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지난 4월 27일 개혁신당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가 부산 금정구 구서나들목 인근에서 유세 도중 승용차에서 뿌린 음료수를 피하다 머리를 부딪혔다며 공개한 사진 ⓒ 개혁신당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사건 하나. 2026년 4월 27일, 부산광역시 금정구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중 지나가던 차량 운전자가 던진 음료수에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가 맞았다. 정 전 후보는 현장에서 쓰러졌고, 캠프는 그가 병원으로 옮겨져 뇌진탕과 근좌상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정 전 후보는 목 보호대를 한 채 선거운동에 복귀했다.
그러나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경찰이 이 사건을 자작극으로 보고 수사에 들어갔다. MBC는 피해를 주장한 정 전 후보와 음료를 던진 운전자가 사건 이전에 통화한 기록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두 사람을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그는 이미 온라인으로 탈당계를 제출한 상황이었고, 모든 SNS 게시물을 내린 채 언론의 연락은 물론 당의 연락도 받지 않고 있다.
사건 둘.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자 대한물리치료사협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윤소하 전 정의당 의원의 국회의원실로 협박 소포가 도착한 것은 2019년 7월 1일이었다. 소포 안에는 커터칼과 죽은 새, 협박 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윤 의원을 향해 "민주당 2중대 앞잡이"라고 비난하는 내용과 "너는 우리 사정권에 있다"라는 협박성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발신자명은 '태극기 자결단'이었다.
누가 봐도 극우 세력의 협박처럼 보이도록 꾸며진 소포였다. '태극기'라는 이름, 정의당을 향한 '민주당 2중대' 비난, 흉기와 동물 사체까지. 당시 정치적 맥락에서 이 사건은 자연스럽게 '극우 테러'로 읽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지목한 피의자는 극우 인사가 아니었다. 서울대학생진보연합 운영위원장이었던 류선민씨였다. 류씨는 본인의 범행이 아니라고 재판 내내 주장했지만, 2026년 6월 11일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두 사건은 다르지만 같다. 하나는 아직 수사 중인 의혹이고, 하나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범죄이다. 동시에 둘 다 '정치 테러'라는 가장 위험한 소재를 정치적 이득과 연결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한쪽은 정치 테러 피해를 가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다른 한쪽은 실제 협박 소포를 보내놓고 극우 세력의 소행처럼 보이게 꾸민 범죄로 확정됐다.
더 중요한 차이는 그다음이다. 어쩌면, 진보의 한 갈래 분파가 보수보다 타락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명징한 근거일지 모른다.
1심 무죄는 조작의 증거가 아니다

▲윤소하 의원 협박 혐의 류모씨 영장실질심사정의당 윤소하 의원을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대학생진보연합 류모 운영위원장이 2019년 7월 3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권우성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류씨의 사건을 두고 '1심이 무죄였다'라는 사실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것은 그가 '무고'하기 때문이 아니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였다. '조작 수사'나 '공안세력의 시나리오'가 입증됐다는 뜻이 아니다.
수사기관이 택시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모사전송 방식으로 영장 사본만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지적됐고, 이 때문에 1심은 이 위치정보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집된 2차 증거들 역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오히려 1심에서부터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여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수사기관이 애초부터 피고인을 범인으로 단정하고 CCTV 영상을 짜맞췄다고 주장했다. 소포 발송 편의점을 특정하는 과정도 위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의 제출받거나 재촬영한 CCTV 영상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공소권 남용이라고 볼 수 없고, 소포 발송 편의점을 특정하는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CCTV 영상도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지 않고 사본으로서의 증거능력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니까 1심 무죄를 근거로 상급심의 판단을 부정하는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전형적인 왜곡이다.
2심과 대법원은 왜 유죄를 인정했나
항소심이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2심은 해당 위법을 이유로 위치정보와 이후 수집된 증거들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적법절차와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려는 형사소송의 취지에 반한다고 봤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를 일반적인 협박죄와 똑같이 볼 수 없다고 봤다. 수사도 긴박했다. 소포가 의원실에서 뒤늦게 개봉되면서 범행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수사가 시작됐고, CCTV 보존기간이 도과될 위험도 있었다. 수사기관은 약 50명의 경찰공무원을 동원해 CCTV 영상 등을 이용한 도주로 추적 수사를 벌였다.
2심은 CCTV 영상의 증명력도 인정했다. 편의점 CCTV에는 밝은 색 모자와 흰 마스크, 흰색 체크무늬 셔츠와 검은 바지를 착용한 남성이 2019년 6월 23일 밤 무인택배기로 택배를 발송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후 이 남성이 도보와 버스를 이용해 이동한 경로도 여러 CCTV와 교통자료로 이어졌다. 피고인 측은 영상 속 인물이 불분명하다고 주장했지만, 2심은 대부분의 영상에서 인상착의가 식별될 정도로 드러난다고 판단했다.
증거능력이 인정되면서 범죄사실도 자연스럽게 인정됐다. 피고인이 정의당 국회의원 사무실 앞으로 해악을 고지하는 손편지, 부패된 조류 사체, 커터칼이 담긴 택배를 발송했고, 결국 피해자에게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처럼 해악을 고지했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이 판단을 뒤집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거나, 위법수집증거·2차 증거의 증거능력·영상파일의 원본 동일성과 무결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그리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제 이 사건은 더 이상 '의혹'이 아니다. 확정판결이 난 명백한 '범죄'다.
사과 대신 음모론을 택한 사람들
하지만 대진연은 19일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극우 세력의 소행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협박 소포를 보내놓고 윤소하 전 의원에게도, 정의당에게도, 시민사회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대신 들고 나온 것은 다시 음모론이었다. 다른세상을향한연대 실행위원 전지윤씨는 "대진연 악마화와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부대변인 출신으로 통일운동을 오래해 온 황선씨는 이 사건 대법 유죄 판결 시점, 대진연 관련 재판 일정, 잠실 극우 집회, 2030 극우화 여론, 투표용지 부족 사태까지 한데 묶어 "6.3 지방선거 판을 난장판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자들의 매우 치밀한 세팅이었다고 믿을 수밖에 없다"라고 '물타기'를 시도했다.
황씨는 다른 글에서도 이 사건을 "진보진영의 연대를 아예 파탄내기 위해 꾸민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극단적 작전", "치졸한 시나리오", "조희대 법원", "공안세력과 법비"라는 표현도 동원했다.
민족해방운동(NL) 진영에 소속된 활동가들은 "이제 '범행 부인도 유죄 근거'라며 조희대 대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렸다"라든가 "진보진영의 연대를 아예 파탄내기 위해 꾸민 사건"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범행 부인은 양형 이유에 참작될 뿐, 유무죄를 따지는 근거가 아니다. '조작'된 사건이라면 조작을 입증할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구태 NL 활동가의 도덕적 파탄뿐이었다.
보수 개혁신당보다도 못한 어떤 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 남소연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의 '음료 테러' 자작극 의혹은 아직 수사 중이다. 최종 판단은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져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이미 참담하다. 만약 의혹이 사실이라면, 선거 과정에서 정치 테러 피해자 이미지를 조작해 유권자의 판단을 흔든 일이다.
당연히 개혁신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후보를 공천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부터 개혁신당은 정 전 후보가 '정치 테러 피해자'라며 적극적으로 그를 두둔하고 선거 캠페인에 활용했다. 특히나, 보도를 통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직후 당의 공식 대응은 '피해 당사자'라는 점만 부각하며 당원과 지지층 달래기에만 매진하는 모습이었다. 보수 혁신과 개혁을 외치는 공당으로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신당은 뒤늦게나마 사과했다. 이준석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참담한 심정을 금하기 어렵다"라며 "개혁신당 공천 후보였기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라며 사과했다. 그는 당 자체 진상조사단 가동과 민형사상 책임 추궁도 예고했다.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천하람 원내대표도 사과했다. 그는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과 부산 시민,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죄송하다며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늦었고 부족하다. 정치적 손절의 언어일 수도 있다. 그래도 최소한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피해자"라는 말 뒤에만 숨지 않았고, 비판이 제기되자 책임을 인정했다.
반면 대진연과 그 주변은 어땠나? 대법원에서 확정된 범죄인데도 사과도 반성도 없다. '보수'보다 못한 진보. 그것이 낡은 NL의 현 주소이다. 그들은 좀처럼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세계를 늘 '우리 편'과 '적'으로 나눈다. 자신들이 가해자가 됐을 가능성은 철저히 무시하고, 자기 진영의 오류를 직시하는 일은 배신처럼 취급한다.
정치적 신념이 때로는 틀릴 수 있다. 사회적 운동이 실패할 수도 있다. 어떤 조직이든 잘못된 사람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그 조직과 진영의 수준을 결정한다. 책임, 사과, 자기반성 같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언어조차 끝내 말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이 진보일 리 없다. 진보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