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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돌봄의 위기 앞에서 던지는 근원적인 질문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인 '돌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통합돌봄 정책을 확대하며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의료·복지·주거 서비스를 연결하는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 마포구에서 활동하는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이하 울림두레돌봄사협)은 이 숙제 앞에서 조금 다른, 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최전선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이들, 즉 요양보호사나 활동가들의 돌봄은 누가 책임질까요?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 역시 돌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의 통합돌봄 서비스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의 통합돌봄 서비스 ⓒ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

이 질문은 돌봄의 대상을 넘어 돌봄의 주체와 그 지속가능성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와 더불어, 지역사회 안에서 누가 돌봄을 담당하고,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을 것인가를 묻는 것입니다. 실제로 돌봄 현장에서 일하는 활동가들 역시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주민입니다. 누군가는 청년 1인 가구이고, 누군가는 부모를 돌보는 가족이며,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꾸려가기 위해 일과 돌봄을 동시에 감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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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두레돌봄사협은 이러한 삶을 지탱하는 힘을 '살림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밥을 짓고, 집을 정리하고, 병원에 동행하고, 반려동물을 돌보고, 이웃의 안부를 묻는 일. 우리는 흔히 사소한 일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울림두레돌봄사협은 이 모든 것을 공동체를 지탱하는 무형의 힘이자 관계망의 근간으로 재정의합니다.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은 돌봄을 특정 전문가만의 역할로 보지 않습니다. 누구나 돌봄을 받을 수 있고, 누구나 돌봄을 제공할 수 있으며, 서로를 돌보는 힘을 가진 시민이 많아질수록 지역사회는 더 건강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돌봄시민'은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서비스 중심을 넘어, 돌봄시민을 키우는 사회적협동조합

 함께 만드는 돌봄, 울림두레 돌봄시민들
함께 만드는 돌봄, 울림두레 돌봄시민들 ⓒ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은 2019년 지역주민과 돌봄종사자들이 함께 설립한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장기요양, 어린이 돌봄, 가사서비스, 긴급돌봄, 돌봄SOS 등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필요한 돌봄의 빈틈을 메워왔습니다. 하지만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을 단순한 돌봄 제공기관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서비스의 양을 늘리는 것만이 아니라 '돌봄하는 사람'을 늘리는 일입니다.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들은 돌봄시민을 "나를 돌보는 힘을 바탕으로 이웃과 연결되고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먼저 자신의 삶을 돌보고, 주변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고, 필요한 순간 기꺼이 손을 내미는 사람. 그런 시민이 많아질수록 돌봄은 복지서비스를 넘어 지역사회의 문화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이 영리 기업이나 일반 복지 기관이 아닌 '사회적협동조합'의 길을 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복지서비스가 제공자와 이용자를 구분하는 구조라면,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은 누구나 돌봄을 받는 동시에 돌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오늘은 도움을 받는 사람이 내일은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돌봄 활동가 역시 지역사회 안에서는 돌봄이 필요한 주민일 수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이윤보다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우선순위를 두는 협동조합의 정신은, 돌봄을 '주는 자'와 '받는 자'의 관계가 아닌, '서로 돌보는' 주체적 시민들의 연결망으로 확장하는 강력한 토대가 됩니다. 울림두레돌봄사협은 이러한 상호성과 참여를 돌봄의 중요한 가치로 바라봅니다.


마포돌봄캠퍼스, 돌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학교

 마포돌봄캠퍼스 돌봄리스타트 과정
마포돌봄캠퍼스 돌봄리스타트 과정 ⓒ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마포돌봄캠퍼스 돌봄리스타트 과정
마포돌봄캠퍼스 돌봄리스타트 과정 ⓒ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이러한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업이 바로 올해 추진 중인 '마포돌봄캠퍼스'입니다.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은 현재 '에이징 인 커뮤니티(Aging in Community)를 위한 마포돌봄커먼즈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역사회 안에서 돌봄 관계망을 회복하고, 지역에서 함께 일하는 돌봄활동가를 양성하며, 지속가능한 돌봄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포돌봄캠퍼스 반려동물통합돌봄과정 교육 현장
마포돌봄캠퍼스 반려동물통합돌봄과정 교육 현장 ⓒ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마포돌봄캠퍼스는 돌봄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실험실'이자 '학교'입니다. 그 중심에는 돌봄 현장 경험이 있는 활동가와 예비 활동가를 위한 '리스타트 과정'이 있습니다. 노인 단기돌봄, 홈케어, 반려동물 돌봄, 발달장애인 길동무, 커뮤니티 밥상 운영 등 실제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다양한 돌봄 기술을 교육하며, 교육 이후에는 인턴십과 실천단 활동을 통해 현장 경험까지 이어집니다. 단순한 기술 습득에 그치지 않고, 활동가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지속적으로 역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문성과 활동 기반을 함께 키워가는 과정입니다.

마포돌봄캠퍼스는 이처럼 돌봄은 전문가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지역사회에 보여주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개별 서비스의 한계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돌봄 역량을 내재화하고 확장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돌봄을 지역의 공동자산, '돌봄커먼즈'로 만드는 실험

 마포돌봄캠퍼스와 돌봄커먼즈의 연결 구조
마포돌봄캠퍼스와 돌봄커먼즈의 연결 구조 ⓒ 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제작(AI 활용)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이 궁극적으로 그리는 그림은 개별 서비스의 파편화된 제공을 넘어 지역 전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돌봄생태계'입니다. 실제로 돌봄이 필요한 주민의 삶은 하나의 서비스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의료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고, 식사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정서적 관계망이나 주거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통합돌봄의 핵심은 서비스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을 중심에 두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병원 진료보다 집안 정리가 더 시급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식사 지원보다 관계 회복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밥상으로 배우는 지역 돌봄의 가치
커뮤니티밥상으로 배우는 지역 돌봄의 가치 ⓒ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커뮤니티밥상기획과정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은 이러한 삶의 복합적인 필요를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 복지기관, 사회적경제 조직, 돌봄 활동가, 주민들이 각각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촘촘한 네트워크 안에서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합니다. 마포돌봄캠퍼스 역시 이러한 생태계 구축의 일환으로, 돌봄 활동가 양성, 돌봄시민 발굴, 그리고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돌봄 자원을 연결하는 과정을 통해 지역의 통합돌봄 역량을 높이고 있습니다.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은 이를 '돌봄커먼즈' 라고 부릅니다. 공원이나 도서관처럼 특정 기관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돌봄 경험·기술·관계를 함께 만들고 함께 활용하는 공동자산이라는 의미입니다. 누군가의 병원 동행 경험, 주민들의 생활기술, 활동가들의 현장 노하우, 지역기관의 전문성이 축적되고 공유될 때 돌봄은 개인의 부담이 아니라 지역의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 돌봄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 주민 참여를 통한 돌봄의 공동 생산을 이끌어내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합니다. 울림두레돌봄사협은 돌봄을 제공하는 조직을 넘어 지역의 돌봄생태계를 설계하고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돌봄하는 마포, 미래를 향한 희망의 울림

울림두레돌봄사협이 만들고 있는 것은 단순한 돌봄서비스가 아닙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필요한 순간 손을 내밀며, 함께 살아갈 방법을 배우는 시민들. 어쩌면 울림두레돌봄사협이 키우고 있는 것은 돌봄 인력이 아니라 '돌봄하는 마포' 그 자체인지도 모릅니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가 가속화되는 시대, 통합돌봄은 더 이상 행정과 복지기관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지역의 주민과 활동가, 사회적경제 조직, 의료·복지기관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프로젝트에 가깝습니다.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어린이 돌봄 활동 현장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어린이 돌봄 활동 현장 ⓒ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

'만약 울림두레돌봄사협과 같은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더 많아지고, 마포돌봄캠퍼스와 같은 프로그램이 지역 곳곳에서 운영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누군가는 퇴근 후 몇 시간씩 병원 동행 활동에 참여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가진 생활기술을 이웃과 나누며, 누군가는 동네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일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을지 모릅니다.

돌봄은 특정 누군가의 헌신으로 유지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지속 가능하려면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나눠 짊어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돌봄은 비로소 마땅한 전문성과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돌봄은 자격증이나 직함이 아니라, 이웃의 안부를 묻고 손을 내미는 일상의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살림력과 경험을 지역사회와 나눌 수 있고, 그 실천이 쌓일수록 돌봄은 개인의 부담이 아닌 지역의 전문적 역량이 됩니다.

마포돌봄캠퍼스는 그 가능성을 실험하는 작은 학교이고,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은 그 시민들이 살아갈 지역사회를 미리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실험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서로를 돌보며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를 다시 만들 수 있을까?'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은 지금 마포에서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실험에 함께할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안도빈 기자는 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마포구#사회적경제#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통합돌봄#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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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마포를 바꾸는 사람들」

안도빈 (dksehqls) 내방

마포구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매니저 사회적경제, 돌봄, 지역공동체를 중심으로 현장을 취재합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작은 실천들이 지역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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