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의 뜨거운 열망이 치솟던 1987년 1월 김언호 대표는 한길사에서 무크 <문학과 역사>를 발행했다.
"민중적 내용을 민족적 형식에 담는다"는 명제를 내걸고 문학과 역사를 탐사하는 종합지이다. 편집위원으로 김윤식·신경림·임헌영·박태순이 참여했다.
소설가 박태순이 '문학과 역사를 말하기 위하여'란 제목의 창간사를 썼다. <사상계>를 통해 문단에 등단하여 <세대> 신인문학상을 받고, 비판적인 문학활동을 해온 소설가이다. 장문의 창간사 앞부분이다.
<문학과 역사>는 오늘의 한국문학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간행되고 있음을 먼저 밝히고자 한다. 곧 오늘의 분단구조 속에서의 정치·경제적인 모순과 정신·문화적인 갈등 양상은 민족의 위중한 현실로 되어 나타나고 있으며, 동시에 문학의 기반을 뒤흔들어놓고 있다.
우리 시대에 문학이 이처럼 분열 분해되어버린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는 사실에 경각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우리는 '큰' 문학을 일으켜 세워야 함을 절감한다. 보다 분명히 말해 문학이 본래의 속성으로 지닌 '큰' 성격과 역할, 그리고 책임을 되찾아 내려는 것이다. 이처럼 위축된 문학은 전혀 제대로의 문학이 아니다.
"문자로 기록된 것은 모두 문학이다"라 한 것은 어느 성실한 외국 학자의 결론이었지만, 우리는 문학으로 탐구해야 할 정신문화작업이 미치지 아니하는 영역은 없다는 것을 먼저 확인한다. 더욱이 역사운동으로 전개시켜야 할 일이 대단히 중요한 민족현실에서는 문학이 반드시 선도적 전위적 '큰' 역할을 확보하여 자임하는 자세에 조금어치의 주저와 회의도 있을 수 없다.
문학은 곧 역사탐구이다. 문학으로 오늘의 역사를 감당하며, 역사에 우리 문학을 올바른 이정표로서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과 역사를 서로 이질화시키고 분리 시키려 하는 참으로 '왜소한' 조건과 제약들을 불식하기 위한 노력이 문학의 내부와 외부를 통해 동시적으로 치열하게 전개되어야 함을 일깨우게 된다. 그와 함께 이 땅에 참다운 문학을 세우기 위해 고난과 역경을 거듭해온 우리 문학운동의 줄기를 올바로 살피어 이를 위한 터전을 굳건히 일구어내고자 하는 노력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여기에 역사와 더불어 달려 나아가야 할 문학의 창작활동 공간을 새롭게 세우고자 하는 바이다.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잡지 창간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