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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통신위원회의 TV조선 재승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2023년 2월 16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의 모습.
방송통신위원회의 TV조선 재승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2023년 2월 16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의 모습. ⓒ 연합뉴스

지난 2026년 3월 27일, 서울북부지방법원 702호 대법정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피고인석에는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양OO 국장, 차OO 과장, 윤OO 당시 심사위원장, 정OO 심사위원, 윤OO 심사위원 등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이날 재판의 핵심 쟁점은 검찰이 '점수 조작 지시와 심사결과 불복의 스모킹 건'으로 여겨왔던 한상혁 위원장의 핵심 워딩, 즉 "미치겠네", "그래서요?", "시끄러워지겠네", "욕 좀 먹겠네요"라는 '차량 안에서의 통화'를 입증하려고 검찰이 공을 들여 불러낸 한상혁 위원장의 당시 수행 비서 양OO씨였다.

검찰은 2019년부터 한 위원장을 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전 수행비서 양OO씨를 상대로 'TV 조선 승인 심사 점수 불복' 프레임을 입증하려고 신문을 계속했다. 하지만 검찰의 기대(?)와 달리 양씨로부터 나온 증언은 오히려 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검찰 조사 당시 미국 유학중이었다.검찰의 심문과정에서는 드러난 건 오히려 미국에서 학업에 열중하던 한 젊은 실무 공무원의 일상을 유령처럼 파고들어 '기억을 주입'하고 진술을 받아낸 검찰의 잔인한 수사 기법이었다.

시차 너머로 날아든 검찰의 연락... '파괴된 유학생의 일상적인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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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는 2018년부터 방통위에서 근무하다가 2022년 8월, 미국 텍사스에 있는 한 대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공무원들의 재충전을 위해 주어지는 국비 지원 유학이었다. 그가 먼 이국땅에서 미래를 준비하며 일상적인 평화를 누리고 있던 2023년 2월 어느 날, 한국의 검찰로부터 난데없는 연락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당시 시차조차 맞지 않는(한국과 14시간 시차) 미국의 새벽녘, 그의 전화기는 쉬지 않고 울려댔다. 수사 기관의 집요한 압박은 한 실무 공무원과 가족의 일상을 통째로 마비시켰다. 법정에서 당시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양씨는 "유학 중에 새벽마다 연락이 와서 일상적인 평화가 깨지긴 했다"고 담담히 회고했지만 그 행간에 숨은 공포는 법정을 무겁게 눌렀다.

검찰이 양씨를 압박한 무기는 다름 아닌 '강제 소환'이라는 위협이었다. 변호인단이 수사 과정에서의 회유와 협박 의혹을 묻자, 재판부가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직접 마이크를 잡고 양씨에게 사실관계를 재차 확인했다. 재판부의 질문에 양씨의 입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흘러나왔다.

재판부: "검찰 수사관이나 검사로부터 협조하지 않으면 소환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까?"
양○○ : "네, 통화 과정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국내로) 소환돼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1차, 2차 통화에서 두 번 정도 명확히 들은 것 같습니다."

재판부가 직접 확인하고 기록한 이 한 문장은, 검찰이 임기가 보장된 방통위원장을 찍어내기 위해 그 주위를 둘러싼 하위 실무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지 보여주는 결정적 방증이었다.

검찰이 작성하고 보낸 메일... '주입된 기억'의 실체

질문에 답변하는 한상혁 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023년 6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질문에 답변하는 한상혁 위원장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2023년 6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 공소장의 가장 극적인 대목은 한 위원장이 TV조선의 재승인 심사 점수가 잘 나왔다는 보고를 받고 차량 안에서 거칠게 짜증을 냈다는 정황이었다. 검찰은 유학 중이던 양씨가 제출한 '이메일 진술서'를 바탕으로 이 공소사실을 단단히 구축했다고 자신해 왔다.

그러나 법정에서 밝혀진 진술서의 작성 경위는 실소마저 자아내게 했다. 변호인단이 검찰 면담 보고서에는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되어 있던 양씨의 진술이, 최종 진술서에는 어떻게 그토록 정교하고 자세하게 바뀔 수 있었느냐고 묻자 양씨는 뜻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당시 상황에 대해 정확한 기억이 없다는 게 저의 일관된 생각이었습니다. 진술서에 자세히 기록된 건, 검사님이 보내주신 자료와 정보(문자, 카톡 등)를 보면서 생각나는 대로 진술한 것입니다. 진술서 문장 자체도 검사님이 보내주신 내용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진술서 수정'이었다. 양씨가 미국에서 당초 검찰에 보낸 이메일 초안을 누군가 수정해서 다시 서명하도록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변호인단이 "그 초안을 누가 수정했느냐", "핵심 진술 내용을 본인이 먼저 말했나, 검사가 먼저 말했나"라고 다그치자 양씨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숙였다.

기억이 없는 증인에게 검찰이 방대한 문자 메시지와 타인들의 진술 조각을 제시하며 "이 정황이 맞지 않느냐"고 끊임없이 설명을 토대로 기억을 주입했고, 심지어 증인이 보낸 답변서 양식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수정하여 서명만 받아 갔다는 '오염된 진술'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수백 번 들은 혼잣말"... 스모킹 건에서 부메랑이 된 워딩들

검찰이 점수 조작의 발단이자 한 위원장의 '심사 불복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스모킹 건으로 내세운 단어들 역시, 수행비서의 입을 통해 '흔하디 흔한 일상의 언어'로 환원되었다.

양씨는 2018년부터 방통위에 근무하며 수년 동안 한 위원장을 가장 가까운 조수석에서 보좌해 온 인물이다. 검찰은 차량 내부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한 위원장이 양 국장 등과 통화하며 "미치겠네", "시끄러워지겠네"라며 화를 내며 심사 결과에 대해 이른바 '불수용의사 표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씨는 고개를 저었다. "한 위원장님이 흔히 쓰는 말투라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았고, 화가 난 것 같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위원장님은 평소 신문을 보시거나 TV를 보시다가도 혼잣말로 '미치겠네'라는 말씀을 정말 많이 하십니다. 제가 보좌하는 동안에만 수백 번은 들은 것 같습니다. 만약 그날의 상황이 정말 특별하거나 화가 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면, 당시 김OO 실장님이 '결과는 어떠냐'고 물었을 때 제가 '위원장님께서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습니다'라고 답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 수행비서의 업무 특성상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는 TV가 켜져 있어 뒷좌석의 전화 통화 소리가 명확히 들리지 않는 구조라는 물리적 사실도 확인되었다. 또한 검찰이 '시민단체와의 범죄적 연결고리'로 의심했던 정책연구위원 이OO 씨와의 빈번한 흡연장 만남에 대해서도 양씨는 실소를 터뜨릴 만한 진술을 남겼다.

"당시 저도 담배를 피우지 않고 김 실장님도 피우지 않아서 이OO과 위원장님이 주로 같이 피운 것으로 압니다. 게다가 저는 천식이 있어서 담배 연기를 피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전혀 모릅니다."

젊은 비서의 증언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라는 시민단체와 한 위원장의 깊은 관계를 입증하려는 검찰의 거대한 음모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국무회의 오찬 취소 배경 역시 "한 위원장님은 평소에도 꼭 안 가도 되는 의례적인 자리에 참석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답변으로 정리되었다.

"언론 보도를 보며 깜짝 놀랐다"

양OO씨는 2023년 5월 15일, 자신이 미국에서 사실상 검찰의 주도하에 작성해 준 진술서 내용이 대한민국 언론에 'TV조선 점수 조작의 발단'이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도배되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고 고백했다. "실제 방통위 내부 분위기는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언론에 그렇게 보도되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는 것이다.

6시간에 걸친 검찰과의 면담과 메일 왕래가 결국은 자신의 기억을 교묘하게 편집하여 정권이 원하는 '거대한 각본'의 부속품으로 쓰였다는 사실을, 이 실무 공무원은 타국에서 뉴스를 보며 비로소 깨달았던 것이다.

당시 함께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양OO 국장 변호인은 증인석의 양씨를 향해 안타까운 질문을 던졌다.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검찰 조서에는 그렇게 적혀 있냐며, "혹시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진술하여 외부 요인에 의해 기억이 오염된 것 아니냐"는 물음은 법정 안의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독립 기구의 수장을 몰아내기 위해 유학 중인 전도양양한 젊은 공무원의 일상마저 인질로 잡았던 가혹한 검찰 권력의 칼 춤. 그러나 그들이 벼려왔던 칼날은 이제 법정의 투명한 조명 아래서 검찰의 공소장을 정면으로 겨누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3편에서는 함께 심사에 참여한 동료 심사위원들을 상대로 한 검찰의 집요한 진술 압박을 자세히 전할 예정이다.

(계속)

#TV조선재승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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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사건 재판 방청기

1990년 KBS 기자로 입사해 탐사보도팀장, 보도본부장,KBS 비즈니스 대표이사를 거쳐 2021년 12월 임기 3년의 KBS 사장으로 취임했지만 2023년 9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해임당했다.기나긴 법정투쟁끝에 2025년 8월 최종 '해임 무효'소송 승소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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