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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경포호 파래류 대량 번식 보도 이후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관리 주체인 강릉시는 뚜렷한 대응이나 입장 표명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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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6월 17일, 다시 경포호를 찾았다. 경포대 정자에 올라 호수를 바라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호수 수면 위를 길게 가로지르는 노란 띠였다. 멀리서 보면 마치 유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경포대에서 바라본 경포호수
경포대에서 바라본 경포호수 ⓒ 진재중

"냄새 때문에 못 걷겠다" 관광객들 발길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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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대 정자에서 바라본 경포호는 언뜻 평온해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자 전혀 다른 모습이 드러났다. 파래류와 각종 부유물이 뒤엉켜 수면을 뒤덮고 있었고, 녹색과 노란색이 섞인 띠가 호수 중앙부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멀리서는 보이지 않던 수질 악화의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기자는 직접 경포호 둘레길 4.3km를 따라 한 바퀴 돌아봤다.

호수 가장자리에는 썩어가는 수초와 조류가 쌓여 있었고, 일부 구간에서는 물빛이 붉게 변색된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부패한 유기물에서 발생한 악취가 주변으로 퍼졌고, 호숫가를 찾은 관광객들은 불편함을 호소했다.

경포호를 찾은 관광객들은 기대와 달리 악화된 수질과 불쾌한 환경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남 통영에서 여행을 왔다는 정경호씨 부부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호숫가를 걷고 있었다.

정씨는 "강릉에 오면 경포호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 좋다고 해서 기대하고 왔는데 냄새가 생각보다 심하다"며 "수면 위에 떠 있는 녹색 물질들이 서로 엉켜 있는 모습을 보니 불쾌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강릉을 대표하는 관광지라면 관리가 더 철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현재 상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인 역시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 모습이 너무 달랐다"며 "관광객 입장에서는 이런 상태가 계속되는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경포호를 찾았다는 김상아씨는 수질 상태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단순한 녹조로 생각했지만, 가까이에서 본 수초들이 벌레처럼 엉켜 있는 모습에 징그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는 경포호에 오고 싶지 않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기대하고 경포호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현재의 모습은 당혹감 그 자체였다. 강릉의 대표 관광명소인 경포호가 악취와 파래류 문제로 인해 관광객들의 실망을 사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경포호 갈대밭과 파래류, 수초 사이로 붉게 변색된 물질이 관찰되고 있다. 수질 악화로 인한 이상 현상으로 추정되며 생태계 변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경포호 갈대밭과 파래류, 수초 사이로 붉게 변색된 물질이 관찰되고 있다. 수질 악화로 인한 이상 현상으로 추정되며 생태계 변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 진재중
 "경포호에 드리운 붉은 경고등. 수면 위로 번진 붉은색 변색 현상이 수질 악화와 생태계 위기를 상징하듯 나타나고 있다."
"경포호에 드리운 붉은 경고등. 수면 위로 번진 붉은색 변색 현상이 수질 악화와 생태계 위기를 상징하듯 나타나고 있다." ⓒ 진재중
 "파래류가 점령한 경포호를 바라보는 관광객. 병들어 가는 강릉의 얼굴 앞에서 관광객들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파래류가 점령한 경포호를 바라보는 관광객. 병들어 가는 강릉의 얼굴 앞에서 관광객들의 걱정도 깊어지고 있다." ⓒ 진재중
 병들어 가는 경포호를 바라보는 관광객. 강릉의 얼굴에 드리운 생태계 위기의 그림자가 관광객들의 표정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병들어 가는 경포호를 바라보는 관광객. 강릉의 얼굴에 드리운 생태계 위기의 그림자가 관광객들의 표정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진재중

"죽음의 호수 될 수도" 전문가의 경고

산소 부족 현상으로 보이는 징후도 곳곳에서 관찰됐다. 물고기들은 수면 가까이 몰려들어 입을 벌린 채 연신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호수 한편에는 기름띠로 보이는 물질이 파래류와 뒤섞여 퍼져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수중 용존산소 부족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원광대학교 생물학과 최한길 교수는 경포호의 파래류 대량 번식이 단순한 경관 훼손을 넘어 생태계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파래류가 과도하게 번식하면 일시적으로는 물속의 영양염류를 흡수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하지만 파래류가 죽어 부패하기 시작하면 이를 분해하는 박테리아와 각종 미생물이 급격히 증가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양의 산소가 소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수 내 용존산소가 부족해지면 물고기와 저서생물 등 수중 생물들의 생존이 어려워지고 집단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와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경포호 생태계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극단적인 경우에는 동식물이 살아가기 어려운 '죽음의 호수'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조속한 원인 분석과 종합적인 관리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인학 강원대 명예교수는 "파래류가 대량으로 한 곳에 쌓인 상태에서 여름철 고온에 노출되면 부패가 진행되며 심각한 악취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해조류에 포함된 질소, 황, 요오드 성분 때문에 부패 시 냄새가 더욱 강해지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경포호 일대는 산책이 어려울 정도로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래류에 갇힌 경포호에서 물고기가 힘겹게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병들어 가는 호수가 생명들에게 보내는 구조 신호처럼 보인다.
파래류에 갇힌 경포호에서 물고기가 힘겹게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병들어 가는 호수가 생명들에게 보내는 구조 신호처럼 보인다. ⓒ 진재중
 파래류와 기름띠가 뒤섞인 경포호 수면. 병들어 가는 호수의 현실이 물 위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파래류와 기름띠가 뒤섞인 경포호 수면. 병들어 가는 호수의 현실이 물 위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 진재중

66년 주민이 지켜본 경포호, "지금은 관리 공백"

경포호를 반 바퀴가량 돌아 진안상가 앞 구간에 도착하자 관리 실태를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현장에는 수초와 파래류 제거 작업에 사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작업선이 정박해 있었지만, 운용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관리 인력도 보이지 않았고, 인근에는 바람이 빠진 보트가 방치된 채 놓여 있어 관리 공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66년째 살고 있다는 전찬길씨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예전에는 수초제거선을 이용해 파래류를 꾸준히 수거하고 관리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관리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고 사실상 방치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경포호는 강릉의 소중한 자연자산인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적극적인 정화 작업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초제거선은 보이지않고 바람빠진 보트만이 모습을 드러내고있다
수초제거선은 보이지않고 바람빠진 보트만이 모습을 드러내고있다 ⓒ 진재중
 호수 위에는 수초 제거선인지 놀이기구인지 알 수 없는 기구가 떠 있으며, 바람이 빠진 채 방치된 상태로 그대로 놓여 있다. 이러한 모습은 호수 관리에 대한 강릉시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인상을 주며, 관리 부재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호수 위에는 수초 제거선인지 놀이기구인지 알 수 없는 기구가 떠 있으며, 바람이 빠진 채 방치된 상태로 그대로 놓여 있다. 이러한 모습은 호수 관리에 대한 강릉시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인상을 주며, 관리 부재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 진재중

행정 공백이 환경 공백이어서는 안 된다

경포호는 지금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파래류가 수면을 뒤덮고, 수초와 조류는 썩어가며, 악취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태계 붕괴와 집단 폐사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다. 시장 공백 상황이라고 해서 행정까지 멈춰서는 안 된다.

시장이 부재 중이더라도 담당 부서와 공무원들은 시민의 재산이자 강릉의 대표 자연유산인 경포호를 지킬 책임이 있다. 환경 문제는 때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늘의 방치는 내일 더 큰 비용과 더 심각한 생태계 파괴로 돌아올 수 있다.

경포호는 강릉의 얼굴이다. 그 얼굴이 병들어 가고 있는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결국 그 피해는 시민과 관광객, 그리고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도 침묵도 아니다. 원인 규명과 신속한 수질 조사, 파래류 제거와 체계적인 관리 대책이 즉각 추진돼야 한다. 죽어가는 경포호를 살리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강릉시가 반드시 해야 할 책무다. 더 늦기 전에 행동해야 한다. 경포호는 아직 살릴 수 있다.

 경포호수 전경
경포호수 전경 ⓒ 진재중

#파래류#경포호#죽음의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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