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광현 국세청장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국민주권정부 국세청의 지난 1년간 핵심 성과와 2년 차 주요 업무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 국세청
국세청이 기존 '국세 징수기관'을 넘어 '통합 재정수입기관'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국세뿐 아니라 각 부처와 기관에 흩어져 있는 국세외 수입 체납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하고, 국가 재정수입을 총괄하는 부서로 대대적인 변화를 꾀한다. 또 반 사회적인 세금 탈루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11일 국민주권정부 1년 국세행정 성과와 향후 업무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임 청장은 "지난 1년은 반칙과 특권을 걷어내고 조세정의를 바로 세운 한 해였다"면서 "앞으로 1년은 국민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로 보답하는 대도약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직접 밝힌 향후 국세 행정의 핵심 방향은 크게 세가지다. 국세외 수입 통합징수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국세행정 전환 그리고 반사회적 탈세·체납에 대한 강력 대응이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국세청의 역할 변화다. 현재 국세외수입은 300여 개 법률에 따라 각 기관이 제각각 관리하고 있다. 과태료, 부담금, 변상금 등 성격도 다양하고 관리 주체도 흩어져 있다. 이 때문에 체납이 발생해도 징수 절차가 복잡하고, 체납자의 소득·재산 정보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국세청의 역할 대대적 변신 꾀한다...징수기관에서 국가 재정수입 통합관리 기관으로

▲국세청의 국세외수입 통합징수 방향 ⓒ 국세청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세청이 직접 국세외수입 체납액에 대한 통합징수를 본격 추진한다. 오는 7월부터 '국세외수입 체납관리단'을 통해 체납자 실태점검에 들어가고, 이후 체납자별 상황에 맞는 징수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임 청장은 "국세외수입 통합징수법 제정과 전산 인프라, 조직·인력 정비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국세청은 이를 통해 기존의 국세징수기관(NTS, National Tax Service) 에서 국가 통합재정수입기관(KRS, Korea Revenue Service)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세금을 걷는 기관을 넘어, 국가 재정수입 전반을 통합 관리하는 기관으로 역할을 넓히겠다는 뜻이다. 국세외수입을 통합징수하는 노르웨이 국세청 사례도 제시했다.
2년 차 국세행정의 또 다른 축은 탈세 대응이다. 국세청은 올해 물가, 주식시장, 부동산 탈세 등 국민 생활과 시장 질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 조사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우선 물가 탈세는 서민 생활과 직결된다. 임 청장은 "가격담합이나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원자잿값 상승 등을 이유로 과도하게 가격을 올린 민생침해 탈세자에 대해 조사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생활물가 밀접 업종, 시장교란 행위, 생필품 폭리, 장바구니 물가 불안 야기 업종 등이 주요 대상이다.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도 마찬가지다. 국세청은 주가조작 세력, 터널링, 즉 자산·이익 빼돌리기, 불법 리딩방 등 자본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자본시장 활성화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로 얻은 이익을 세금으로 적극 환수하겠다는 것.
물가, 주식시장, 부동산 탈세와 체납 등 국세청 조사역량 집중
부동산 탈세 역시 국세청이 강하게 들여다보는 분야다. 대출규제를 우회한 고가주택 취득, 부모 찬스를 활용한 초고가주택 취득, 고가아파트 증여거래, 법인 소유 고가주택의 사적 사용 등이 검증 대상이다. 국세청은 올해 하반기 사업자대출을 유용한 주택 취득 사례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자금 출처와 실제 사용처가 다른 부동산 거래를 정밀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체납 대응도 강화된다. 국세청은 1만 명 규모의 체납관리단을 본격 가동한다. 체납자의 실태를 면밀히 확인해 악의적 체납에는 엄정 대응하고, 생계형 소액체납자에게는 재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이미 지난 3월부터 이번 달 초까지 운영된 국세 체납관리단은 151억2000만 원의 징수 실적을 올렸다.
국세청은 AI를 활용한 국세행정 전환도 예고했다. 올해 생성형 AI 챗봇과 전화상담, 홈택스 AI 검색 등 국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AI 사업에 착수한다. 또 2028년부터 AI가 세금 신고서를 자동으로 작성하고 맞춤형 세무컨설팅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추진한다.
세무조사 영역에도 AI가 도입된다. 국세청은 수십 년간 축적한 세무조사 노하우를 AI에 학습시켜, 기업의 재무제표 등 기본정보만 입력해도 탈세 혐의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납세 서비스는 더 편리하게 만들되, 악의적 탈세에는 더 정교하게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세청 혁신의 배경에는 반사회적 탈세 대응...고액상습체납 추적조사로 3조1천억 징수

▲국민정부출범 1년 국세청의 주요성과 ⓒ 국세청
이같은 국세청의 대대적인 변화 배경에는 지난 1년간의 성과가 자리잡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반사회적 탈세 대응이다. 새 정부 첫 기획조사로 주식시장 불공정 탈세 27건을 조사해 2576억 원을 추징하고 38건을 범칙처분했다. 이후 올해 5월에는 주가조작, 터널링, 불법 리딩방 등 31건에 대한 2차 조사에도 착수했다.
물가상승 조장 탈세에 대해서도 네 차례에 걸친 대대적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현재까지 117건을 조사해 3084억 원을 추징하고, 21건을 범칙처분했다. 국세청은 이를 두고 조세정의뿐 아니라 서민 물가안정에도 기여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탈세 대응도 이어졌다. 국세청은 대출규제 시행 직후 늘어난 외국인 고가주택 취득자 49건을 검증해 86억 원을 추징했다. 또 '부모 찬스'를 이용해 초고가주택을 취득한 연소자 등 104건을 검증해 318억 원을 추징했다. 강남4구와 마포, 용산, 성동 등 고가아파트 증여거래 103건에 대해서도 77억 원을 추징했다.
고액·상습 체납자 대응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국세청은 체납관리단을 처음 출범시키고, 고액체납자 특별기동반과 지방자치단체 합동수색 등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추적조사로 3조1000억 원을 징수했다. 이는 국세청 개청 이래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해외 은닉재산 환수도 확대돼 지난 1년 동안 339억 원을 환수했다.
다만 국세청은 강한 조사와 징수만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성실 납세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세정지원도 함께 추진했다고 밝혔다. 중동전쟁 피해기업 32만 개와 관세 피해 수출기업 2만4000개에는 납부기한 연장과 환급금 조기지급을 지원했다. 매출액 10억 원 미만 소상공인 1243만 개, 착한가격업소와 스타트업 등에 대해서는 정기 세무조사를 유예했다.
기존 세무조사 관행도 바꿨다. 조사팀이 기업 사무실에 장기간 상주하던 방식을 줄이고, 필요한 경우에만 현장 상주조사를 하도록 했다. 국세청은 실제 88%의 조사에서 현장 상주 기간이 줄었다고 밝혔다. 정기 세무조사 시기도 납세자가 3개월 범위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임 청장은 "AI 대전환을 반드시 성공시키고, 체납을 일제 정비하며, 통합 재정수입기관으로 거듭나 국민 중심의 세정을 흔들림 없이 펼쳐가겠다"고 말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에서 국민주권정부 국세청의 지난 1년간 핵심 성과와 2년 차 주요 업무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 국세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