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의 대표 관광명소인 경포호가 최근 파래류로 뒤덮이며 몸살을 앓고 있다. 호수 곳곳에 번진 초록빛 파래가 경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일부 구간에서는 악취까지 발생해 관광객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관광지 이미지마저 흐리고 있다.

▲경포호 수면을 뒤덮은 파래류. 초여름 들어 급격히 번성한 파래가 호수 경관을 훼손하고 악취를 유발하면서 관광객과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 진재중

▲호숫가에 쌓인 파래류가 녹색 지렁이를 연상시키듯 뒤엉켜 있다. 무성하게 번성한 파래는 경포호의 경관을 해치고 환경오염 우려를 낳고 있다. ⓒ 진재중
푸른 호수 대신 초록빛 파래가 뒤덮다
7일 찾은 경포호는 푸른 호수 대신 녹색으로 물든 수면이 먼저 눈에 띄었다. 바람을 따라 떠다니던 파래류는 한쪽으로 밀려 쌓여 있었고, 호숫가 가장자리에는 길게 지렁이 처럼 엉켜 있는 파래가 띠를 이루며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아름다운 경관과 대조되는 흉물스러운 모습은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강릉을 찾은 김경모(48)씨는 "강릉의 대표 관광지인 경포호를 기대하고 방문했지만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해 놀랐다"며 "아름다운 호수 풍경을 기대했는데 수면이 파래류로 뒤덮인 모습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방문한 박태동(36)씨 역시 "사진 촬영을 하려고 왔는데 호수 색깔이 예상과 달랐다"며 "관광도시라면 환경 관리에도 더 신경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파래류가 떠 있는 경포호 주변 산책로를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기대하고 찾은 관광객들은 호수의 달라진 모습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 진재중

▲관광객들이 경포호 주변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기 위해 찾은 경포호지만 수면 곳곳에는 파래류가 번성해 있다. ⓒ 진재중
"강릉의 얼굴이 부끄럽다" 시민들 불만 고조
관광객들의 아쉬움보다 더 큰 것은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었다. 시민들은 경포호의 파래류 문제를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일 경포호를 찾는다는 강릉시민 조민재(72)씨는 "이 문제가 올해 처음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며 "매년 여름이면 파래가 번성하고 악취까지 발생하지만, 그때마다 수거 작업만 할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책 중이던 또 다른 시민도 "경포호는 강릉을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도시의 얼굴과 같은 곳"이라며 "관광객들은 잠시 보고 떠나지만 시민들은 매일 이 모습을 마주해야 한다. 시민 입장에서는 매우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평소처럼 경포호를 찾은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하지만 수면을 뒤덮은 파래류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강릉의 상징인 경포호의 환경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 진재중
관광객 발길 끊길까 우려... 전문가 '복합적 환경문제
경포호 인근 상인들도 파래류 확산이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경포호 주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아무개씨는 "손님들 가운데 경포호 상태를 보고 실망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며 "관광도시 강릉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파래류 대량 발생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환경 변화에 따른 복합적인 문제라고 분석한다. 김형근 강원대 명예교수는 "반복되는 파래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발생한 파래를 수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생활하수와 육상 오염원 등 영양염류 유입을 차단하고, 수질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포호는 물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영양염류가 축적돼 파래류가 급격히 번성할 수 있다"며 "호수에 갇혀 있는 물이 자연스럽게 순환될 수 있도록 수문 운영과 유입·유출 체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썩어가는 호수 ⓒ 진재중
강릉시 '지속적인 수거 작업... 중장기 개선방안 검토
강릉시는 최근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발생한 파래류에 대응해 수거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시는 기온 상승과 영양염류 증가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관광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지속적인 수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관계 기관 및 전문가들과 함께 원인 분석을 실시하고, 경포호 수질 개선과 생태계 보전을 위한 중장기 대책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관령 능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포호.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사랑받아온 호수지만, 수면을 뒤덮은 파래류가 푸른 호수의 모습을 지워가고 있다. ⓒ 진재중
강릉의 얼굴,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경포호를 자주 찾는 한 시민은 "매년 비슷한 답변만 반복될 뿐 근본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며 "파래류가 왜 발생하는지, 어떻게 줄일 것인지, 언제까지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포호는 단순한 호수가 아니다. 경포대와 경포해변을 연결하는 강릉 관광의 중심축이자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지역의 대표 관광자원이다. 때문에 시민들은 관광객 유치만큼 중요한 것이 관광자원의 지속적인 관리와 보전이라고 입을 모은다. 파래류로 뒤덮인 경포호는 지금 강릉시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고 아름다운 경포호.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수면 곳곳을 뒤덮은 파래류가 썩어가며 악취를 풍기고 있어 호수 생태계의 이상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 진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