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이름도 모르는 한 선생님에게 뺨을 맞은 적이 있었다. 복도 청소 당번이었는데 늦게 도착했다는 이유였다. 20년도 넘게 지난 지금도 그 순간이 떠오를 때면 뺨이 얼얼하게 아프고, 억울한 마음이 든다. 이처럼 살아오며 경험했던 크고, 작은 폭력의 경험은 내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
가정이나 학교나 어떤 조직에서 권위를 내세워 복종을 강요할 때 폭력은 정당화되기도 한다. 때론 그것이 마치 나를 위해 그런 것이라는 핑계나 세상이 원래 그렇다는 명분과 함께 말이다. 어떤 폭력은 개인의 해소되지 않은 상처나 욕망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스스로 돌보지 못한 상처나 아픔과 고통은 때론 주변 사람들을 해치는 날카로운 칼날이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통은 어디서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끊어낼 수 있을까?
학교가 지옥이 된 까닭은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을 보면서, 내 안의 무언가가 건드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학생으로, 또 교사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비극들을 온몸으로 겪어왔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시작되는 조기 교육과 그 뒤로도 계속 이어지는 비교와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밀려나면 낙오자가 되는 구조 안에서 '입시 지옥'이라는 말은 공공연하게 쓰인다. 사람을 '인적자원'으로 보며 오직 성적이라는 잣대로 등급을 나누고 평가하는 교육 시스템 속에서 학생들은 병들어간다.

▲참교육 ⓒ 넷플릭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이어지는 건 보다 안정적인 직장과 주거를 얻기 위한 끊임없는 경쟁이다. 이는 생계에 직결되는 총성 없는 전쟁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갈수록 커지는 빈부격차와 편을 나누며 서로를 공격하는 혐오 정치는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서로를 미워하게 한다. 이런 사회의 구조와 정치는 서서히 우리의 마음을 무너트리고 있다. 또한 승자독식 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하는 '능력주의'에 대한 환상은 이를 사회가 아닌 개인의 문제로 착각하게 만든다.
학교를 포함한 여러 교육과 상담 현장에서 갈수록 병들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는 그 뒤의 아픈 부모와 아픈 사회를 점점 더 가까이 만난다. 그러면서 우리가 무엇을 위해 밤늦도록 일을 하고, 그를 위해 아이들을 저녁까지 학교나 학원에 맡겨야 하는지, 우리가 전력을 다해 향하고 있는 곳에 행복이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무한 경쟁의 굴레 속에서 고통의 뿌리를 뽑지 않는다면 비극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참교육> 열풍의 이유
참교육이 교육 현장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열풍을 일으킨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교권국의 목적은 '자신이 한 행동을 고스란히 돌려받음으로써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깨닫게 하는 것'이며, 그들은 '학생들과 싸우려는 게 아닙니다. 괴물들과 싸우려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들의 응징 대상은 '갑질을 하는 부모, 비리를 저지르는 교사, 학교 폭력을 일삼는 학생' 등 기본적인 도리와 선을 한참 넘은 사람들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갑질과 악성 민원 등이 만연하고, 돈이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잘못을 해도 처벌받지도 않으며,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 안에서 사는 우리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는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드라마에서나마 어릴 적 읽었던 전래동화처럼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복을 받는 '권선징악'과 원인에 따른 결과를 받는 '인과응보'가 실현되는 것에 위안과 위로를 받는 것이다.
실제 '참교육'의 뜻을 찾아보면,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가르치고 지도하는 일(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이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하여 크게 혼내거나 호되게 응징하는 것(KNU 한국어 일상 표현 사전)"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반어적으로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참교육이 제대로 되지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처럼 드라마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 나오는 여러 사건, 사고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서로를 손가락질하고 탓하기 전에, 우리는 학교가 어쩌다 이런 비극의 현장이 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학교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축소판이며,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이 사회의 문제로부터 비롯된 증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생태철학자인 조안나 메이시는 '고통은 더 좋은 방향을 찾도록 설계된 경고 신호'라고 말하며, 그러한 고통을 외면하거나 덮지 않고 함께 드러내고 해결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왔다. 그녀는 기후위기나 전쟁, 전염병 등의 문제들이 가득한 절망적인 시대에 드러나는 고통을 존중하고, 건강한 공동체로 이를 치유하는 '액티브 호프'(적극적인 희망)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를 위한 여러 '재연결' 작업의 목적은 고통과 폭력의 대물림을 끊어내고,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가는 데 있다. 메이시는 <생명으로 돌아가기>라는 책에서 어린이, 청소년과 함께 하는 재연결 작업에서 '고마움으로 시작하기', '세상에 대한 고통 존중하기', '새로운 눈으로 보기', '앞으로 나아가기'라는 나선형 순환 구조의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에서도 최근 '사회정서교육' 등 정서와 인성, 사회성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들이 도입되고 실행되고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교권국처럼 참교육을 위한 전담 부서와 역할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학교에서부터, 나를 포함한 모두가 사실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지고 싶어한다는 '진실'을 바탕으로 이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참교육'이 이뤄진다면, 우리는 지금의 고통을 넘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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