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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시 소개를 쉰 지 3년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제가 시 소개를 쉰 것은 아닙니다. 제 블로그 <시를 읽는 아침>에서 일주일에 세 번씩 시를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블로그에 시를 소개하기 시작한 것은 제가 등단한 2009년 이후이지만, 제가 쓴 시와 시평 위주였고, 다른 시인들의 시를 읽어 소개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11월 8일 이후입니다. 처음 소개한 시가 이영광 시인의 시 <경계>였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어떤 경계가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2014년 이후 줄곧 시인들의 시와 시집을 소개했습니다. 1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소개한 시는 2000여 편이 훌쩍 넘습니다. 신작 시, 아침의 시, 그리운 시인의 시(작고 시인의 시), 외국 시인의 시, 시로 만든 노래, 제가 쓴 시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10년을 넘어 시 소개를 하다 보니,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만, 시인이기보다 또 다른 이름인 '평론가'로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인데요, 괜찮습니다. 알아봐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시를 소개하면서 제 시도 꾸준히 썼습니다. 2016년 첫 시집인 <아이의 손톱을 깎아 줄 때가 되었다>(시인동네), 2020년 두 번째 시집 <당신이 아니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걷는사람), 그리고 올해 세 번째 시집인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달아실)을 출간했습니다. 세 번째 시집을 출간하고 나니, 지인들이 이런 얘기를 합니다. 이제 저도 중견 시인이 되었다고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불려도 되는 사람인지. 다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더욱 열심히 써야 하겠구나"라고.

 주영헌 시인의 시집
주영헌 시인의 시집 ⓒ 주영헌

시집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는 '사랑이 사라질 때 인류는 멸종한다'라는 조금은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인간의 멸종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간의 비인간화'입니다.

비인간화란 무엇일까요. 인간 본연의 자리에서 멀어진 것을 의미합니다. 시에서는 다양한 비인간화의 사례를 고발합니다. 자연의 파괴, 전쟁,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소외되고 있는 인간성 등... 어쩌면 우리는 이미 예약된 멸종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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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

마지막 사랑의 마음을 가진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인류는
완벽한 멸종을 예약하고야 만 것입니다.

벼락 맞을 각오로,

당신이
사랑을 싹틔우지 않는다면

* 브라질 국립 원주민재단은 2022년 7월 외부 세계와 접촉을 차단하고 홀로 브라질 정글에서 생활하던 한 부족의 마지막 원주민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그는 지난 26년간 아마존 정글 깊숙한 타나루 원주민 지역에서 홀로 살았다고 전해지며,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 주영헌,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 62쪽

시 <멸종>은 한 인간의 죽음을 단순히 개인의 소멸로 치부하지 않고, '인류 멸종'이라는 비극의 서막으로 확장했습니다. 26년간 아마존 정글에서 홀로 삶을 버텨낸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의 죽음을 뉴스로 처음 접했을 때, 그것은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라 하나의 우주와 역사가 영원히 소멸해 버린 사건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치명적인 명제 앞에서 어떤 답을 내놓는 것이 좋을까요. 제가 생각한 것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단순하고도 가장 확실한 단어, '사랑'입니다. 사랑 말고 생각해 낼 수 있는 단어는 없습니다.

제 생각에 꼭 동의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니까요. 다만 제가 바라는 것은, 이 예약된 멸종의 길목에서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는 '사랑의 마음'을 시를 통해 아주 조금이라도 나눴으면 하는 일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일 것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시 소개를 쉰 지 3년 6개월, 그 따뜻한 마음의 경계를 넓혀 가려 합니다. 매일 아침, 우리들의 마음속에 작은 사랑의 싹이 돋아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주 1회, 시 읽기를 다시금 시작해 보겠습니다.

주영헌 시인 드림.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

주영헌 (지은이), 달아실(2026)


#시소개#멸종#주영헌시인#인류는멸종을예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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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 보다 시읽기와, 시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9년 계간 『시인시각(현 시인동네)』 시 부문 신인상과 2019년 『불교문예』 문학평론 신인상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인류는 멸종을 예약했습니다』등 세 권의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동네책방과 도서관에서 북토크로 독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이메일 yhjoo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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