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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17 14:10최종 업데이트 26.06.17 14:11

철원 여행 갔다가 제비 가족에게 홀렸습니다

제비 가족과의 행복한 만남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주말 철원 사는 친구 초청으로 '철원역사문화공원'을 찾았다. 바로 앞에 분단과 전쟁을 상징하는 '조선노동당사'가 있다. 문화공원은 1930년대 철원이 가장 번성하던 시가의 철원역, 일출여관, 공립보통학교, 도립의원, 철원극장 등을 실물크기로 재현해 놓았다.

그런데 정작 공원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제비 가족'이다. 처음에는 어디선가 낯선 제비 지저귐이 들려 이상했는데 이내 제비를 발견했다. 일제 강점기 펌프 소방 장비를 관람할 때다. 전시 안내판 위에 제비가 날아와 안더니 나를 반기는 자세로 쳐다보았다. 참 기묘한 일이었다.

 소방서 펌프시설 안내판 위에 앉은 제비
소방서 펌프시설 안내판 위에 앉은 제비 ⓒ 이혁진

철원역사문화공원에서 '제비 가족'의 환영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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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몇 군데 전시 시설을 관람하다 식당과 상점이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웬걸 상점 옆 화장실 입구에 제비 둥지가 있었다. 둥지에는 네 마리 새끼 제비들이 머리를 박고 있었다. 고개 들기를 기대하는데 순식간에 어미가 와서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사라졌다.

어미 제비들은 관람객에 아랑곳없이 부지런히 새끼들에게 먹이를 날라주었다. 자는 것 같은 새끼들이 어미가 오는 걸 직감적으로 알고 일어나 입을 크게 벌리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신기했다. 화장실을 오가는 사람들도 제비 가족에 놀라면서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공원 직원은 개장 초부터 몇 년간 제비가 해마다 이곳을 찾고 있다면서, 제비가 공원 관람객에게 관람시설 못지않은 새로운 명물로 눈길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비 가족들을 보느라 관람객들이 줄 서는 모습도 이색적인 풍경이라고 말했다.

나 또한 제비 가족을 보느라 잠시 넋을 잃었다. 친구도 민가가 아닌 공원에서 제비를 처음 본다며 웃었다. 제비가 공원까지 들어와 집을 짓는 것은 주변에 먹이가 풍부하고 자연 생태계가 매우 양호하다는 것이다. 또한 DMZ와 민통선의 논을 끼고 있으니 제비들에게는 최적 환경일 것이다.

나는 어린이처럼 제비 둥지를 30분을 지켜봤다. 친구는 다음 여정의 '태봉국궁예왕역사공원'을 가자며 재촉했다. 역사공원 관람을 마치고서도 제비 가족들이 떠올라 나는 친구에게 다시 공원에 갈 것을 간청했다. 우리는 공원에서 제비 가족과 재회했다. 나는 어느새 동심으로 돌아갔다. 어미가 새끼 제비를 양육하는 것이 우리네 사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상점 옆 화장실 입구의 제비 둥지, 새끼들이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상점 옆 화장실 입구의 제비 둥지, 새끼들이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 이혁진

역사와 문화만큼 제비도 보호했으면

제비들을 올해 철원에서 처음 봤다. 최근엔 서울에서 제비를 보지 못했다. 서울은 더 이상 제비가 살만한 환경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제비 소방서 펌프시설 안내판 위 제비가 나를 보고 있습니다. 이혁진

제비 둥지 철원역사문화공원 안의 제비 둥지, 어미가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습니다. 이혁진

철원 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 제비 가족의 단란한 모습이 한참 머리에 맴돌았다. 어릴 적 어른들은 제비가 다시 찾아오면 그날을 동네 사람들과 기뻐하며 너 나 할 것 없이 제비 둥지를 보살폈다. 한동안 제비와 지저귐을 잊고 살았는데 철원 제비가 내 추억을 소환했다.

이번 철원 방문 목적은 역사와 문화만이 아니었다. 제비 가족의 행복한 만남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기후변화로 점점 사라져 가는 제비들도 보호해야 하지 않을까.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철원제비#제비가족#철원역사문화공원#태봉국궁예왕역사공원#D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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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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