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연강나룻길에서 보이는 임진강, 연강은 임진강의 별칭이다.
연강나룻길에서 보이는 임진강, 연강은 임진강의 별칭이다. ⓒ 이혁진

12일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에 있는 어머니 묘소를 참배한 후 '연강 나룻길'을 걸었다. 두루미 테마파크를 기점으로 옥녀봉과 개안마루를 경유해 회귀하는 8.7km 코스이다. '연강'은 임진강의 별칭이다. 일부구간은 '평화누리길'과 겹치지만 임진강을 조망하는 것이 매력이다.

임진강을 조망하며 걷는 '연강나룻길'

연강 나룻길 정상에 오르면 옥녀봉의 거대한 조형물 '그리팅맨'이 이름 그대로 탐방객을 맞는다. 15도로 목례하는 그리팅맨의 자세는 우리 일행뿐만 아니라 북쪽 방향의 태풍전망대로 향하고 있다. 이는 북한과 화해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실제로 그리팅맨 작가는 마주 보이는 북한에 같은 그리팅맨을 설치하는 것이 소원이라 한다. 그렇게 되면 인사하는 두 조형물이 남북 평화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AD
연강 나룻길의 백미는 '여울길'이다. 여울은 강바닥이 얕거나 폭이 좁아지면 물살이 세지는 것을 말한다. 임진강은 강줄기가 휘거나 폭이 좁아지면서 유속이 빠른 여울이 많다. 한탄강을 만나 수량이 많아지면 물살이 느려지는 대신 곳곳에 크고 작은 물길이 형성돼 연천(漣川)이라는 지명을 낳았다.

연강 나룻길의 여울길은 임진강 물결이 오르고 내리듯 길게 이어지면서 '청산도 서편제길'을 연상시킨다. 길에 자생하는 개망초 군락이 장관이다. 임진강과 개망초가 연출하는 여울길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다. 여울길에 간간이 나타나는 현무암 지대도 볼거리다.

여울길을 한 시간을 걸었을까. 땀이 나면서 갈증을 느낄 때쯤 뽕나무 열매인 오디를 발견했다. 그냥 지나치려고 했지만 탐스러운 모양에 손이 가고 말았다. 한주먹 오디로 갈증을 해소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연강나룻길 옥녀봉에 설치된 그리팅맨, 북쪽을 향해 공손히 인사하는 자세이다.
연강나룻길 옥녀봉에 설치된 그리팅맨, 북쪽을 향해 공손히 인사하는 자세이다. ⓒ 이혁진
 연강나룻길 풍경, 청산도 서편제길을 연상시킨다.
연강나룻길 풍경, 청산도 서편제길을 연상시킨다. ⓒ 이혁진
 연강나룻길의 뽕나무 열매 오디
연강나룻길의 뽕나무 열매 오디 ⓒ 이혁진

여울길 구간의 매력은 역시 임진강 풍치다. 그중 '개안마루'에서 보는 임진강이 압권이다. 겸제 정선은 '연강임술첩'에서 임진강 풍류를 예찬하며 임진강을 연강이라 달리 불렀다. 연강의 연은 잔물결이다. '개안'은 아름다운 연강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는 의미다.

접경지역 연천은 임진강을 빼고 논할 수 없다. 임진강이 연천군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진강은 함경남도 마식령에서 발원해 휴전선을 넘어 연천에 들어 흐르다 한탄강과 합류한다. 합수머리라는 이곳은 남북한의 정중앙으로 '한반도통일미래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합수는 서남쪽으로 방향을 바꾼 후 파주 교하에서 한강을 만나 서해로 흐른다.

태풍전망대... 남북의 평화를 기원하다

이번 여정에는 '태풍전망대'를 넣었다. '연천 9경'에 태풍전망대가 포함된 것은 안보시설을 넘어 자연 그대로 비경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을 끼고 있는 DMZ의 생생한 자연환경을 볼 수 있다. 이날 북방한계철책선의 초소도 선명했다. 이곳은 6.25 전쟁 휴전을 앞두고 고지전으로 치열했다.

또한 태풍전망대에서 인상 깊은 시설은 'UN 미국군전사자 36,940위 충혼비'다. 6.25 당시 이름도 생소한 한국에서 미국의 젊은이들이 북한과 중공군의 남침을 막겠다며 산화한 것이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참전지원 규모로 평화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운다. 태풍전망대를 관람하려면 일주일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한다. 관람 시 신분증도 지참해야 한다.

 태풍전망대 표지석
태풍전망대 표지석 ⓒ 이혁진
 대풍전망대 유엔미군전사자충혼비
대풍전망대 유엔미군전사자충혼비 ⓒ 이혁진
 임진강 평화습지원, 이곳은 두루미 철새도래지로 유명하다.
임진강 평화습지원, 이곳은 두루미 철새도래지로 유명하다. ⓒ 이혁진
 임진강평화습지원 물억새
임진강평화습지원 물억새 ⓒ 이혁진

마지막으로 '임진강 평화습지원'에서 강길을 따라 산책했다. 연강나룻길과 태풍전망대에서 임진강을 멀리 조망하다 강변을 직접 걷는 체험이다. 바람에 일렁이는 물억새가 춤을 추고 있었다. 이곳은 천연기념물 겨울철새 두루미 서식지로 10월부터 4개월간 철새도래지로 유명하다. 해마다 6백 마리 두루미가 이곳을 찾아 겨울을 나고 돌아간다.

연천은 면적의 삼분의 일이 남방한계선이고 또 다른 삼분의 일이 민통선 구역으로 인구가 적은 편이다(2026년 4월 현재 42,814명). 그러나 주상절리로 유명한 세계지질공원과 최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관광객들이 증가하고 있다.

연천은 어머니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묘소를 들를 때마다 연천을 한 바퀴 돌아보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몇 군데 돌았다. 가는 곳마다 북녘에서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지하에 계신 어머니도 남북의 평화를 바라실 것이다. 다음 기회가 되면 세계지질공원의 '임진강주상절리'를 걸어 볼 계획이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연강나룻길#연강#임진강#태풍전망대#그리팅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독자의견0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