 막아야 하는가. 핵심 위험은 학생이 사고 과정 자체를 AI에 외주(外注)하고 생략하게 된다는 데 있다.

지난해 6월 발표된 MIT 미디어랩 연구진의 보고는 서늘하다. 참가자를 LLM 사용·검색엔진 사용·도구 없음 세 집단으로 나눠 뇌파를 측정했더니, 아무 도구 없이 직접 쓴 집단의 뇌 연결망이 가장 강하고 넓었으며 LLM 집단이 가장 약했다.

연구진은 이를 '인지 부채(cognitive debt)'라 불렀다. 단기적으로는 정신적 노력을 아껴 주지만, 길게 보면 비판적 사고력 저하, 창의성과 독립적 사고의 감소, 편향과 조작에 대한 취약성을 누적시킨다는 것이다. 특히 AI에 기댄 사람은 이후 혼자 과제를 할 때 비판적 사고가 잘 작동하지 않는 수동적 태도를 보였다. 한 번 외주화에 길든 뇌는, 도구를 치워도 곧장 제 힘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물론 이 연구는 동료심사 전 단계이고 표본도 크지 않다. 그러나 방향성은 여러 인지과학 연구가 일관되게 가리키는 바다. 읽고 쓰고 셈하는 기초를 막 세워야 할 아이들에게 이 손실은 회복이 쉽지 않다.

한국은 정반대로, 더 빠르게 달린다

 교육부 건물.
교육부 건물. ⓒ 윤근혁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AI 도구와 콘텐츠를 의무교육 현장에 마구잡이로 밀어 넣고 있다. 검증보다 도입이, 효과보다 속도가 먼저다. 사실 새로운 풍경도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외국산 도구와 프로그램을 수입해 현장에 쏟아붓고, 부작용이 드러나면 또 다른 패치로 덮는 일을 우리는 수없이 반복했다. 다만 AI의 부작용은 차원이 다르다. 이건 교구를 잘못 고른 문제가 아니라, 사고하는 힘이 자라야 할 시기에 그 힘의 형성 자체를 건너뛰게 만드는 문제다.

이 흐름을 정당화하는 일부 교사들의 목소리, 내지 수업 사례도 있다. 그러나 그들 다수는 정책이 요구하는 바에 맞춰 콘텐츠를 준비하는 이해관계자의 자리에서 보조를 맞추고 있을 뿐이다. 다만 나는 이것을 개인의 잘못으로 돌릴 생각이 없다. 문제는 교사를 'AI 수업 성과의 생산자'로 호명하고 동원하는 정책 구조다.

되돌아갈 용기를 묻는다

노르웨이는 세 가지를 보여주었다. AI만이 아니라 스크린 중심 교육이라는 방향 전체를 되돌려 종이책과 필기로 회귀했고, 외부의 문제를 법과 제도로 막아 교사에게 떠넘기지 않았으며, 앞선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선언하고 되돌아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같은 세 가지다. 의무교육 단계의 AI 사용 규제 기준을 발달 단계별로 분명히 세우고, 태블릿 중심 흐름을 재검토해 기초 문해 역량에 예산을 다시 모으는 일. 외부에서 밀려드는 문제를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으로 떠넘기는 대신 사회가 법과 제도로 책임지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보급 실적 중심의 무분별한 AI 도입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방향을 되돌리는 일이다.

교육의 책무는 아이가 스스로 읽고 쓰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데 있다. 그 힘을 세워야 할 시기에 사고를 외주화하라고 부추기는 정책은, 교육이 아니라 교육의 포기다. 가장 앞서 달리던 나라가 멈춰 서서 되돌아간 이유를 무겁게 들여다봐야 한다. 잘못을 성찰하고 되돌아갈 줄 아는 것, 지금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능력이다.

#AI#태블릿#디지털교과서#교육정책#종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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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와 혐오의 논리를 넘어서 개인의 입장이 모두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현직교사로서 교사노조연맹, 부산교사노조, 중등교사노조의 일원으로서 공교육정상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사노동조합연맹 대의원 -중등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부산교사노동조합 대변인 겸 부위원장 -부산 기장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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