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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모든 장면은 협업의 결과물입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감독의 얘기를 듣고, 그 장면 뒤 숨은 주인공을 만나봅니다.

 영화 <살목지>에서 관객들 다수가 공포감을 느꼈다고 평한 33신. 극 중 경준(오동민)과 성빈(윤재찬)이 물수제비를 만들기 위해 던진 돌이 되돌아오는 장면이디.
영화 <살목지>에서 관객들 다수가 공포감을 느꼈다고 평한 33신. 극 중 경준(오동민)과 성빈(윤재찬)이 물수제비를 만들기 위해 던진 돌이 되돌아오는 장면이디. ⓒ 쇼박스

* '그 장면, 이 사람 - 영화 '살목지'①'에서 이어집니다.

촬영 경력 25년 차 베테랑임에도 공포영화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영화 <살목지>의 김성안 촬영감독 이야기다. <화산고>(2001) 촬영팀에 합류한 뒤 줄곧 현장에서 카메라를 잡아 온 그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탈주>(2024) 같은 액션, <파일럿>(2024) 같은 코미디, <집으로 가는 길>(2013) 같은 절절한 드라마 등을 경험했다. 그만큼 두루 장르를 섭렵했다지만, 공포영화만큼은 그에게도 도전이었던 셈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4월 8일 개봉한 <살목지>는 5월 17일 기준 누적 관객 수 315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한국 공포영화 1위에 올랐다. 종전 1위였던 <장화, 홍련>(누적 관객 314만 명)이 2003년 작품이니 23년 만에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지난 5월 21일 서울 양평동 인근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제가 바라보는 사랑의 시선이 궁금해서 사랑영화를 하듯, 공포영화를 스스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증이 컸던 차에 기회가 주어졌다"며 "고생했지만 결과도 되게 좋게 나와서 요즘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앞서 인터뷰에서 이상민 감독은 "수중촬영 경험이 없는 신인 감독에게 촬영감독님의 존재는 큰 힘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김 감독 또한 "제작사를 통해 2024년 말인가에 제안이 왔는데 이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에 공들인 게 느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관객의 장면] 되돌아오는 물수제비... "심장 아플 정도로 무서웠다" 후기 이어져

 영화 <살목지>의 김성안 촬영감독.
영화 <살목지>의 김성안 촬영감독. ⓒ 이선필

공포영화인만큼 관객들 사이에선 가장 무서웠던 장면들이 회자되고 있다. 특히 블로그나 관람평,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반복 언급되는 장면이 있으니 바로 영화 중반부에 등장하는 물수제비 장면이었다. 촬영 콘티 상 33신에 해당한다. 살목지에 발을 들인 등장인물들이 결코 쉽게 그곳을 빠져나갈 수 없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 장면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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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형체가 찍힌 로드뷰 일부를 재촬영하기 위해 한수인 피디(김혜윤)와 동료 4명이 살목지를 찾는다. 작업이 지지부진한 틈을 타 경준(오동민)과 성빈(윤재찬)은 저수지 한쪽에서 납작한 돌을 번갈아 던지며 물수제비 내기를 한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무렵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던진 돌이 수면에서 튀는 소리를 세며 키득거린다. 그러다 경준이 던진 돌 하나가 수면 위를 한참 가르더니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소리가 점차 커진다. 그리고 돌연 경준의 얼굴을 향해 빠르게 되돌아 날아온다. 가까스로 피한 경준의 한쪽 볼에 날카로운 상처가 생긴다.

"그 물수제비 신 진짜 괜찮던데 공포영화 마니아인데 진짜 감탄하면서 봄", "그 장면 진짜 심장 아파 너무 무서워" (이상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게시글), "만약 <살목지>가 그저 그런 영화로 잊힌다 해도 물수제비 장면은 계속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mimi***, 네이버 블로그 글) 등의 반응에서 해당 장면의 파급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주연 배우 김혜윤 또한 언론 인터뷰에서 "제일 무서운 장면이었다. (돌이) 다시 돌아오는 게 시각적인 공포도 있었지만, 소리가 주는 공포가 엄청나게 컸다"고 말하기도 했다.

"솔직히 그 장면을 많이 언급하실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공포 장르가 워낙 호불호가 강해서 그저 영화가 손해만 안 봤으면 하는 마음뿐이었거든. 물론 공들여 찍긴 했다. 등장인물들이 살목지에서 맞이하는 첫 밤이고, 공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흐름이니까. 자세히 보시면 부감(위에서 바라보는)을 많이 사용했다. 누군가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가장 중요했던 게 물수제비를 어디까지 보여줘야 하나였다.

일부를 어둡게 가리고 소리만 들리게끔 한 채 직부감(Top-Down View, 카메라를 지면과 수직으로 놓고 촬영하는 방식)으로 찍었지. 그들이 딱 저수지에 갇혀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이제야 말할 수 있지만 직부감 샷이 들어갈 때마다 등장인물이 사망하도록 콘티 단계 때부터 설계했다. 물수제비 장면 이후로 등장인물들이 흩어지게 되는데 그때부터 인물별로 카메라를 배치해서 공포감을 극대화하려 했다."

김 감독은 "<살목지>의 소재가 물귀신이라 더 끌렸다"고도 했다. "홀린다는 설정 때문"이었다. 그는 "다른 공포영화와 다르게 현실감이 느껴지는 게 중요했다"며 "관객들도 살목지에 있듯 공포감을 느낄 수 있게, 암부(어둡게 처리한 부분)를 얼마나 만들지 감독님과 가장 많이 상의했다"고 말했다.

"극한의 공포감을 위해 얼마나 안 보여줄지가 더 중요한 영화였다. 물수제비 장면도 사실은 밝게 처리한 편에 속한다. 조명기가 나무에 걸려 있었으니까. 영화 설정상 그게 돌에 맞아 깨진 뒤로 후반부엔 주로 간접조명만 사용했다. 다른 공포영화처럼 뭔가를 보여주려 하면 <살목지>의 현실감은 더 떨어질 거란 합의가 미리 있었다. 분위기와 뉘앙스로 등장인물을 좁혀오는 느낌을 가져가려 했다. 자칫 너무 답답하게 보일까 걱정도 했는데 그 적정선을 찾는 게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김성안 촬영감독의 장면] 딱 한 번의 수중 촬영... "실제 숨 참는 시간 그대로 적용"

 영화 <살목지>의 김성안 촬영감독.
영화 <살목지>의 김성안 촬영감독. ⓒ 이선필

<살목지> 후반부에 등장하는 수중 장면은 김 감독이 가장 공들였고, 그만큼 고민이 많았던 장면이었다. 이상민 감독이 꼽은 회심의 장면이기도 하다.

직장 선배 교식(김준한)으로 분한 귀신에 홀려 물에 빠지게 된 수인. 그리고 그를 구하기 위해 살목지로 뛰어든 기태(이종원)는 물속의 괴이한 풍경에 압도당한다. 수의를 입힌 듯한 시신들이 저수지 바닥에 빼곡했고, 심지어 꼿꼿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시체를 이리저리 헤쳐가며 겨우 수인을 수면으로 올려보낸 기태는 물귀신에게 붙잡혀 밑으로 가라앉고 만다.

실제 크기와 동일하게 수조 세트를 만들었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틈틈이 동선을 맞추고 리허설을 하며 촬영한 결과였다. 김 감독은 "철저하게 연습하고 일주일간 준비한 뒤 3회차에 걸쳐 촬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영화에 딱 한 번 등장하는 물속 장면이었다. 물귀신 영화이니 한 번은 나와야 했다. 미술감독님과도 어떻게 세트를 구현할지 엄청 많이 얘기했다. 제가 직접 보진 못했지만 조사해 보니 귀신에게 홀려 물속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대부분 바닥에 꼿꼿하게 서 있게 된다더라. 저수지의 탁함 정도도 세밀하게 설계했다. 실제로는 물속에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우린 어느 정도 형체는 보이도록 설정한 것이지.

수인을 찾아 구하는 과정도 인간이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을 넘지 않도록 했다. 그런 설정 하나로 현실감을 깨거나 더할 수 있거든. 이런 준비 과정이 중요했던 게 수조 세트에 한 번 물을 채워버리면 그 뒤론 수정할 수가 없거든. 감독님께 물을 넣기 전 제가 여러 변수를 설명했더니 좋아하셨다. 산소를 언제 얼마나 공급해 줘야 하는지, 나뭇가지에 배우들과 스태프가 걸리지는 않을지, 조명을 어느 정도 줘야 할지 등이었다."

수면 촬영에선 새로운 방식도 도입했다. 김 감독은 "드론을 띄우지 않고 작은 보트를 하나 만들어 띄워 뗏목처럼 이용했다"며 설명을 이었다.

"드론이나 모터가 달린 배는 소음 문제가 있었다. 고요하게 수면을 흘러가야 했기에 스티로폼 튜브에 카메라를 얹어놓고 배우들을 쭉 따라다니며 촬영하도록 했지. 그래서 초근접 촬영이 가능했다. 특히 드론을 띄우면 주변 나뭇가지나 잎들이 날리는 문제가 있더라."

공간과 인물의 감정을 보는 눈

 영화 <살목지> 촬영 현장. 김성안 촬영감독(왼쪽)이 핸드폰으로 구도를 잡고 있는 모습.
영화 <살목지> 촬영 현장. 김성안 촬영감독(왼쪽)이 핸드폰으로 구도를 잡고 있는 모습. ⓒ 쇼박스

김 감독은 수중과 수면 촬영에서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촬영지였던 저수지들 바닥의 깊이가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깊은 곳은 수심이 5m가 넘는 곳도 있고, 산에서 떠내려온 나뭇가지들이 많아서 한번 발이 걸리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며 "바닥에 철판을 덧대 평탄화 작업을 했고, 스태프들만 알 수 있는 부표를 띄우거나 바닥에 줄로 동선을 제한해서 수심 2m 이상 깊이로 들어가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큰 저수지 서너 곳을 돌아가며 촬영했는데 현장에 거의 감독님과 상주하다시피 했다. 주로 밤 촬영이라 위험하기도 했고, 스태프들끼리 동선을 짜러 갔을 때도 어디가 어딘지 헷갈렸거든. 아침엔 취침하고, 점심 먹고 이른 오후부터 현장에 나가 준비하는 식이었다. 공포영화라고 무조건 특이한 촬영 기법을 쓰는 건 자제했다. 인물과 그 공간의 감정을 포착하는 게 가장 우선이니 말이다.

처음 살목지를 답사 갔을 때 공간의 음산함을 느꼈다. 해가 지니까 작은 불만 켜도 헛것을 볼 것 같더라. 기분이 별로였다(웃음). 낮엔 풍광이 좋은데 자세히 보면 늪도 많고, 주변이 수풀로 무성했다. 항상 촬영을 앞두고 하는 일이 시나리오를 여러 번 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인물의 감정이 파악되더라. 촬영 기법은 그다음 문제다. 촬영 기술이 너무 돋보이면 오히려 망한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감독의 의도와 이야기의 힘, 배우의 감정이 공간에 어우러지게끔 하는 게 제가 하는 일의 본질 같다."

 영화 <살목지>의 김성안 촬영감독.
영화 <살목지>의 김성안 촬영감독. ⓒ 이선필


#살목지#김성안#이상민#공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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