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 거래와 생활정보를 나누는 일상 플랫폼은 이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공간이 되었다. 중고물품을 사고팔고, 동네 소식을 확인하고, 가까운 이웃과 필요한 일을 주고받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친숙한 플랫폼의 한쪽에서는 여성노동이 얼마나 쉽게 값싼 노동으로 취급되는지를 보여주는 구인글들이 버젓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여성노동자회 활동가 여름은 최근 일상 플랫폼의 '알바' 구인 게시글을 직접 소개하며, 그 안에서 반복되는 가사·돌봄 여성노동 착취의 현실을 지적했다.
구인글에는 34평 아파트 전체 청소, 화장실 청소, 빨래 개기, 설거지, 창문과 창틀 청소, 베란다 청소, 집안 정리정돈, 침대 밑과 개수구까지 신경 쓰는 청소를 요구하면서 계약시간은 4시간, 대가는 건당 6만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 다른 글은 23개월 아이의 등하원 돌봄을 구하면서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나뉜 근무시간을 제시했다. 아이 기상, 아침 준비, 등원 도움, 하원 후 돌봄과 놀이, 식사와 간식 챙기기, 기저귀 케어, 위생관리, 장난감 정리, 하루 일과 공유, 필요 시 취침 준비까지 요구했다.
심지어 "아이 밥 먹여서 등원시켜 주고, 남는 시간에 집안 청소와 설거지, 빨래까지 마쳐달라"며 일당 1만 5천 원을 제시한 구인글도 있었다. 이사 전 아파트 청소를 맡기며 베란다, 화장실, 싱크대 기름때까지 청소하는 데 4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하면서 건당 3만 원을 제시한 글도 있었다.

▲가사노동 ⓒ 한국여성노동자회
이 구인글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시급'이라는 단어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건당'과 '일당'이라는 표현이 들어선다.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계산하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당'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실제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는 흐려진다. 사용자는 특정한 결과물만 요구하고,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동자의 몸은 지워진다.
가사·돌봄노동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집 전체를 청소하는 일은 청소기와 물걸레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화장실과 주방, 창틀과 베란다, 침대 밑과 개수구까지 청소하라는 요구에는 고강도의 신체노동이 포함된다. 아이를 돌보는 일 역시 단순한 동행이 아니다.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고, 위험을 살피고,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보호자와 소통하는 감정노동이자 책임노동이다.
그러나 플랫폼 구인글 속에서 이러한 노동은 너무 쉽게 "어렵지 않아요", "간단한 집 청소", "남는 시간에 해주세요"라는 말로 축소된다. 아이 돌봄과 집안일, 청소와 정리, 식사 준비와 위생관리, 사진 공유와 보고까지 요구하면서도, 그 노동의 대가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도저히 제시된 시간 안에 끝낼 수 없는 업무를 압축적으로 요구하고, 부족한 시간과 과중한 노동은 노동자의 몫으로 떠넘긴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여성의 노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문제다. 가사와 돌봄은 오랫동안 '여성이 집에서 늘 하던 일'로 취급되어 왔다. "애 키워본 엄마면 할 수 있는 일", "집안일이니까 어렵지 않은 일", "아줌마가 소일거리 삼아 하는 일"이라는 인식은 가사·돌봄노동의 전문성과 노동강도를 지워왔다. 그리고 그 인식은 이제 일상 플랫폼의 구인글 속에서 노골적인 저임금 노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구인글에 지원자가 많다는 사실은 더 참담한 현실을 보여준다. 낮은 단가와 과중한 업무를 알면서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이다. 그 다수는 중장년 여성, 가사·돌봄 여성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생계가 필요하고, 유연한 시간의 일자리가 필요하며, 노동시장 안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다. 그 취약성을 플랫폼 구인시장이 값싸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노동시간만이 아니다. 이동시간과 대기시간도 노동자의 몫으로 떠넘겨진다. 등하원 돌봄처럼 오전과 오후로 시간이 나뉜 일은 하루 전체를 노동에 맞춰 재편하게 만든다. 그러나 중간의 공백시간은 임금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노동자는 그 시간 동안 다른 일을 하기 어렵고, 생활의 리듬은 일에 묶이지만, 플랫폼 구인글 속 임금은 실제로 일한 '짧은 시간'만을 기준으로 제시된다.
이는 여성노동이 쪼개지고, 압축되고, 싸게 거래되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노동자의 하루는 묶여 있지만 임금은 쪼개진다. 업무는 과중하지만 노동시간은 축소된다. 책임은 크지만 대가는 낮다. 노동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권리는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구인·구직이 친숙한 일상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면서도, 기존의 노동 행정과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은 생활정보와 이웃 간 연결의 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지만, 그 안에서 실제로는 노동이 거래되고 있다. 가사노동, 돌봄노동, 청소노동, 등하원 지원, 숙박업소 정리와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음에도, 이 노동이 어떤 기준으로 거래되는지, 최저임금 위반 소지는 없는지,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구인글은 없는지에 대한 점검은 충분하지 않다.
플랫폼의 한구석에서 여성노동은 값싼 일회용품처럼 취급된다. 필요한 순간 불러 쓰고, 정당한 대가 없이 책임을 떠넘기고, 문제가 생기면 개인 간 거래였다고 빠져나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구조 안에서 가사·돌봄 여성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의 보호에서도, 노동권의 언어에서도 쉽게 밀려난다.
그러나 가사와 돌봄은 사회를 유지하는 필수노동이다. 누구나 돌봄을 필요로 하고, 누구나 깨끗하고 안전한 생활공간을 필요로 한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고, 가족이 일하러 가고, 집안의 일상이 유지되는 데에는 누군가의 노동이 있다. 그 노동이 여성에게 익숙하다는 이유로, 집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이유로, 플랫폼을 통해 연결된다는 이유로 값싸게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는 물어야 한다. '건당 1만 5천 원'이라는 이름으로 거래되는 돌봄은 과연 정당한가. 4시간에 끝낼 수 없는 청소를 건당 3만 원으로 맡기는 것이 노동의 대가인가. 아이의 안전과 위생, 식사와 놀이, 보고와 정리까지 요구하면서도 최저임금 수준조차 보장하지 않는 일이 어떻게 일상적인 구인글이 될 수 있는가.
가사·돌봄 여성노동은 부업도, 소일거리도, 값싼 심부름도 아니다. 그것은 사회를 유지하는 노동이며, 그 노동에는 정당한 임금과 권리가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값싸게 거래되는 여성노동을 드러내고, 최저임금과 노동권의 기준을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2026 임금차별타파주간 연속기고]
① 여성들은 이미 알고 있다, 임금차별은 어디서 시작되는지 https://omn.kr/2ila8
② 돌봄노동자 75.9% "우리 임금, 저평가되고 있다" https://omn.kr/2ila7
③ 학교는 우리의 노동을 필요로 하지만, 우리의 권리는 보이지 않는다 https://omn.kr/2ilb3
④ 쪼개고, 깎고, 지워지는 여성노동, 성별임금격차는 차별의 결과다 https://omn.kr/2im7j
⑤ 근로계약서도, 4대보험도 없는 여성노동자들 https://omn.kr/2im83
⑥ 아이들에게 평등을 가르치는 학교, 여성노동자의 차별부터 멈춰야 한다 https://omn.kr/2im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