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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이란 전쟁이 준 충격은 여전하다. 지난 3월, 이란 남부 미나브 지역의 한 초등학교가 공격받아 학생과 교직원을 포함해 170여 명이 숨졌다. 이 폭격에 AI가 사용되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이란 전쟁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과정 전반에 빅테크들이 만든 AI가 사용되었다. 가자지구는 제노사이드의 현장이자 최첨단 무기의 실험장이었다. 이스라엘은 AI 기술을 총동원하여 팔레스타인을 점령하고 파괴하고 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AI가 삶을 풍요롭게 하기는커녕, 삶을 앗아가고 있음을 드러냈다.

첨단 디지털 기술을 맨몸으로 떠받치는 아이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떻게 사용하든, 그 '기술 자체가 무엇에 기반하고 있는가'라는 물음 또한 제기될 필요가 있다. 흔히 IT산업 하면, 반짝이는 컴퓨터 화면을 앞에 두고 코딩하는 것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그 뒤에는 거대한 데이터센터와 같은 육중한 물질성이 자리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배출하는 문제들(물 자원 고갈, 탄소 배출, 환경오염) 또한 IT산업이 얼마나 물질적인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기술과 인프라에는 물질적 자원이 필요하다. 바로 '광물'과 그걸 채굴하는 '노동' 말이다.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 아이들의 핏값으로 세워지는 위대한 AI 인프라 (김가람, 2026)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 아이들의 핏값으로 세워지는 위대한 AI 인프라 (김가람, 2026) ⓒ 문학수첩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라는 동명의 KBS 환경스페셜 다큐멘터리의 취재 후기를 담은 책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광산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코발트는 스마트폰, 태블릿 PC, 전기차, 무선 키보드, 로봇청소기 등 온갖 최신 기기에 사용되는 충전식 리튬 이온 배터리의 주요 구성 물질이다. 배터리에서 리튬이 연료라면, 코발트는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정제 코발트가 없다면, 스마트폰이나 전기차는 순식간에 과열되어 고장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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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발트는 기후 목표 달성에 필수적인 재생에너지와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하는 광물이기도 하다. 코발트 수요는 2040년까지 약 20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코발트는 독성이 있는 금속이며, 채굴 과정에서 방사능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코발트 광산 노동자들 대부분은 코발트 폐(Cobalt lung)라 불리는 호흡 곤란을 앓는다. 코발트 광산에서 캐는 광석에는 코발트 외에도 우라늄, 망간, 니켈, 비소 등이 섞여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코발트 전 세계 공급량의 약 75%가 채굴된다. 그중 손발로 채굴하는 코발트가 15~30%에 달하며, 이것만으로도 세계 2위 코발트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채굴량을 뛰어넘는다. 이 많은 양의 코발트를 캐는 손과 발은 콩고민주공화국 아이들의 것이다. 그 수가 4만여 명에 달한다. 아이들은 매일 거대한 개미굴처럼 파헤쳐진 터널 광산 아래로 향한다.

흙을 파내다 터널이 무너질 위험이 늘 도사리지만, 그날을 살아갈 돈을 벌려면 좁디좁은 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 말곤 다른 선택지는 없다. 땅굴이 붕괴해서 죽고, 독성에 중독되어 죽는다. 운 좋게 살아남은 아이들은 독성 물질로 가득한 흙을 온몸에 묻힌 채 집에 돌아온다. 채굴한 코발트는 광산 관리자들, 광물 중개업자들에게 넘긴다. 갖가지 명목으로 비용을 공제하고 나면, 아이들의 손에는 하루를 버틸 정도의 돈이 쥐어진다.

가족들의 생계를 부양하기 위해선,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채굴한 코발트를 직접 거래하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려면, 총을 들고 광산을 지키는 경비원들에게 뇌물을 줘야 한다. 때로는 그들이 모든 걸 가로채려 든다. 이에 저항하면 폭행을 당하거나 총을 맞는다. 그들이 떠난 자리는 그들의 동생들, 또 다른 아이들로 채워졌다.

인류의 미래를 위한다는 거짓말

과거에도 콩고민주공화국 아이들의 손과 발은 채굴 도구였다. 20세기 초 자동차 산업이 발전할 때는 고무를 캤다. 구리를 캐 전 세계를 밝힐 전선을 만드는 데 썼고,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는 그들이 캔 우라늄이 들어갔다. 이걸 '자원의 저주'라고 표현하는 건 틀린 말이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겪는 착취가 정녕 풍부한 자원 때문인가.

19세기 벨기에의 레오폴드 2세는 콩고에서 약 1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가로 유럽 최고 부호의 자리에 올랐다. 오늘날 IT, 전기차 등 각종 첨단 산업은 아이들의 미래를 대가로 부를 쌓고 있다. 주식시장을 달구는 기술주들의 주식 가치,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멋진 디지털 기기, 정부가 사활을 거는 화려한 AI 인프라는 모두 피로 얼룩진 코발트 위에 서 있다. 정작 광산에서 일하는 아이들은 애플과 테슬라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카스’는 어른이 된다면 정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카스’는 어른이 된다면 정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KBS 환경스페셜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2010년 7월, 팔레스타인의 아슈타르 극장에서 가자지구 청소년들이 모여, 자신들이 경험한 전쟁에 대해 증언했고, 이를 수집해 '가자 모놀로그'라는 프로젝트가 만들어졌다. 그 중 가자시 셰이크 라드완에 사는 1996년생 야스민 카트베흐의 증언을 되새긴다.

"만약 내가 미래에 어른이 된다면 말이야 – 가자에서 어른이 된다는 건 그 자체로 성취니까, 죽음이 늘 문 앞을 지키고 있어서 – 난 아이들을 보호하고 아이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팔레스타인 애들은 노인으로 태어나는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거든."

콩고의 아이들에게도 어른이 된다는 건 그 자체로 성취다. 코발트 광산의 아이들에게도 꿈이 있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카스'는 어른이 된다면 정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만큼이나 학교에 가는 걸 좋아했다. 광산 경비대에 두들겨 맞아 불구가 된 'X'는 책임있는 누군가에게 보상받아 다시 살 기회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도 애플, 알파벳(구글), 델,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모두 자신들은 광산 현장의 학대 행위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지 못했고, 그래서 고의는 없었으며, 인과관계의 연쇄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항변한다.

피해 본 아이들을 대리해, 저 다섯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건 한 변호사는, 일론 머스크가 코발트 광산의 아이들에게 관심이 있다면 광산마다 드론을 띄워 감시할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머스크는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며 지구가 불타 없어질 때를 대비해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되묻는다. 그 인류는 도대체 누구일까?

"지구가 불타 없어지는 상상을 할 동안, 현실에서는 오늘도 아이가 죽어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6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박기형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장입니다.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 아이들의 핏값으로 세워지는 위대한 AI 인프라

김가람 (지은이), 문학수첩(2026)


#아동노동#코발트#콩고#산업재해#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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