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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미정아. 나 책 좀 읽을까 봐."

갑자기 책을 읽겠다는 친구의 말이 뜬금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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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한 글자를 보냈더니 친구에게서 답장이 왔다.

"놀랐지? 딸 사춘기 때문에 미치겠다. 도를 닦는 심정으로 책이라도 읽어야겠어. 내 관심을 좀 다른 데로 돌려야 할 것 같아."

친구와 나는 비슷한 또래의 딸을 키우고 있다. 요즘 나 역시 딸의 사춘기에 정신이 혼미할 때가 많다. 갑자기 어느 날부터 아이의 눈빛이 달라졌다. 말투도 달라졌고 태도도 달라졌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서로 상처를 받고, 생각이 맞지 않아 다투는 일도 잦아졌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아이보다 몇 년 더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내 생각이 더 옳다고 믿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엄마니까', '어른이니까'라는 확신 속에서 아이를 설득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책 읽기도 좋지만 글쓰기가 더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내가 권한 것은 거창한 글쓰기가 아니다. 그날의 감정을 적어보는 '감정 일기'다. 나도 아이와 크게 다툰 날이면 어김없이 일기를 쓴다. 서운했던 마음, 화가 났던 이유, 내가 했던 말들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간다. 신기하게도 글을 쓰고 나면 뾰족했던 마음이 조금씩 둥글어진다. 다음 날 다시 읽어보면 후회가 보인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조금만 더 기다려줄 걸.'
'다음에는 다르게 말해봐야지.'

글은 확실히 감정을 정리하게 만들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생각해 보니 나에게 글쓰기는 처음부터 익숙한 위로의 방법이었다. 몇 년 전 암 진단을 받았을 때도 그랬다. 두려움과 불안,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감정들을 매일 글로 적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정말 조금씩 위안을 얻었다.

 '감정일기'를 권하다.
'감정일기'를 권하다. ⓒ kaitlynbaker on Unsplash

아이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내 마음뿐이다. 생각해 보면 아이도 힘들 것이다. 아직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중일 것이다. 어른인 나보다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결국 더 빨리 변해야 하는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나일지도 모른다.

감정을 다스리고, 한 박자 늦게 말하고,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 그것이 사춘기를 통과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키우기 전의 나는 꽤 미성숙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이는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참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요즘은 이런 생각을 한다. 사춘기 아이는 부모를 힘들게 하려고 온 존재가 아니라, 부모를 조금 더 어른답게 만들어주기 위해 온 철학자가 아닐까 싶다. 혹시 지금 사춘기 자녀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모가 있다면, 오늘 하루의 감정을 몇 줄이라도 적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누군가와 하소연하며 수다를 떠는 것보다, 내 마음을 종이 위에 솔직하게 내려놓는 일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글쓰기는 아이를 바꾸지는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이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조금씩 바꿔준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사춘기#감정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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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정 (ssmj0730) 내방

영양사와 강사를 겸하고 있습니다. 딸을 키우는 엄마로 건강하고 영양 좋은 음식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직영양사가 알려주는 우리집 저염밥상>,<영양사 유방암 환우의 암을 이기는 음식> 전자책 발행하였으며 <맛있게 정드는 옆집 영양사 언니>로 블로거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브런치 작가로 일상의 요리에서 추억을 떠올리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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