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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가 쓴 글을 매일 고치고 다듬는 사람의 이야기. 인공지능(AI)이 쓰고 고치는 시대에, 인간이 쓰고 고치는 마음을 찬찬히 담아 봅니다.
메모장에 써둔 '퇴고는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이라는 문장을 읽고 생각해 봤다. 다른 좋은 표현으로 바꾸고, 틀린 걸 고치고, 분량을 덜어내고, 빠진 내용을 채워 넣고 하는 게 퇴고인데 따져보면 분량을 늘리기보다 줄이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긴 했다. 그렇다. 퇴고는 줄이는 거다.

물론 줄이기 전에 필요한 게 있다. 원고다. 퇴고는 기본적으로 원고가 있어야 한다. 원고 없이는 퇴고도 없다. 그러니 일단은 써야 한다. 쓸 때는 신나게 쓰자.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지. 쓸 때는 신나게 쓸 수 있어도 고칠 때는 신나게 뺄 수 없으니. 애써 쓴 글이 아까워서다.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제발 끝까지 읽어주시라. 빼기 아까운 글은 없다고 봐야 한다. 뒀다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되니까. 아까운 게 아니라 '킵'하는 거다. 노트북이든 태플릿이든 핸드폰이든 저장만 잘해두면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요, 자고 나면 사라지는 것도 아닌 게 글이다. 그러니 아낌없이 빼고 고치자. 킵 해둔 건 따로 요긴하게 쓸 데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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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무언가를 바라고 얻고자 하는 그 마음에 브레이크를 걸자. 의욕이 지나치면 과욕이 되니까. 글이 길면 과욕이 느껴진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네 싶다. 두 개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 하나의 주제로 흐르지 않아 몰입이 안 되니 완성도에서 아쉽다. 각각의 이야기로 따로 쓰면 훨씬 좋을 이야기들을 무리하게 엮어 보낸 글은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원고가 길어져서 고민일 때, 한 가지만 떠올려보자. 분량이다. 분량이 정해져 있는 글이라면 거기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빼도 되는 내용인가 아닌가를 한 번 더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런 습관은 퇴고만이 아니라 쓰기에도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 글 한 편을 완성했다 싶으면 거의 평균 2500자 내외로 마무리된다. 크게 그 범위를 넘긴 적이 없다. 이 연재 기사의 경우도 제일 긴 글은 3000자, 제일 짧은 글은 2100자 정도이고 대부분은 2500자 내외였다.

말을 장황하게 하는 사람보다 핵심만 딱딱 짚어서 일목요연하게 하는 사람의 말에 더 귀 기울이게 되는 것처럼 글도 그렇다. 제한된 분량에서 하고 싶은 말이 정확히 드러나야 독자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줄이고 줄이고 줄이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 ⓒ 오마이뉴스

지난 3월이었나. 유튜브 <요정재형>에서 정재형이 가수 이소라와 나눈 대화 가운데 퇴고와도 연결되는 내용이라 메모해 둔 장면이 있었다. 정재형이 "소라의 가사는 되게 그림 같기도 하고 회화적이기도 하고 어떨 땐 되게 소설처럼... 얘(소라)가 작가가 돼서 독자를 되게 이상한 곳으로 끌고 가기도 하고. 그런데 난 그거가 되게 아름다운 거, 아름다운 여행이라고 생각하고"라고 말을 건네자 돌아온 이소라의 대답.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바꾸는 작업, 나 그게 너무 좋아. 근데 그게 좀 정제된 가사 있잖아. 가사를 쓰기 시작하면 막 줄여 나가거든. 계속 어떤 감정을, 소설처럼 이렇게 늘어져 있는 거를 줄이고 줄이고 줄여서 그 멜로디 안에 넣어야 되니까. 그러면서 그 단어가 만약에 재형이 노래라면, 재형이 정서에 맞는 단어들이 가사에 쏙쏙 들어가야 되고. 그러니까 너무 신경 써야 될 게 많은데... 거기에 또 내 마음이 담겨야 되고, 대중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에 너무 어려우면 안 되고. 어, 그러니까 가사를 쓴다는 건 사실 진짜 시인들이 시를 쓰실 때처럼 그렇게 굉장한 집중도가 필요한 일이야."

퇴고에서 중요한 두 가지를 짚고 있다고 생각했다. 멜로디 안에 넣을 수 있게 문장을 줄이고 줄인다는 것, 그리고 시인들이 시를 쓸 때처럼 굉장한 집중을 요한다는 것. 가사 쓰기는 가사 한 문장, 한 문장을 지었다가 이어 붙이는 일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소설처럼 늘어져 있는 문장을 줄여 나가는 것도 가사 쓰기였다.

늘어져 있는 내용을 줄인 어떤 글은 에세이라 부르고, 거기서 더 줄인 것은 노래 가사가 되기도 하며, 거기서 더 정제하면 시가 되기도 하는구나. 반대로 한 문장의 시에서 에세이를, 에세이의 문장을 더 구체적으로 풀면 소설이 되기도 하겠구나.

그리고 이러한 작업에는 이소라의 말마따나 꽤나 큰 집중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나도 퇴고할 때는 누가 옆으로 지나가는지 모를 때가 많다. 부러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기도 하고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은 듣지 않는다.

까다로운 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몰입 후에 오는 감정을 마주하는 기쁨도 크다. 이를테면 후련함, 시원함, 개운함. 정상에 올랐을 때 '야호' 하고 싶은 마음. 물론 반대의 감정도 있지만 어쨌든 끝난 건 끝난 것이니까. 이번 원고도 이걸로 끝이다. 최최최최종이다.

#편집기자#썼으면고쳐야지#퇴고하는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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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썼으면 고쳐야지

최은경 (nuri78) 내방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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