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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인물들의 심리를 탐구해 봅니다. 그때 그 장면 궁금했던 인물들의 심리를 펼쳐보면, 어느새 우리 자신의 마음도 더 잘 보이게 될 것입니다.
"내가 언제 도와달라고 했어요? 나 도와달라고 한 적 없어요. 그러니까 그쪽 갈 길 가시고 선 넘지 마세요."

ENA 드라마 <닥터 섬보이> 2회. 주인공 지의(이재욱)는 바다를 무서워하는 자신을 도와주려 하는 하리(신예은)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실 살면서 나도 이런 말을 내뱉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원치 않을 때 받는 도움은 '선 넘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닥터 섬보이>의 '선 넘는 여자' (2회의 제목) 하리를 보면서 '원치 않을 때 받는 도움'도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왜 하리가 건네는 '원치 않는 도움'이 '선 넘기'가 아닌 '진짜 도움'으로 느껴질까. <닥터 섬보이>의 하리를 통해 '좋은 선 넘기'의 조건을 탐구해 본다.

'선 넘는 여자' 하리

 하리는 도움을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하리는 도움을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 ENA

대학병원서 일하다 작은 섬인 편동도 보건지소에 자원해서 온 간호사 하리. 하리는 간호사로서 능력도 있는 데다 할머니 미자(길혜연)와 지내며 이 섬에서 자란 덕에 주민들과의 친분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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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하리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보면 일단 나서야 하는 성격이다. 이 섬에 공보의로 온 지의가 배에 오르지 못하고 불안해 하는 모습을 봤을 때도 먼저 다가가 헤드셋을 씌워 주며 불안을 낮춰주는 음악을 들려준다. 이에 지의는 들키지 말아야 할 것을 들켰다는 듯 화를 내지만 결국 하리에게 마음을 연다.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선 넘는' 도움을 주는데 거리낌이 없다. 3회 당뇨가 있는 암 환자 정배(박완규)가 치료를 거부할 때도 머뭇대던 지의와 달리 하리는 성큼 대문을 넘어 들어간다. 그리고는 "살아 있는 걸 미안해 하지 말라"고 하며 정배에게 살고자 하는 동기를 불어넣어 준다. 정배는 하리의 말에 마음을 바꾸고 치료받는다. 마을 이장 춘식(우현)이 보험금 문제로 지의를 괴롭혔을 때는 휴가까지 쓰고 도시의 병원에 가 자초지종을 알아보기도 한다.

적당한 선을 지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 온 내게 이런 하리의 도움은 과해 보였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하리의 도움에 사람들은 '고마움'을 느낀다. 실질적으로도 상대에게 도움이 되거나 관계 개선을 끌어낸다. 사람들과 적절한 거리를 두며 지내던 지의는 하리의 영향을 받고 먼저 하리의 할머니 미자에게 도움의 손을 내민다(6회).

공감에 기반해 타인을 지향하는 마음

 하리는 지의가 배에 올라서길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는 헤드셋을 씌워준다.
하리는 지의가 배에 올라서길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는 헤드셋을 씌워준다. ⓒ ENA

하리의 '선 넘는' 도움은 왜 불쾌하지 않고,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마음의 방향'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리가 도움을 줄 때 그 마음은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향한다.

사실, 남을 도울 때조차 우리의 마음은 '자기 자신'을 향하는 경우가 많다. 3회 지의가 장수(김기천)가 심근경색 수술을 한 것을 뒤늦게 알고 집까지 달려가 처방을 수정했을 때 지의는 이렇게 말한다.

"근데 저요, 그 환자 쫓아가면서 환자 걱정 안 했어요. 내 걱정만 했어요. 약 잘못 쓴 거 알면 민원 받고, 징계받고 그러다가 정말 섬에 갇혀버릴 수도 있으니까. 나는 날 구하려고 쫓아간 거예요."

지의의 이런 마음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속마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리는 달랐다. 하리의 돕고자 하는 마음은 자신의 경험에 비춘 '공감'에서 시작하지만 그 방향은 온전히 타인을 향하고 있다. 하리가 정배를 위해 대문의 문턱을 넘을 때, 춘식의 보험금 문제를 해결하려 나설 때 하리의 마음엔 '내가 어떻게 보일까', '좋은 간호사로 기억되고 싶다'처럼 '자신을 구하고자'하는 마음은 없었다. 상대방의 시선으로 그의 감정에 머무르면서 무엇이 필요한지 살필 뿐이다.

진정한 공감에 기반해 타인의 입장을 들여다보면, 상대방의 마음이 궁금해진다. 이때의 호기심은 '나의 궁금증'을 채우고자 하는 욕구가 아니라, 상대의 감정과 행동의 이유를 알고 적절한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런 호기심을 가지고 상대를 들여다보게 되면 '진짜 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하리가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던 건 타인을 향한 공감과 호기심으로 그들의 '진짜 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하리는 극도로 치료를 거부하는 정배의 분노가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에서 비롯됐음을 알아차렸기에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마을의 주정꾼 장수가 계속해서 지의를 괴롭히며 힘들게 할 때에도 하리는 이렇게 말한다.

"이장수 환자 창피해서 그런 것 같아요. 몇 년째 이장 선거도 떨어지고 편동도에서 제일 좋은 타이틀이 술 제일 잘 마시는 거였는데 그것도 뺏긴 거잖아요." (2회)

장수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하리의 조언 덕에 지의는 장수와의 갈등을 잘 견뎌낼 수 있었다. 결국 공감에 기반해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차릴 때, 그러니까 '진정으로' 타인을 향한 마음일 때 '선 넘는 도움'은 '필요한 도움'이 될 수 있다.

평가하려 들지 않을 때

 단순히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선 넘기로 인해 하리는 고통스러워한다.
단순히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는 선 넘기로 인해 하리는 고통스러워한다. ⓒ ENA

또 한 가지의 전제는 바로 '평가하지 않는 마음'이다. 수많은 평가에 둘러싸여 살아온 우리는 다른 사람을 생각할 때 쉽게 '평가'의 잣대를 들이민다.

지의가 배를 못 타는 것에 대해서도 '섬에 온 공보의가 저래도 되나?'라고 판단하기 쉽고 정배처럼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를 보고는 '한심하다'고 여길 수 있다. 춘식의 딴지 거는 모습에는 '사람이 참 유치하다'고 비난하고 싶어지고, 장수의 시비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라며 답답해할 만도 하다.

하지만 하리는 이런 모습들을 평가하지 않는다.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저런 행동을 하겠지'라고 전제하고, 상대방 마음의 이유를 생각해 보려 애쓴다. 아마도 이런 '평가하지 않는 태도' 덕에 하리는 이들에게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에 타인을 향하는 '좋은 선 넘기'가 가능했을 것이다.

반면, 드라마에는 이 두 가지가 지켜지지 않는 '선 넘기'도 나온다. 바로 하리와 함께 일했던 예전 병원의 동료들이다. 이 병원의 동료들은 같은 병원의 의사 3명과 사귄 하리를 '의사킬러'라 비난한다. 배에서 사고가 나 지의와 함께 하리가 병원에 나타나자, 과한 관심을 보이며 수군거린다(5회). 그러면서 의사들에게 하리를 조심하라며 마치 공동체를 위한 듯 이상한 소문을 낸다.

이들의 '선 넘기'는 순전히 자기 자신을 향해 있다. 그저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고, 타인을 함부로 평가할 뿐이다. 이런 선넘기는 상대에겐 크나큰 상처가 된다. 밝고 당당한 하리조차 소문의 현장에 다녀온 후엔 "무서웠다"(5회)라고 말할 정도다. 호기심을 채우고자 하는 이들과 이에 동조하는 공동체의 품위 모두를 깎아내릴 뿐이다.

"여기 섬에 계신 분들도 가까이 보면 이렇게 예쁘거든요." (3회)

하리는 주민들과의 관계를 힘들어하는 지의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현실에서도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서로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건 '가까이 보는 방법'이다. 나의 호기심을 채우고자 하는 마음이 아닌, 타인을 지향하는 마음 그러니까 공감에 기반해 상대방 마음의 이유를 알고자 할 때, 그리고 타인에게 평가의 잣대를 들이밀지 않을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가까워질 수 있다.

이렇게 가까워지면, 우리 각자의 심리적 경계는 유연해질 수 있다. 스스로 먼저 선을 넘어 편안하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때로는 속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의 '선 넘기'를 받아주기도 하면서 함께 살아갈 때 우리의 일상이 좀 더 말랑말랑해지지 않을까. 하리의 선 넘기에 편동도 사람들의 관계가 말랑해진 것처럼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송주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닥터섬보이#선넘기#심리#경계#신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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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송주연의 드라마 인물 탐구생활

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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