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예전에는 집 앞 하천에서 멱을 감고 발을 담그며 놀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럴 수 없다” 함양군 주민들의 이 같은 말은 향수가 아닌 지역 하천 환경 변화에 대한 체감적 경고에 가깝다. ‘청정 함양’이라는 지역 이미지와 달리, 하천은 더 이상 주민 삶과 맞닿은 공간이 아니라 그저 바라보는 대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주간함양은 이번 기획을 통해 지역 하천 오염 실태를 들여다보고, 문제의 원인과 구조를 짚어보고자 한다. 나아가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현실적 해법과 대안을 모색한다.
 충청남도 당진시 환경위생과 엄철용 팀장
충청남도 당진시 환경위생과 엄철용 팀장 ⓒ 주간함양

하천 수질오염 문제가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는 가운데, 충남 당진시가 추진해 온 '수질오염총량관리제도'가 과학적 수질 관리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오염된 물을 사후 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염원의 발생지를 데이터를 통해 역추적하고 관리하는 방식은 최근 비점오염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타 지자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진시는 2021년 환경부 '통합·집중형 오염하천 개선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남원천을 중심으로 수질 개선 사업을 전개해 왔다. 그 결과 남원천의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은 2021년 7.8mg/L에서 2023년 4.4mg/L로 대폭 개선됐으며, 수질 등급 역시 6등급에서 3등급 수준으로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당진시가 강조하는 핵심은 수질 개선 수치에 머무르지 않는다. 수질 개선의 진정한 출발점은 정화 사업 그 자체가 아니라, 철저한 '자료 생산(데이터 구축)'에 있다는 것이 실무 담당자의 설명이다.

AD
당진시청 환경위생과 엄철용 팀장은 "수질 개선은 크게 오염원 자체를 줄이는 방법과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며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우선적으로 오염원이 무엇인지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질이 나쁘다는 현상 자체만으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며 "어떤 물질이, 어디서, 얼마나 유입되는지를 정확히 확인해야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이 아닌 데이터로 오염원을 찾는다"

당진시가 일찍부터 주목한 제도가 바로 '수질오염총량관리제도'다. 이 제도는 하천에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총량을 과학적으로 산정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수질을 측정하는 단편적 관리를 넘어, 오염원의 종류와 규모, 유입 경로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대책을 수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엄 팀장은 "총량관리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숨은 오염원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오염원의 정체를 모른 채 수질 개선 사업을 추진하면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당진시는 수질오염총량관리제도를 운영하며 하천별 특성과 오염원 분포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왔다. 이를 통해 하천을 정비하는 물리적 사업에 그치지 않고 생활하수, 산업계 배출수, 농업 활동 등 다양한 오염원을 정밀하게 구분해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특히 이러한 분석 과정은 최근 전국적인 난제로 떠오른 '비점오염원' 관리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수질오염총량관리제도를 시행할 경우 산업단지 조성을 비롯한 각종 개발 행위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진시는 관내 수계 개선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최우선으로 두고 본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일반적으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대대적인 수질 조사에 나서기에는 막대한 예산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수질오염총량관리제도는 환경부 주도로 시행되는 만큼 국비와 도비가 대폭 지원되어, 지자체 재정에는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강력한 이점이 있다.

한마디로 수질오염총량관리제도는 관리 대상 수계의 정확한 오염원을 파악하는 것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화 사업까지 체계적으로 조사·설계하는 제도다. 나아가 매년 오염원을 추적 관찰함으로써 하천 수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명확한 방향성과 과학적 이정표를 제시해 준다.

석문호 수질 악화의 주범은 '비점오염원'

당진시가 비점오염원 관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체감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석문호다. 석문호는 충남 서북부 지역의 대표적인 담수호 중 하나지만, 오랫동안 수질 악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초기에는 뚜렷한 원인을 특정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대형 산업시설이나 대규모 하수처리시설처럼 눈에 띄는 '점오염원'이 유역 내에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에 당진시는 수질오염총량관리제도를 활용해 유역 전체를 전수조사 하고 정밀 오염원 분석을 실시했다. 조사 결과 문제의 핵심은 특정 공장이나 시설이 아니었다. 광범위한 농경지, 도로, 생활권 등에서 빗물과 함께 흘러드는 '비점오염원'이 주범으로 밝혀진 것이다.

비점오염원은 배출 지점이 명확한 점오염원과 달리 농경지·축사·도로·공사장 등 광범위한 지역에서 불특정하게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뜻한다. 특히 비가 내릴 때 빗물과 함께 하천으로 동시다발적으로 흘러들기 때문에 발생 지점을 특정하기 어렵고 관리 또한 까다롭다.

엄 팀장은 "석문호 사례를 통해 비점오염원이 하천 수질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객관적 근거가 있었기에 향후 환경부로부터 '비점오염원 관리지역' 지정을 이끌어내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학적인 조사와 데이터 축적이 없었다면 비점오염원이라는 문제의 본질 자체를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미다.

"비점오염은 원인 규명이 가장 중요"

최근 전북 남원시 람천·임천 사례처럼 원인 규명이 까다로운 하천 오염 사건이 잇따르면서 비점오염원 관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비점오염은 특정 사업장이나 시설을 단속하는 일회성 방식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유역 전체를 대상으로 장기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데이터를 축적해야만 오염원의 고유한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엄 팀장은 "비점오염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원인을 찾아내는 과정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며 "수질이 악화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특정 시설부터 의심하기보다는 유역 전체를 거시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수질 문제를 논의할 때 객관적인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모적인 논쟁만 반복될 뿐"이라며 "과학적인 조사와 데이터 생산이야말로 수질 관리의 위대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수질 개선은 결국 과학입니다"

최근 경남 함양군을 비롯한 여러 지자체가 농업 비점오염원 관리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환경 전문가들은 저감 시설 설치에 앞서 오염원 조사와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진시의 사례는 수질 개선이 단기간의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관리 과정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오염된 하천을 깨끗이 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오염원이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정확한 '지도'를 그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엄철용 팀장은 "수질 개선의 시작은 사업 예산 집행이 아니라 자료 생산"이라며 다시 한번 "오염원을 찾아야 물이 살아난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전체 유역 수질에 대한 촘촘한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으면, 향후 갑작스러운 수계 오염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기구축된 자료를 바탕으로 오염원 발생 추적을 훨씬 신속하고 간편하게 할 수 있다. 결국 수질 개선은 과학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수질오염 문제가 지역 사회의 핵심 환경 현안으로 부상한 지금, 당진시가 쌓아온 경험은 비점오염원 관리와 유역 단위 수질 관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올바른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편, 당진시는 지난해 주간함양에서 보도한 '농촌환경 답은 있다' 기획기사에서도 축산 악취 문제와 관련해 타 지자체보다 한발 앞선 선제적 대응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환경부 지침에만 수동적으로 따르며 최소한의 관리만 수행하는 상당수 지자체와 달리, 당진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환경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이러한 당진시의 적극적인 행보는 지자체 행정의 모범적인 '적극 행정' 사례로 지역 사회 안팎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에도 실렸습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주간함양#비가오면드러나는하천의진실#당진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언론 젊은신문 함양의 대표지역신문 주간함양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