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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서를 쓰고, 4대보험에 가입해 일하는 것은 노동자에게 너무나 기본적인 권리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여성노동자들은 이 기본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 근로계약서 한 장 없이, 4대보험 가입도 없이,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의 노동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권리는 지워지고 있다.

2025년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임금체불 상담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드러낸다. 상담 사례 속 여성노동자들은 장기간 일터에서 성실하게 일했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동시간과 임금, 고용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4대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아 사회보장제도 밖으로 밀려났다. 일은 했지만 서류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았고, 그 결과 연장수당과 퇴직금, 심지어 이미 일한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4대보험 미가입은 노동자의 존재를 지우는 일이다. 사용자는 노동자의 노동을 사용하면서도 책임은 회피한다. 노동자는 임금을 받아야 할 때, 수당을 청구해야 할 때, 퇴직금을 요구해야 할 때마다 자신이 실제로 일했다는 사실부터 증명해야 한다. 권리를 행사해야 할 순간, 근로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노동자는 다시 한 번 배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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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무권리 상태는 성별임금격차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구조적 원인이다. 여성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이하의 저임금,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사회보험 배제 상태에 놓이면 여성노동의 임금 수준은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다. 몇 년, 길게는 십여 년 동안 일하고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은 여성노동을 값싸게 사용하고 쉽게 버릴 수 있는 구조적 차별의 결과다.

특히 이 문제는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업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음식점업, 서비스업, 돌봄노동, 문화예술, 플랫폼·프리랜서 노동 현장에서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4대보험 미가입, 임금체불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여성노동자들이 많이 일하는 일터일수록 '잠깐 일하는 사람', '도와주는 사람', '프리랜서', '개인사업자'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지우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나 이름이 무엇이든, 형태가 무엇이든, 노동을 제공했다면 그에 대한 대가는 지급되어야 한다. 사용자가 지휘·감독하고, 노동자가 정해진 업무를 수행했다면 노동자로서의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근로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이유로 임금 지급 책임이 사라질 수는 없다.

 10차 여성비정규직 임금차별타파주간 기자회견
10차 여성비정규직 임금차별타파주간 기자회견 ⓒ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현행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르면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500만 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 4대보험 역시 가입 대상 노동자에 대해 사용자가 가입 의무를 이행해야 하며, 보험료를 공제하고도 가입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와 보험료 추징 대상이 된다. 그러나 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현장의 권리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적발과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사용자가 실제 임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신고해 보험료 부담을 줄이거나, 노동자에게 보험료 명목으로 돈을 공제하고도 실제로는 4대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인식 역시 널리 퍼져 있다. 처벌이 약하고 관리감독이 느슨한 사이, 여성노동자들의 권리는 계속 사라지고 있다.

이 구조에서 가장 큰 부담은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된다.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직접 증거를 모아야 한다. 근무한 날짜와 시간, 업무 지시 내용, 임금 약속 내역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근로계약서도 없고, 4대보험 기록도 없고, 출퇴근 기록조차 제대로 남지 않은 일터에서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을 증명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사용자가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았는데, 그 피해와 입증 책임은 노동자에게 떠넘겨지는 것이다.

프리랜서·특수고용 노동자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사업주와 정부는 "노동자가 아니라서 어렵다"는 말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노동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임금체불 문제를 방치하고, 계약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노동권 보장을 미루는 사이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생계의 위협을 겪고 있다. 계약서의 이름이 노동자의 현실을 지워서는 안 된다.

여성노동자들이 법과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순간, 임금차별은 더욱 쉽게 발생한다. 근로계약이 쪼개지고, 노동시간이 축소 신고되고, 임금이 깎이고, 보험 가입이 누락된다. 노동자의 권리가 불분명할수록 사용자는 더 쉽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그 결과 여성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사회보장 배제 속에 갇힌다.

성별임금격차는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일터에서 노동자의 권리 자체가 지워지는 문제까지 포함한다. 근로계약서가 없고, 4대보험이 없고, 임금체불이 반복되는 현실은 여성노동의 가치를 낮게 만들고, 여성노동자들을 더 취약한 위치에 묶어둔다. 지워진 권리가 곧 낮은 임금으로 이어지고, 낮은 임금은 다시 여성노동의 저평가를 강화한다.

정부는 더 이상 이러한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먼저 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에서 보장받아야 할 사회보장 권리를 즉시 확인하고 시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노동자가 4대보험 가입 여부와 임금 신고 내역을 쉽게 확인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신속하게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관련 제도 역시 적극적으로 홍보해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근로계약서와 4대보험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이 기본이 무너지면 임금도, 퇴직금도, 사회보험도, 노동자로서의 권리도 함께 무너진다. 그리고 그 피해는 여성노동자들에게 더욱 집중된다.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일터에서 권리의 공백이 반복될수록 성별임금격차는 더욱 깊어진다.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한다. 근로계약을 더 이상 쪼개지 못하게 해야 한다. 임금을 더 이상 깎지 못하게 해야 한다. 여성노동자의 존재를 더 이상 지우지 못하게 해야 한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는 근로계약서 한 장, 4대보험 가입, 임금체불 없는 일터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모든 여성노동자에게 보장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2026 임금차별타파주간 연속기고]
① 여성들은 이미 알고 있다, 임금차별은 어디서 시작되는지 https://omn.kr/2ila8
② 돌봄노동자 75.9% "우리 임금, 저평가되고 있다" https://omn.kr/2ila7
③ 학교는 우리의 노동을 필요로 하지만, 우리의 권리는 보이지 않는다 https://omn.kr/2ilb3
④쪼개고, 깎고, 지워지는 여성노동, 성별임금격차는 차별의 결과다 https://omn.kr/2im7j

#성평등노동#성별임금격차#여성노동#페미니즘#임금차별타파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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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노동을 향해! [2026 임금차별타파주간 연속기고기사]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성노동운동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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