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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정답은 뭘까요?"

강의 중간, 강사가 조별 점수를 매기기 위한 퀴즈를 냈다. 평소 같으면 책상 위에 자연스럽게 놓인 스마트폰부터 찾았을 것이다. 그럴 수 없었다. 회사 교육 기간 동안 스마트폰 사용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검색하는 대신 머리를 쥐어 짜며 조원들의 얼굴을 바라봤다.

회사에서 2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3일 동안의 교육에 다녀왔다. 회사에 입사해 받은 두 번째 교육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보는 프로그램인데, 핵심은 '디지털 디톡스'다. 원래는 입소할 때 스마트폰을 제출하고 퇴소할 때 돌려받는 방식이었다. 다만 올해부터 규정이 조금 완화돼 객실 안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나는 교육 시작 전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에 교육 일정을 미리 공지하고, 교육의 취지에 맞게 전원을 꺼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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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스마트폰은 선택이 아니라 일상 그 자체다. 2009년 스마트폰 세계에 입문한 뒤, 한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직장인에게 스마트폰은 사실상 생존 도구다. "왜 카톡을 빨리 확인하지 않느냐", "전화를 왜 늦게 받느냐", "메일 봤느냐"는 말은 너무도 익숙하다.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 덕분에 일 처리는 빨라졌지만, 그만큼 피로와 긴장은 늘어나고, 실시간으로 반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커졌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교육은, 내게 단순한 연수 이상의 의미를 준다. 2년 전 교육 때 스마트폰 없이 3박 4일을 보낸 경험이 있기에 더 기대가 컸다. 스마트폰의 지배에서 벗어난 채 며칠을 보내면 몸과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첫 교육 때는 전화기를 켜자마자 쏟아진 메일과 전화, 메시지 등에 당황한 경험을 했기에 사전 준비를 철저히 마치고 이번 교육에 참석했다.

스마트폰 없는 시간들

 현대인들에게 가끔은 디지털디톡스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현대인들에게 가끔은 디지털디톡스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 AI 생성 이미지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쉬는 시간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며 흘려보냈을 시간에, 누군가는 책을 읽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보드게임을 하거나 운동을 했다. 어떤 이들은 야외 벤치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테이블에 앉아 나무와 하늘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가 저마다의 시간을 여유롭게 누리고 있었다.

식사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식당에 가면 혼자 스마트폰을 보며 밥을 먹거나, 동료나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각자의 화면만 들여다보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없으니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모두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즐겁게 웃었다. 모두가 오롯이 게임에만 집중했고, 그 순간을 즐겼다.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오랜만에 만끽한 해방감이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몇 초, 신호등 앞에 멈춰 선 순간,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뛸 때도,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까지도 스마트폰 화면으로 채운다. 멍하니 생각에 잠기거나, 주변을 둘러보거나, 그냥 가만히 있는 시간은 점점 사라졌다. 뇌는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이느라 쉴 틈이 없다.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의 스마트폰 과의존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도 오래다. 출퇴근길은 물론이고 잠들기 직전까지 화면을 바라본다. 숏폼 영상과 SNS는 우리의 집중력을 잘게 쪼개고, 끊임없는 알림은 생각의 흐름을 중간중간 끊어 놓는다. 편리한 도구였던 스마트폰이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의 주의력과 감정, 심지어 일상의 리듬까지 지배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언론에 보도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성인 4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의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2주간 차단한 결과 참가자들의 지속적 주의력이 유의미하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기간 동안 체감한 변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사라지자 생긴 것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었다. 오히려 화면에 빼앗겼던 시간과 주의력과 집중력, 대화와 사색의 시간이 조금씩 돌아오는 기분을 느꼈다.

외면할 수는 없지만, 거리를 둘 수는 있다

 교육 기간 동안 아침마다 산책을 했습니다
교육 기간 동안 아침마다 산책을 했습니다 ⓒ 장한이

얼마 전 친구들과 "1990년대가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그때는 무엇을 하든 오롯이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약속을 정하면 그 친구를 만나는 시간에만 마음을 쏟았다. 약속 장소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이나 풍경을 바라봤다. 지금처럼 대화 도중에 알림이 울리고, 상대를 앞에 두고 전화를 받고, 누군가의 메시지에 즉각 반응해야 한다는 압박이 없었다.

잠깐의 교육으로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 시절에는 당연했던 오롯한 집중과 방해 받지 않는 시간을 잠시나마 다시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검색보다 기억을 먼저 떠올리고, 화면보다 사람의 표정을 관찰하고, 온라인에 남기는 기록보다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었다.

다시 스마트폰을 손에 쥔 일상으로 돌아왔다. 냉정하게 말해 회사의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면, 현대인은 주말이나 휴가 동안 스스로 스마트폰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기란 쉽지 않다. 직장인에게 스마트폰은 업무와 관계, 생활을 유지하는 필수 도구다. 스마트폰 없는 삶으로 돌아가자는 말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종일 스마트폰과 연결된 상태를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스마트폰을 버릴 수 없다면, 적어도 인터넷과 알림으로부터 잠시 떨어지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스마트폰을 가방 깊숙이 넣어두고, 검색 대신 생각하고, 화면 대신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고, 끊임없는 알림 대신 고요한 사색에 뇌를 맡겨보면 어떨까.

문명의 이기를 거부할 수는 없으니, 외면할 수 없는 스마트폰을 더 잘 쓰기 위해서라도 때때로 스마트폰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잠시 접속을 끊는 일은 세상과 단절되는 일이 아니라, 주의력과 감정의 주도권을 다시 내 손에 맡기는 일에 가까울 것이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는 순간 사라지는 것은 편리함의 일부지만, 그 자리를 채워주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놓쳐왔던 집중력과 대화, 여유,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만끽할 수 있는 감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카카오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디지털디톡스#힐링#스마트폰거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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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이 (hani1977) 내방

세상의 모든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직장인,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아빠, 매 순간을 글로 즐기는 기록자. 글 속에 나를 담아 내면을 가꾸는 어쩌다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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