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세종·공주·금산·청주 옥산 등 '신계룡-북천안 345kV 송전선로 건설 반대 충청권 주민대책위원회'는 4월 13일 입지선정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대전 DCC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주민 동의 없는 송전선로 노선 심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장재완
대전송전탑백지화대책위가 초고압 송전선로 입지선정위원회 재개를 앞두고 "환경부가 43일 동안 주민들을 기만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전송전탑백지화대책위는 17일 성명을 내고 "오는 19일 초고압 송전선로 입지선정위원회가 다시 열린다"며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5월 8일 전국 27개 초고압 송전선로 사업의 입지선정 절차 중단을 선언한 지 43일 만이지만,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당시 김 장관이 주민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민주적 절차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입지선정위원회 구성과 운영 방식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주민 대표성 부족, 정보 비공개, 일방적 회의 운영, 실질적인 의견 반영 부재 등 입지선정위원회를 둘러싼 핵심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도대체 김성환 장관은 지난 43일 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따졌다.
대책위는 장관이 민주적 절차를 회복할 의지가 있었다면 전국대책위와 지역 주민대책위가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를 구성하고, 사회적 공론화 절차를 설계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입지선정위원회의 대표성과 운영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고, 독립적인 검증체계도 마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어떤 일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오히려 장관은 일부 입지선정위원들과의 간담회를 주민 의견 수렴인 것처럼 포장했다. 주민들이 요구한 것은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사회적 논의 구조였지만, 정부가 보여준 것은 선별된 만남과 보여주기식 소통이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지난 5월 27일 대전 유성구 갑동에서 주민들과 시민사회가 장관을 직접 만나 주민대책위를 공식 협의 주체로 인정하고, 주민 배제형 소통을 중단하며, 송전선로 백지화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회적 공론화를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의 절박한 요구는 철저히 외면당했다"며 "장관의 중단 선언 이후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입지선정위원회 관련 절차가 계속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한국전력공사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대책위는 "장관 브리핑 과정에서 한전은 마치 주민대책위가 대안 노선을 제시한 것처럼 보고했다"며 "우리는 대안 노선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즉각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요구한 것은 송전선로 사업 자체의 재검토와 절차의 원점 재설계였다"며 "어느 마을로 우회시킬 것인지를 협상한 적도, 대안 노선을 제안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송전선로 문제의 본질이 단순히 어느 마을을 지나가느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왜 수도권 집중 산업정책의 부담을 지방 주민들이 떠안아야 하는지, 반도체 산단을 처음부터 재검토하는 것은 왜 불가능한지,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지역에서 우선 소비하는 방식은 왜 없는지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송전선로 건설 자체를 기정사실화한 채 노선 조정과 피해 최소화 수준의 협의만 반복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은 공동체를 분열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김성환 장관은 43일이라는 시간을 가졌지만, 남은 것은 변한 것 없는 입지선정위원회 재개와 더 깊어진 주민 불신뿐"이라며 "이번 절차 중단 선언은 갈등 해결을 위한 행정적 결단이 아니라 지방선거 시기의 정치적 부담을 관리하기 위한 시간 벌기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주민 없는 에너지 정책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으며, 공동체의 희생 위에 세워진 국가 정책은 지속가능할 수 없다"며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금이라도 입지선정위원회 절차를 중단하고, 전국대책위와 지역 주민대책위가 참여하는 공식 공론화 절차를 즉각 시작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