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경기도와 전북 지역의 개표 결과 오입력 및 누락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는 성남시 중원구 금광2동 제3투표소의 개표 결과가 잘못 입력됐고, 광주시 초월읍 제2투표소에서는 투표소 정보가 잘못 기재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1동에서는 제3투표소의 투표록이 제1투표소로 잘못 기록되면서 제1투표소 유권자 1104명의 개표 결과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오류가 과연 두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직선거 개표는 개함부, 투표지분류기운영부, 심사집계부, 개표상황표 확인·점검부, 위원검열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각 단계에서는 개표참관인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감시와 촬영을 할 수 있기에 부정이 개입할 여지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이번 오입력과 누락은 왜 발생했을까. 개표 결과를 선거통계시스템에 실시간 입력하는 곳은 마지막 단계인 '기록ㆍ보고석'이다. 문제는 이 기록ㆍ보고석이 개표장 내에서도 사실상 감시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경남 하동 개표소지난 2024년 4월 10일 치른 제22대 총선 당시 경남 하동 개표소의 기록 보고석. 참관인이 접근하지 못하게 질서 유지선이 쳐 있고, 그곳 직원들의 컴퓨터 화면이 벽면을 향해 있어 입력 내용을 볼 수조차 없다. ⓒ 정병진
개표는 대체로 실내체육관에서 진행되는데, 기록ㆍ보고석은 선거관리위원장과 사무국장이 위치한 연단이나 관람석 쪽에 설치된다. 설령 높은 관람석이 아닌 경우에도 차단봉(질서유지선)이 설치돼 있어 참관인의 접근이 쉽지 않다.
공직선거법상 참관인은 개표장을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동하며 감시·촬영할 수 있다(법 제181조 제9항). 위원장석이나 위원검열석, 보고석 역시 예외가 아니다. 다만 개표 업무를 방해하지 않도록 1미터 이상 2미터 이내의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할 뿐이다.

▲여수 개표소지난 2026년 6월 3일 치른 지방선거 여수 개표소 기록 보고석, 실내 체육관의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참관인의 접근이 사실상 힘든 상태이다. ⓒ 정병진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위원장석과 사무국장석, 위원검열석, 기록ㆍ보고석 등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기자 역시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여수지역 개표소에서 참관 활동을 하던 중 연단의 위원장석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으로 향했다가 선관위 사무국장의 제지를 받은 경험이 있다. 당시 그는 "이곳은 지휘부이므로 올라오면 안 된다"고 막아섰다. 기자가 "법령상 참관인은 개표소 어디든 참관할 수 있다"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중앙선관위에 관련 사실을 알린 뒤에야 접근이 허용됐다.

▲위원장석 뒷쪽에 있는 세 사람2014년 6.4 지방선거 여수 개표소 위원장석 뒷쪽에 위원장이 서 있고,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선관위 직원 두 명이 무언가 작업하는 중이다. ⓒ 정병진

▲절차에 없는 작업하는 선관위 직원들'올라오지 말라'는 사무국장의 제지를 뚫고 연단에 올라가 선관위 직원 두 사람이 작업하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이다. 그들은 위원장 지시에 따라 투표관리관 도장 없는 투표용지를 찾는 중이라고 했다. 이는 개표 절차에 없는 행위이다. ⓒ 정병진
위원장석 뒤편에서는 선관위 위원장이 지켜 보는 가운데 선관위 직원 두 명이 투표지 바구니를 놓고 개표 절차에 명시되지 않은 작업을 약 30분 남짓 진행하였다. 확인 결과 선관위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투표 관리관 도장이 없는 투표용지를 찾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비록 실제 목적은 단순했을지라도, 외부에서 보기에는 부정 개표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상황이었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필자는 개표 참관 때마다 위원장석과 위원검열석, 보고석을 유심히 살펴보곤 한다. 그러나 보고석은 높은 위치에 설치돼 있고, 개표사무원이 개표장 방향을 바라본 채 컴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뒤편으로 직접 올라가지 않는 이상 화면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질서유지선까지 설치돼 있어 사실상 참관인의 감시는 불가능하다.
결국 위원장석과 보고석은 법적으로는 참관이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접근이 제한되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펴내는 학술 간행물 <선거연구>에서도 이미 지적된 바 있다. 조은숙(포항시북구선거관리위원회)의 2017년 논문 <선거관리 신뢰확보를 위한 시민참여 확대방안>은 "공직선거법상 별도의 제한 규정이 없는 한 참관 범위에는 제한이 없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실제 개표소에서는 질서유지를 이유로 법적 근거 없는 제한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위원장석이 연단 위에 설치된 경우, 참관인이 연단에 올라가는 것 자체를 통제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고석의 경우 모니터가 벽면을 향하도록 설치돼 참관인이 화면을 확인할 수 없는 사례가 많아 항의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즉, 개표소 내 위원장석과 보고석에 대한 접근 제한 문제가 오래전부터 내부에서 제기됐음에도 선관위는 이를 반영해 개선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결국 이번 오입력과 누락 사태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선거의 신뢰는 투명성과 정확성에서 나온다. 지금이라도 선관위는 법령 취지에 맞게 참관인의 권한을 보장하고, 보고석과 위원장석 등 사각지대를 해소해 불필요한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표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