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치러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광역단체장 16곳 중 12석, 국회의원 14석 중 9석을 확보했다. 겉으로 보기엔 민주당의 압승 같지만, 서울시장을 국민의힘에 내주었기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또한 14석 중 9석을 가져갔으나, 기존에 민주당 의석이 13석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4석을 잃은 셈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평가해 보고자 지난 5일 조대원 전 개혁신당 최고위원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대원 전 개혁신당 최고위원 ⓒ 조대원 제공
다음은 조 전 최고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끝났어요. 결과 어떻게 보셨어요?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압승한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드는 선거였어요. 당내에서도 사실상 패배로 보는 분위기가 감지되고요. 선거 전만 해도 경북도지사를 제외하고 싹쓸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실제 결과는 그에 상당히 못 미쳤어요. 특히 서울시장을 내준 것이 민주당으로서는 매우 뼈아픈 대목이었을 겁니다. 압승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긴 것 같지 않은 분위기, 그것이 이번 선거가 남긴 묘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 서울시장 결과가 의외였는데요.
"우선 현 정부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한 것 같아요. 특히 서울은 재산권 문제와 맞물려 있다 보니 한강 벨트 지역에서 높은 득표율이 나온 것도 이런 정권 견제 심리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두 번째로 서울 시민들은 우리나라에서 경제력과 학력 수준이 가장 높은 지역인데, 민주당이 내세운 후보가 서울시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구청장을 세 번 하면서 검증됐다고 하지만, 기초단체장으로 성과를 낸 인물은 많거든요. 또 제기된 여러 의혹들이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상태에서 선거가 치러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 오세훈 시장에게 서소문 고가차로 붕괴 사고 등의 악재가 있었잖아요. 그건 영향이 없었을까요?
"영향이 전혀 없진 않았을 겁니다. 유권자들도 투표 전까지 분명 고민했을 대목이죠. 그러나 시민들은 이 사안을 민주당의 주장처럼 '오세훈 시장 개인의 실정'으로 보기보다는,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시장이 직을 잃을 만큼 결정적인 책임을 물을 사안은 아니라고 본 거죠."
- 나머지 지역 중에 어디에 주목하셨나요?
"대구 지역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민주당에게는 험지 중의 험지이지만, 이번에는 보수 진영 후보를 압도할 만한 내공과 인품, 실력 겸비한 출중한 후보가 출마했잖아요. 선거 막판 민주당의 전체적인 선거 분위기가 흔들리며 아쉽게 역전을 허용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대구 시민들이 고심했을 만큼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선거였습니다."
- 대구에서는 민주당 후보의 당선은 불가능한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상도 내에 '전라도는 늘 보수 정당을 배척하는데, 왜 우리가 좌파 정당에 표를 줘야 하느냐'는 불만이 존재할 만큼 지역감정이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호남 지역의 보수 정당 역시 뼈아프게 반성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영남 험지에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끊임없이 내보내는 반면, 호남의 보수 정당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인물 경쟁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유권자 입장에선 민주당을 심판하려 해도 대안이 되어줄 후보가 마땅치 않은 것이죠.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이전과는 양상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과거처럼 일찌감치 승패가 기우는 선거가 아니라, 막판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대구 시민들이 투표권의 무게를 체감하게 만든 선거였어요. 결과적으로 추경호 후보가 당선됐으나, 과거처럼 유권자 위에 군림하려 드는 오만한 행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겁니다."
- 이번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세장에 나타났잖아요. 효과가 있었다고 보세요?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일정 부분 영향이 있었고, 충청권 재보궐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승리하면서 일정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가능합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두 전직 대통령의 영향력이 선거 전체 판세를 바꿀 정도로 크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여요. 이번 유세는 정치적 상징성은 있었지만, 과거만큼의 영향력을 보여주지는 못한 마지막 퍼포먼스적 성격의 행보로 해석되어 집니다."
- 국회의원 재보선 14개 지역 가운데 민주당 9곳, 국힘 4곳, 무소속 1곳으로 결정됐는데요.
"숫자만 보면 민주당의 승리 같지만, 실상은 참패입니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의 승리라기보다는 민주당 스스로 자초한 패배에 가깝습니다. 대표적인 지역이 부산 북구갑이죠. 전재수 의원이 3선을 내리 지낸, 민주당으로서는 부산의 교두보와도 같은 핵심 지역입니다. 그곳을 국민의힘 전 대표인 한동훈 후보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고 말았으니까요. 하정우 후보 대신 다른 인물을 공천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겁니다. 정치 역시 고도의 전문 분야거든요. 언론과 시민단체가 밀착 취재하며 치열하게 검증하는 주목도 높은 선거일수록, 정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검증된 인물을 공천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줬다 여겨집니다."
- 민주당이 하정우 후보에게만 선거를 맡기고 지원 사격을 안 했다는 평가도 있더라고요.
"보수 진영에서 두 명의 후보가 나와 서로 갈라져 싸우니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한 거죠. 한마디로 오만하고 안일했습니다. 아무리 전재수 의원이 그곳에서 세 번 내리 이겼다 해도, 결국 험지인 부산이잖아요. 중앙당 차원에서 당력을 집중해 '하정우가 당선되면 부산 북구가 이렇게 바뀐다'는 식의 공약을 아낌없이 쏟아부었어야 했어요. 부산 북구 역시 부산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이거든요. 확실한 개발 공약이나 주민 지원책을 '대통령 측근'인 하정우 후보의 힘과 연결 지어 적극적으로 내세웠다면 표심이 달랐을 겁니다."
- 무소속 한동훈 당선인의 국민의힘 복당이 가능할까요?
"당분간은 어려울 겁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한 당선자와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 간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잖아요. 낙선한 박민식 후보 측에서는 한 당선자의 출마만 없었다면 무난히 승리했을 것이라 여길 테니 반발심이 상당하겠죠. 현재 국민의힘 당원 중 다수는 이른바 '윤어게인'을 외치는 강경파인데, 이들의 시각에서 한 당선자는 철저한 배신자입니다. 과거 유승민 전 의원이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입지를 상실한 것과 유사한 궤도에 진입한 셈입니다. 따라서 한 당선자에게 남은 유일한 활로는, 차기 총선 직전까지 보수 진영 내에서 압도적인 대선 주자 1위로 자리매김하는 것뿐입니다. 그 정도의 파급력이 생기면 당 내부에서 먼저 복당을 요구하며 주군으로 모시려는 기류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당내 분위기를 고려할 때, 차기 총선 이전까지 자력에 의한 복당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 '평택을' 결과는 어떻게 보셨어요?
"민주당이 스스로 자기 눈을 찌른 거죠. 정청래 대표가 김용남 후보를 공천한 뒤, 조국 후보와 서로 싸우며 누구도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가 됐잖아요. 그때부터 당내에서도 '이러다 지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파다했어요. 정청래 대표가 최근 인터뷰에서 '지역에 갔더니 왜 그렇게 공천했냐는 원망을 들었다'고 했는데, 그 말 속에는 본인도 이런 결과가 올 줄은 몰랐다는 뜻이 담겨 있어요. 김용남 후보를 공천하면 당 후보로서 조국 후보 정도는 가볍게 제치고 올라갈 줄 알았겠죠. 하지만 각종 개인적인 추문이 터지면서 주저앉은 겁니다. 이번에 밑바닥이 다 드러나 버려 김용남 후보의 향후 정치행보도 쉽지는 않아 보이고요."
-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낙선으로 치명상 입는 것 같은데.
"그렇죠. 선거에서 지더라도 명분 있게 '잘 지면' 다음이 있는데, 이번엔 전투에서 진 게 아니라 전쟁 자체에서 져버렸어요. 조국 대표는 다소 가볍고, 자기 이득을 위해서는 속한 진영마저 공격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쳤죠. 게다가 국민의힘에서 건너온 김용남 후보와 이전투구를 벌이면서 그런 부정적 이미지가 더 굳어졌고요. 향후 정치적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국민들 눈에 '대통령감'으로는 안 보이게 된 것 같아요."
-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대표직 유지가 가능할까요?
"우선 민주당 쪽을 보면요. 속 시원하게 이긴 건 아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이겼잖아요. 선거에서 이겼는데 갑자기 당 대표에서 물러나라고 하면 무슨 명분이 있겠어요?"
- 8월에 전당대회가 예정됐잖아요.
"결과는 지켜봐야겠으나, 송영길·김민석 등 중량급 후보들이 등판한다 해도 정청래 대표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송영길 전 의원은 탈당 후 복당하기까지의 공백기가 길어 기존 조직이 상당 부분 와해되었고, 김민석 총리 역시 과거의 '김민새'라는 배신자 프레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실정입니다. 반면 정청래 대표는 오랜 기간 당의 최전방에서 저격수 역할을 수행하며 입지를 다져왔잖아요. 현재의 민주당 전당대회 룰은 당에 대한 헌신도가 높고, 무엇보다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꽉 잡고 있는 인물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입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 위주라면 결과가 달라지겠지만, 현행 선거 방식 하에서는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둡니다."
- 장동혁 대표는 어떻게 될까요?
"물러나는 건 시간문제인 것 같은데, 본인은 계속 버티려는 것 같아요. 사실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오세훈 후보가 장동혁 대표와 사진도 안 찍으려고 피해 다니면서 간신히 만들어낸 거잖아요. 선거 후에도 당내에서 '연초에 대표를 물러나게만 했어도 선거를 이길 수 있었다', '장동혁·김민수 지도부가 미국 가서 인생샷 찍는 것만 막았어도 훨씬 선전했을 거다'라는 원망이 터져 나오고 있고요. 게다가 장동혁 대표가 사활을 걸었던 부산 북구갑 선거에서도 결국 졌어요. 당 전체의 선거를 이기기보다 한동훈 후보 한 명 떨어뜨리는 데 더 사활을 건 것처럼 보였는데, 그 승부에서조차 패한 거죠. 상식적으로 보면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물러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가 그런 일반적인 상식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걸, 이번에 다시 한 번 입증해 주고 있는 것 같아요."
- 이번 결과에 가장 큰 영향 준 것 중 하나가 공소 취소 특검 같아요. 재추진할 수 있을까요?
"선거에서 이겼으니까, 다음 총선 전에 최대한 빨리 추진하려고 할 것 같아요. 현재 국민의힘이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전혀 못 하다 보니, 민주당은 자신을 비판하는 유권자들을 향해서 '우리가 마음에 안 들면 국민의힘 찍든가, 그게 싫으면 기권해라'라는 심보인 거죠. 어차피 핵심 지지층만으로도 선거에서 이기니까, 앞으로도 하고 싶은 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겁니다."
- 그렇다면 민주당이 계속 마음대로 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정국 양상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오세훈 시장에게 남은 최종 목표는 결국 차기 대권입니다. 서울시장직을 중도 사퇴한 뒤, 총선 1년 후에 치러질 대선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요. 과거 윤석열 대통령 재임기에는 정치적 오해를 피하고자 철저히 2인자 행보를 걸었으나, 이제 국민의힘의 실질적인 맹주는 장동혁 대표가 아닌 오세훈 시장으로 재편되었어요. 물론 당 밖에 있는 한동훈 당선자도 변수로 작용하며 판세를 흔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더욱 오 시장이 적극적으로 당을 수습하며 차기 총선을 통해 '오세훈계' 인사들을 대거 원내로 진입시켜 세력화하려 할 겁니다. 그렇게 보수 진영의 중심 추가 이동하기 시작하면, 민주당 역시 지금처럼 일방 독주를 이어가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고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