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여성들이 생리통을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도 아팠고 친구들도 다 아프다고 하니 참고 견디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생리통은 단순히 참아야 하는 불편함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물론 생리 때 어느 정도 아랫배가 묵직하고 불편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자궁은 한 달 동안 임신을 준비하며 자궁내막이라는 포근한 침대를 만들어 놓았다가 임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를 밖으로 내보냅니다.
이 과정에서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지고, 이 물질이 자궁 근육을 수축시켜 생리혈을 배출합니다.
쉽게 말하면 자궁이 한 달 동안 준비했던 방을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 수축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통증도 심해집니다. 문제는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생리량이 갑자기 많아질 때입니다. 진통제를 먹어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아프거나, 덩어리 혈이 많이 나오거나, 생리 기간이 길어진다면 단순한 생리통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이때는 자궁 안에서 다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을 살펴봐야 합니다. 대표적인 질환이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입니다. 자궁근종은 자궁 근육에 생긴 양성 혹입니다.
쉽게 말하면 자궁 벽에 생긴 "덩어리"입니다. 자궁선근증은 자궁 안쪽 내막 조직이 자궁 벽 속으로 파고든 것처럼 보이는 질환입니다. 의학적으로는 자궁내막과 비슷한 조직이 자궁 근육층 안에 자리 잡으면서 자궁벽이 두꺼워지고 자궁 전체가 커지는 병입니다.
그래서 근종이 벽에 생긴 혹이라면, 선근증은 벽 자체가 두꺼워지는 병에 가깝습니다. 자궁근종은 혹의 경계가 비교적 분명한 경우가 많아 혹만 제거하는 치료가 가능할 때도 있지만, 자궁선근증은 경계가 흐릿한 경우가 많아 치료가 더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마치 벽에 박힌 못을 빼는 것과 벽 전체에 스며든 물기를 말리는 것이 다른 것과 비슷합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자궁 밖으로 이사 간 것처럼 보이는 질환입니다. 의학적으로는 자궁내막과 비슷한 조직이 난소, 나팔관, 골반, 장 주변 같은 자궁 밖에서 자라며 염증과 통증을 일으키는 병입니다.
쉽게 정리하면 자궁근종은 "자궁 벽에 생긴 혹", 자궁선근증은 "자궁 벽 속으로 파고든 내막", 자궁내막증은 "자궁 밖으로 이사 간 내막"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 세 질환은 모습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생리통, 과다출혈, 골반 통증, 빈혈, 난임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궁근종은 여성에게 가장 흔한 양성 종양이고,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이나 초음파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근종이 커지면 방광을 눌러 소변을 자주 보게 하고, 직장을 눌러 변비나 배변 불편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궁 안쪽 가까이에 생기면 생리량이 많아지고 덩어리 혈이 나오며 빈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궁선근증은 특히 심한 생리통과 과다출혈을 잘 일으킵니다. 자궁벽 안에 자리 잡은 내막과 비슷한 조직이 생리 주기마다 자극을 받으면서 자궁 전체가 붓고 단단해지는 것처럼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여성들은 생리 때마다 아랫배가 쥐어짜듯 아프고, 허리와 골반까지 무겁게 아프다고 표현합니다.
자궁내막증은 생리통뿐 아니라 생리 때 배변 통증, 골반 통증, 성교통, 난임과도 관련될 수 있습니다. 특히 생리 중 대변을 볼 때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거나, 통증이 매달 점점 심해진다면 단순한 생리통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이라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자궁 안쪽에 생긴 근종은 수정란이 착상할 공간을 방해할 수 있고, 자궁선근증은 자궁벽과 내막의 균형을 깨뜨려 임신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자궁내막증은 골반 안의 염증과 유착으로 난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자궁 질환은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초음파 검사만으로도 자궁의 크기와 모양, 근종의 위치와 크기, 선근증이 의심되는 자궁벽 변화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여성들이 산부인과 방문을 미룹니다. 임신한 사람만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거나 검사가 부끄럽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궁 질환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발생하며, 20~30대 젊은 여성에게도 나타납니다. 많은 분들이 자궁 건강에 좋은 음식이나 영양제를 묻습니다.
아쉽게도 특정 음식 하나가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을 없애 주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몸이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도록 돕는 식습관은 중요합니다. 비타민 D는 면역 조절과 세포 성장에 관여하고, 부족한 여성에서 자궁근종이 더 흔하게 발견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비타민 D는 햇볕을 통해 만들어지지만 음식으로는 고등어, 꽁치, 삼치 같은 생선에서도 얻을 수 있습니다.
철분은 더 현실적으로 중요합니다. 생리량이 많아지면 몸속 철분 저장고가 비어 가면서 빈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완도처럼 바다와 가까운 지역에서는 고등어, 삼치 같은 생선과 함께 굴, 홍합, 바지락 같은 조개류를 식탁에 올리면 철분 보충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미역, 다시마, 김 같은 해조류는 다양한 미네랄을 더해 주는 좋은 식탁 친구가 됩니다. 생리는 매달 찾아오는 귀찮은 손님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건강 보고서입니다.
생리통이 점점 심해지거나, 생리량이 많아지거나, 어지럽고 피곤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그 보고서에 빨간 줄이 그어진 것입니다.
여성의 건강은 참는다고 좋아지지 않습니다.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조금만 더 귀를 기울여 보십시오. 그것이 건강한 자궁과 건강한 미래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약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