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교진 교육부 장관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10대 청소년 자살예방 범정부 추진 대책을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10대 청소년 자살 사망자가 최근 10년 사이에 45.1% 증가한 가운데, 교육부 등 관계부처 합동이 과거에 내놓은 내용과 비슷한 '기능과 상황 관리' 위주의 자살 예방 대책을 또 내놨다. "청소년 자살이라는 심각한 국가적 위기 앞에서 원인 진단에 따른 해결 방안을 비켜 간 대책"이라는 비판이 교육계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 "2030년까지 청소년 자살률 2020년 수준으로 감축 목표"
9일 오후 2시, 최교진 교육부장관은 대책 발표에서 "교육부, 국무조정실,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등 15개 부처가 협력하여 '예방-감지-개입-회복-기반 조성'의 5개 전략 아래 추진과제를 마련했다"라면서 "2024년 기준 10만 명당 8.0명인 청소년 자살률을 2030년까지 '2020년 자살률'인 6.5명을 목표로, 2035년까지 '2015년 자살률'인 4.2명을 목표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10대 청소년 자살자는 2025년 396명으로, 10년 전인 2016년 273명보다 123명 늘었다. 45.1% 급증한 것이다.
이날 관계부처 합동이 내놓은 5개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예방] 마음건강 교육 확대 및 자살 유발요인 완화
2. [감지] 고위기 청소년 적기 발견
3. [개입] 고위기 청소년의 상담·치료 지원 확대
4. [회복] 시도자·유족 등의 건강한 회복 지원
5. [기반]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적·환경적 기반 강화
'개입' 부분을 보면 ▲위클래스 설치와 공간 재구조화 ▲위센터(학생 위기상황 종합지원센터) 기능 고도화 지원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 등 전문상담인력 배치 추진 ▲마음바우처 ▲병원형 위센터 ▲청소년 전용 병동·병상 등 확충 등이다.
그런데 이런 내용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과거에도 발표됐거나 추진된 내용이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그 실현이 늦춰진 것들이다.
정부는 '자살 예방을 위한 마음근육 강화'를 위해 "수학여행·체험활동·소풍·운동회 등 공동체 역량 함양에 도움을 주는 교육활동 지원" 등을 넣었다. '자살 예방을 위한 환경적 기반 강화'를 위해 "교량 난간 개량, 고층 건물 출입 차단 장치 설치, 번개탄·마약성분 약물 등 관리 강화" 등의 방안을 내놨다.
전교조 "자살 줄이려면 '입시경쟁 완화' 등 교육체제부터 바꿀 결단 내려야"
관계부처 합동은 이날 대책에서 교육·의료계 전문가들이 청소년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꼽아온 '죽음을 부르는 과열 경쟁교육에 대한 해소'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논평에서 "이번 발표 내용은 청소년 자살 증가라는 국가적 위기 앞에서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대책"이라면서 "청소년 자살을 줄이겠다고 하면서도 청소년을 극한 경쟁으로 내모는 교육 현실은 그대로 둔 채 상담과 치료, 위기학생 관리 대책을 확대하는 데 그쳤다.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를 해결하려면 경쟁교육 체제와 학교 붕괴 현상부터 직시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원인을 외면한 채 결과만 통제하려는 접근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전교조는 "청소년 자살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입시경쟁 완화, 학교 공동체 회복, 정서위기 학생 지원 체계 구축이라는 근본 과제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라면서 "척박한 토양은 그대로 둔 채 시든 꽃만 살리겠다는 접근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청소년 자살을 줄이겠다면 교육체제부터 바꿀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현경희 전교조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에 "청소년 자살 예방의 출발점은 학생에게 '실패해도 끝이 아니다'라는 사회적 확신을 주는 데 있다"라면서 "정부가 입시경쟁 완화와 대학 서열 완화에 대한 패기 있는 신호를 내고, 동시에 이미 경쟁에서 밀려난 학생들을 끝까지 돌보는 현장 지원 체계를 세울 때 비로소 대책은 생명을 살리는 정책이 될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교육부장관 "과열경쟁도 주요한 원인이지만..."
이와 관련, 최교진 교육부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쟁교육 해소 방안' 등의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까닭에 대한 <오마이뉴스> 질문을 받고 "10대 청소년 자살은 한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없는 정말 복합적이고 다양한 원인이 있다"라면서 "그 가운데 지금 과열 경쟁도 하나의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경쟁에 의한 성적에 대한 갈등 때문에 우리 가정 안에서 또 갈등이 유발되기도 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실제로 (과열) 경쟁을 없앨 수 있는 방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을 제도로 만들고 국민적으로 공감대를 얻어서 정책으로 확정될 때까지는 단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