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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아내의 제안으로 여자 풋살 팀 코치가 된 아저씨. 모두 어쩌다 만나게 됐지만 최선을 다하는 이야기를 씁니다.
다른 팀과 평가전을 하던 날이었다. 그날따라 주장이자 에이스인 아톰의 실수가 잦았다. 그녀는 그날 우측 공격수(아라) 자리에서 뛰었는데, 드리블을 칠지, 패스를 줄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 결과 상대 수비 두 명한테 자주 둘러싸였다. 무리하게 위쪽으로 밀어 넣는 패스도 많아졌다. 당연히 패스는 쉽게 차단됐고, 그렇게 우리 팀은 애써 얻은 공격권을 다시 내줘야만 했다.

공격이 끊길 때마다 동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주장에게 향했다. 나도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주장! 공 받기 전에 뭘 할지 판단해야지! 받고 나서 생각하니까 늦잖아!"

너무 목소리를 높였나. 많이 미안하더라. 해산하면서 '주장, 너무 소리쳐서 미안합니다'라고 말하려다 타이밍을 놓쳐서 그냥 보냈다.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꾸 공을 제일 잘 다루는 팀원이 헤매기 시작하면 그 어떤 공격도 전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 먼저 해야하는 것

 경기 영상을 분석하며 알게된 것.
경기 영상을 분석하며 알게된 것. ⓒ pascalswier on Unsplash

하지만 정작 잘못된 건 내 판단이었다. 경기 후 녹화 영상을 돌려보니, 전혀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우리 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할 때, 아톰의 패스를 받아야 할 동료들이 좌우로 충분히 넓게 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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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상대 수비수의 담당 영역이 겹친다. 수비 여럿이 한 선수를 둘러싸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우측에 전술적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었던 셈이다. 주장의 발재간이 아무리 좋아도 다수에게 둘러싸이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코치라면서 경기를 제대로 조망하지 못하고 애꿎은 선수에게 화를 내다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사실 이런 적이 몇 차례 더 있었다. 한 번은 좌측에서 계속 볼을 빼앗긴다는 이유로 미니에게 잔소리를 했다. 그런데 나중에 경기 영상을 돌려보니, 주변 동료들이 과감하게 빈 공간으로 이동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전체 대형이 쪼그라 들었다. 공간이 좁아지니 패스가 쉽게 끊길 수밖에 없었다. 이 경우도 공을 가진 선수의 판단은 문제가 없었다.

흔히 우리는 실수한 선수가 경기를 망친다고 생각한다. 관중들에게 실수는 곧 원인이다. 경기 스코어는 결과다. 하지만 그 반대다. 대부분의 팀 단위 구기 종목에서 실수는 원인이 아니다. 결과다.

그렇다면 실수의 원인은 무엇인가? 상대가 우리의 플레이를 방해하기 때문일 수도, 약속한 팀플레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중요한 사실은 대부분의 실수들이 구조적 스트레스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해서 원인을 파악하려면 실수가 발생한 시점보다 한참 앞 장면을 복기 해야 한다.

개인이 아닌 구조의 문제

지난 3월에 열린 대한민국과 코트디부아르의 평가전(0대 4로 패)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봤다. 코트디부아르가 자기 진영에서 우리 진영 우측으로 롱 패스를 보냈고, 이게 실점으로 이어졌다. 측면 지역은 사실상 무인지경이었다. 측면으로 돌파하는 공격수를 막기 위해 조유민이 뛰어갔지만 막지 못했다.

그때 많은 사람이 실점의 원인이 조유민의 실수에 있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원인은 그 앞 장면에 있었다. 배준호가 우측 센터백을 뒤늦게 압박했다. 정확히는 상대의 윙백을 마크할지, 센터백을 마크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배준호의 뒤를 받쳐주는 윙백 설영우 역시 뒤늦게 압박에 가담했고, 그게 연쇄 작용으로 측면 수비에 균열을 냈다.

그렇다면 첫 번째 실점의 원인은 배준호일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3-4-3' 포메이션에서 전방 압박을 시도할 때는 앞선 세 명의 공격수가 센터백을 압박할지, 윙백을 압박할지 사전에 약속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 2선 3선의 선수들이 그에 맞게 간격을 좁히면서 상대 팀의 패스 경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압박은 한 명이 달려드는 것이 아니라, 팀 단위의 약속 플레이다. 이를 위해서는 진영이 일시에 움직여야 한다.

당시 대표팀의 '3-4-3' 포메이션은 그 부분에서 부족함을 드러냈고, 조유민은 공격수들의 허술한 압박을 커버하기 위해 뒤늦게 측면으로 뛰어갔을 뿐이었다. 결국 이는 경기 운영의 문제다. 당시 대표팀은 전방압박을 시도하면서도 윙백이 높은 위치까지 전진하는 것을 꺼렸다. 더 공세적으로 압박해야 할 상황에도 그랬다.

이러면 우리 쪽 측면 공격수들은 전방 압박 시 누굴 마크해야 할지 혼란에 빠진다. 그 전술적 스트레스가 조유민 선수에게 쏟아졌을 뿐이다. 이를 선수 개개인의 실수로만 치부하는 것은 부당하다. 선수들도 사람이다. 비판과 비난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친선 경기 중 모습.
친선 경기 중 모습. ⓒ 박종원

다시 풋살로 돌아오자. 유럽풋살연맹(UEFA) 코칭 매뉴얼은 "전환(transition)의 실패는 개인이 아닌 구조의 문제"라고 적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술적 스트레스는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될 때, 또는 그 반대 상황에서 증가한다.

즉, 이 부분에서 팀이 문제를 드러냈다면, 코치는 구조적인 원인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왜 그런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복기하고, 다음 경기를 위한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 일상에서, 직장에서 나는 타인의 실수를 어떻게 받아 들였던가. 반대로 타인들은 나의 실수에 어떻게 반응 했던가. 곱씹어 보면 크게 다가오는 사건들이 몇 있다. 그 맥락 위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누가 그랬지?'식의 범인 찾기가 생산적으로 작동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걸.

#풋살#여자풋살#축구#여자축구#북중미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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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매코치의 풋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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