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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후 을지로~종각 일대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예수로 분장한 한 청년이 축제 참가자들과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13일 오후 을지로~종각 일대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예수로 분장한 한 청년이 축제 참가자들과 인증 사진을 찍고 있다. ⓒ 지유석

정말 모처럼 13일 오후 서울 을지로입구 일대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했다. 가장 최근에 참여했던 시점이 지난 2022년이었으니 햇수로 4년 만이다.

그간 서울광장에서 열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2023년과 2024년 연거푸 장소 사용을 허가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

행사장은 종각에서 을지로 롯데백화점 본점으로 넘어오는 도로를 막아 마련했다. 그런데 모양새가 서울광장의 푸른 잔디에서 '길바닥'으로 밀려난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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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축제열기는 여전했다. 올해 축제장 분위기는 4년 전과 비할 수 없을 만큼 활기 넘쳤다. 축제장을 찾은 주한 외국인들의 반응도 좋았다.

현장에서 만난 미국인 유학생 마거릿씨(가명)는 "고향이 진보 성향이 강한 클리블랜드다. 그곳에서도 퀴어 축제를 봤었는데, 한국의 축제가 훨씬 더 재밌다"라고 말했다.

해마다 퀴어축제가 열리면 늘 개신교계 단체의 맞불집회가 같이 열린다. 이날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개신교계 단체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를 열고 퀴어 축제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편으론 다행이다. 비록 서울광장에서 밀려났지만, 적어도 확성기를 타고 퍼지는 개신교계 단체의 혐오 메시지가 축제장까지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다행스럽게 느끼는 건, 개신교인들 사이에서도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광장엔 예수로 분장한 청년이 지나는 이들과 부지런히 인증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청년은 "성소수자를 포용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13일 오후 을지로~종각 일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성소수자를 향한 그리스도인의 연대의 메시지가 축제장 한쪽을 가득 메웠다.
13일 오후 을지로~종각 일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성소수자를 향한 그리스도인의 연대의 메시지가 축제장 한쪽을 가득 메웠다. ⓒ 지유석
 13일 오후 을지로~종각 일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성소수자를 향한 그리스도인의 연대의 메시지가 축제장 한쪽을 가득 메웠다.
13일 오후 을지로~종각 일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성소수자를 향한 그리스도인의 연대의 메시지가 축제장 한쪽을 가득 메웠다. ⓒ 지유석

성소수자를 축복하러 나온 한 목회자는 "성소수자를 향한 개신교계의 혐오는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최근엔 더 후퇴한 모습이다"며 "최근 개신교 교세는 눈에 띄게 위축되고 있는데, 혐오 선동과 무관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퀴어축제 참여 인파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반면 개신교계의 맞불집회 규모는 점점 위축되는 모양새다. 이날 퀴어축제 행사장엔 인파가 발 디딜 틈 없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한 시민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어디서 다 모였을까"하고 놀라워했다.

 13일 오후 보수 개신교계 단체가 주축이 돼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가 열렸다. 그런데 분위기는 한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13일 오후 보수 개신교계 단체가 주축이 돼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가 열렸다. 그런데 분위기는 한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 지유석

그러나 맞불 집회로 열린 보수 개신교계 집회 참여 인원은 서울시의회 앞 대로변 한 블록을 다 채우지 못했다. 4년 전 신도들로 덕수궁까지 인파가 몰린 점을 감안해 볼 때 초라하다는 인상마저 받는다.

예수 그리스도는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셨고, 원수마저 사랑하라고 가르치셨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소수자 인권 보호와 개신교계가 주장하는 동성애는 아무런 상관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개신교 교회는 성소수자를 죄악시하며 혐오 선동에 앞장섰고,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극력 가로막았다.

 13일 오후 을지로~종각 일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13일 오후 을지로~종각 일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 지유석
 13일 오후 을지로~종각 일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한 참가자가 '퀴어퍼레이드 지지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13일 오후 을지로~종각 일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린 가운데, 한 참가자가 '퀴어퍼레이드 지지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 지유석

13일 퀴어축제가 펼쳐진 광장은 더 이상 신앙의 이름으로 혐오가 정당화될 수 없음을 보여줬다. 광장의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복음은 사랑과 포용임을 분명히 했다.

이제 광장의 메시지에 정치가 응답할 차례다. 그간 정부·여당인 민주당은 의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차별금지법 제정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지역구 내 중·대형 교회의 표를 의식해서다. 그래서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할 때마다 여당은 '사회적 합의'라는 모호한 이유를 내세우며 미뤄왔다.

그러나 앞서 적었듯,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의 무시할 수 없는 구성원이고 개신교 교회에 다니는 이들 사이에서도 성소수자를 포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이 소수에 불과한 목소리 큰 대형교회에 포획돼 사회적 흐름을 놓친다면 가까운 장래에 다수당 지위마저 위태로울 수 있음을 경고하고자 한다.

#퀴어축제#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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