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옥상달빛 멤버이자 김윤주 와우산레코드 대표의 음악 에세이. 김윤주의 일상과 이야기를 담아 당신의 오늘에 위로가 될 곡을 전달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한 편 한 편 감상해 주세요.
"재즈 팝의 왕자님이 되겠어요"라고 당차게 포부를 밝힌 이가 있다. 일명 와우산레코드의 왕자님, 루카 마이너(Luca minor, 아래 루카)다.

추웠던 겨울, 처음 본 루카의 모습이 선명하다. 2021년 데뷔한 그는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작곡가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 울산 재즈 페스티벌 등의 무대에 오른 뮤지션이었다. 섬세한 표현력과 따뜻한 목소리로 남미를 중심으로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루카는 자신의 음악과 같은 그림체였다.

루카의 낭만

 루카 마이너의 첫 정규 앨범 < Curse of romanticism >표지.
루카 마이너의 첫 정규 앨범 < Curse of romanticism >표지. ⓒ 루카 마이너

그 정도로 음악을 들으며 내가 상상한 모습과 실제의 루카는 거의 똑 같았다. 무채색의 긴 코트를 단정하게 입고는 예의 바르게 인사하던 모습. 그리고 강렬한 눈빛. 분명하고 또렷한 눈빛은 처음 보는 나를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경계하는 한 마리 늑대 같았다.

AD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표님~ 아니에요~ 저 그때 착한 눈 하고 있던 건데"라며 억울해 하며 펄쩍 뛸게 뻔하다. 하지만 사람을 볼 때 눈을 가장 먼저 보는 내게 루카의 첫 인상은 꽤 인상적이었다.

루카의 음악을 얘기할 때 낭만이라는 키워드가 빠질 수 없다. 2023년 12월에 발매한 <컬스 오브 로맨틱시즘 Curse of romanticism>이라는 앨범의 제목 때문인지, 재즈라는 장르가 주는 뉘앙스 때문인 건지 모르겠지만 루카의 음악에는 낭만이 있다. 도시보다 숲을 좋아하고 밥보다는 파스타와 와인을 좋아하고 달큼한 향보다는 자연의 냄새를 좋아하는 루카의 추구미는 '느좋남'(느낌 좋은 남자)의 낭만이었다.

루카의 음악, 그의 낭만 있는 목소리를 들으면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Call me by your name>이 떠오른다. 싱그러운 풍경과 고즈넉한 마을, 그리고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들이 전해지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마치 내가 벽난로 앞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이 그의 음악에서도 느껴진다. 루카의 가녀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는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뛰어난 미감으로 빚어낸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사실 루카가 베짱이처럼 해먹에 누워 기타 줄을 퉁기며 곡을 쓰다가, "에이, 오늘은 아닌가 보다" 하고 잠드는 뮤지션이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 친구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부지런하다. 이 모습을 공개해도 되는 건지 고민이 되지만, 못 이기는 척 조금만 이야기해 보련다.

재즈사운드와 섬세한 감성으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낸 루카를 MBTI로 보면, 계획형 중의 계획형 인 대문자 J에 속한다. 뮤지션 중에서도 계획형 인간은 드문데 나보다 더 한 녀석이 나타나다니, 감격이다. 루카는 상반기, 하반기 계획을 PDF 파일로 정리해 내게 보낸다. 대충 메모장에 적어서 메시지로 보내도 충분한데, PDF라니. 더 굉장한 건, 하루에 다섯 시간씩 꾸준히 연습하고 곡 작업을 한다는 점이다. 비가 와도 러닝하고, 미루는 법이 없다. 다이어트도 미루지 않고, 약속도 미루지 않는다. 쓰면 쓸수록 오히려 믿기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루카는?

나른하게 느껴지는 음악과 달리 인생의 나른함이라고는 단 한 순간도 없을 것만 같은 자기 관리가 철저한 루카는 오늘도 단체방의 공지에 가장 먼저 대답한다.

루카의 또 다른 시선

낭만적이면서 계획적인, 동시에 성실한 루카가 잘 담긴 노래를 추천하고 싶다. 와우산레코드에서 발매한 <21세기 센츄리 피플 21st Century people> 이란 앨범의 첫 곡이다. 이 곡을 시작으로 타이틀곡 'When it stops raining' 까지 듣다 보면 이 앨범을 끝까지 듣지 않을 이유가 없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며 들려줬던 이 노래들은, 그동안 사랑에 대한 음악을 해오던 루카에게 또 다른 시선이 생긴 것만 같아 반가웠다. 그는 우리가 서로에게 진심을 드러내고 그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며 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앨범의 곡을 써 내려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각자의 자리에서 존중 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그의 낭만은 이렇게 이해와 배려, 존중과 예의가 포함된 낭만이었다.

많은 시간을 함께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가 유난히 기대되는 뮤지션이자 후배가 이렇게 가까이 있다. 이는 스스로 내 능력을 의심하며 "나 잘하고 있는 걸까?"를 수없이 되뇌던 내게 누군가 "잘 가고 있다"라고 답해주는 것만 같아 참 고맙다.

앞으로 루카가 자신이 품은 다양한 이야기를 어떻게 음악으로 풀어낼지 기대된다. 차가운 밤과 따스한 달빛, 사계절의 어느 순간에 있어도 잘 어울리는 그의 멜로디는 어떻게 또 변주되고 연주될까.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써 내려갈 그의 음악이 점점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 여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 같다.

#루카마이너#와우산레코드#옥상달빛#김윤주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재

오마이 와우산!





독자의견1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