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께. 먼저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6월 3일 시민들의 선택으로 새로운 대전시정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6월 5일은 환경의 날이었습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시정이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선거 과정에서 발표된 당선인의 환경공약을 검토했습니다.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시민참여형 햇빛발전소, 햇빛연금, 제로에너지 건축 확대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중앙집중형 전력체계에서 벗어나 지역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에너지전환의 방향성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선언이 아니라 목표와 실행계획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질문을 드립니다. 대전의 재생에너지 전력자립률은 현재 몇 퍼센트이며, 2030년까지 최소 30% 달성을 목표로 할 의향이 있습니까?
현재 대전의 재생에너지 전력자립률은 약 1.6% 수준으로 전국 최하위권입니다. 서울, 인천, 울산과 함께 사실상 꼴찌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반면 강원과 제주, 전남, 전북은 이미 20~30% 수준에 도달했고, 대전과 인구 규모가 비슷한 광주광역시도 5.3% 수준입니다.

▲광역 단위 재생에너지 자립률(에너지전환포럼) ⓒ 에너지전환포럼 화면 갈무리
더 심각한 것은 증가 속도입니다. 에너지전환포럼 분석에 따르면 현재 속도로는 재생에너지 전력자립률 30% 달성이 2214년에 가능하고, 지금보다 두 배 빠르게 확대해도 2119년, 세 배 빠르게 확대해도 2088년에야 가능합니다. 사실상 목표가 없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재생에너지 자립률 달성 시뮬레이션 ⓒ 에너지전환포럼 화면갈무리
대전은 과학도시를 자부하지만 에너지 분야에서는 전국 최하위권의 성적표를 받고 있습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이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도 이를 보여줍니다. 대전지역 공공주차장의 태양광 발전 잠재량은 약 10만 2,774kW로 분석됐습니다. 민간 주차장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잠재량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대학이 가장 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산업단지, 차고지, 공공기관, 공원 등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문제는 잠재력이 아니라 실행입니다. 현재 대전시는 공영주차장 태양광 사업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행 주체가 불분명하고 비예산 사업으로 분류돼 민간 투자에 의존하는 구조입니다. 정책은 있지만 실질적인 추진 동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대전시가 설정한 재생에너지 목표량은 약 1만 2천MW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잠재량은 약 7만 9천MW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활용 가능한 자원의 일부만 목표로 설정한 셈입니다.
그래서 두 번째 질문을 드립니다. 대전시는 재생에너지 잠재량의 극히 일부만 활용하는 현재 계획을 유지할 것입니까 아니면 과감한 확대 목표를 수립할 것입니까?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환경정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산업 정책이고 경제 정책이며 지역의 미래 경쟁력 문제입니다. 애플과 BMW를 비롯한 세계적인 기업들은 공급망 전체에 RE100 참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협력업체들 역시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전은 반도체와 AI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말하면서 정작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은 전국 최하위권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래서 세 번째 질문을 드립니다. 대전의 산업단지와 공장, 연구단지의 재생에너지 직접 생산을 어떻게 확대할 계획입니까?
공장 지붕과 연구시설, 대학 건물, 산업단지 주차장 등은 거대한 발전소가 될 수 있습니다. 소비지가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기업의 RE100 비용도 낮추고 에너지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산업 입지의 방향입니다.
지금까지는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에서 소비지로 보내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곳으로 산업이 이동하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장거리 송전망에 의존하기보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이는 송전선로 갈등을 줄이는 길이기도 합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송전망은 필요하지만, 소비지가 스스로 생산하는 전력이 많아질수록 불필요한 갈등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권역별 수요여유량 화살표 : 전남·전북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이 이동합니다. 생산지 계통은 꽉 찼고 재생에너지는 출력제어로 버려집니다. ⓒ 에너지전환포럼 화면갈무리
그래서 네 번째 질문을 드립니다. 재생에너지 생산 지역으로 기업을 유치하고, 에너지와 산업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까? 재생에너지 수익을 시민들과 어떻게 나누겠습니까?
에너지전환은 주민들이 희생만 하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학교와 공공기관, 산업단지와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수익이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시민발전소와 에너지협동조합이 확대되어야 합니다.
에너지전환은 단순히 탄소를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 주민 소득을 늘리고 지역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어야 합니다. 공교롭게도 2026년 11월 세계 최고 권위의 태양광 학술행사인 세계태양광총회(WCPEC-9)가 대전에서 개최됩니다.
하지만 지금의 대전은 세계태양광총회를 개최하는 도시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재생에너지 전력자립률은 전국 최하위권이고, 총회 준비 역시 행사 홍보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세계태양광총회를 개최하는 도시라면 단순히 회의장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에너지전환의 모범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허태정 당선인께 부탁드립니다. 앞으로의 4년은 단순히 발전소를 더 짓는 시간이 아니라 대전이 전기를 소비만 하는 도시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도시로 전환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도시의 핵심 성장전략으로 삼고, 분산에너지와 시민참여형 발전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너지 전환 도시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후보시절 환경공약 비교요약 ⓒ 환경운동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은 비판만이 아니라 협력과 제안을 통해 그 길을 함께 만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대전의 미래를 위한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