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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불식 할부거래업계 10조 원 규모로 성장 공정거래위원회가 2025년 6월 공개한 보도참고자료. 2025년 3월 기준 선불식 할부거래업체 가입자 수 960만 명, 선수금 규모 10조 3,3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상조회사는 장사법이 아닌 할부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법적으로 장례업종이 아니다.
선불식 할부거래업계 10조 원 규모로 성장공정거래위원회가 2025년 6월 공개한 보도참고자료. 2025년 3월 기준 선불식 할부거래업체 가입자 수 960만 명, 선수금 규모 10조 3,3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상조회사는 장사법이 아닌 할부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로, 법적으로 장례업종이 아니다. ⓒ 공정거래위원회
[기사 수정 : 7일 오전 7시 10분]

10조 원이 공중에 떠 있다

2025년 3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수치가 하나 있다. 국내 상조업계 선수금 총규모 10조 3,348억 원. 가입자 수백만 명이 미래의 장례를 위해 매달 납입한 돈이 쌓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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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10조 원을 관리하는 법적 체계가 무엇인지 물으면 이야기가 이상해진다.

상조회사는 장례업체인가. 아니다. 장례업의 근거법인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상조회사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금융업체인가. 그것도 아니다. 금융위원회 소관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다. 상조회사의 법적 지위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상 선불식 할부거래업자다. 장례도 아니고 금융도 아닌 업종이, 10조 원이 넘는 소비자 선수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 한국 상조업의 현실이다.

두 법 사이의 공백

장사법은 장례식장, 화장시설, 봉안시설을 규율한다. 상조회사는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장사법상 시설 기준도, 인력 자격 요건도 상조회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할부거래법이 장례를 책임지는가. 그것도 아니다. 할부거래법은 본법 제2조 제2호 가목에서 장례를 선불식 할부계약의 핵심 대상으로 직접 규정한다. 그러나 상조회사에는 장사법상 장례업자에게 요구하는 시설 기준도, 인력 자격 요건도 적용되지 않는다. 장례를 파는 회사가, 장례업자로서의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다.

장사법은 상조회사를 장례업자로 보지 않는다. 할부거래법은 장례를 선불식 할부계약 대상으로 규정하면서도 상조회사에 장례업자로서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두 법 사이에서 상조회사는 장례를 팔되 장례업자의 의무는 지지 않는 공백이 만들어졌다. 상조는 어느 법에서도 장례업자가 아닌 존재가 됐다. 그 공백 안에 10조 원이 있다.

선수금 보호의 현실... 50%의 의미

할부거래법상 상조회사의 선수금 보전 의무는 납입금의 50%다. 나머지 50%는 회사가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다. 영업비용으로 쓸 수도 있고, 계열사에 대여할 수도 있다. 법적으로 막는 규정이 없다.

학계에서도 이 구조를 정면으로 문제 삼기 시작했다. 성균관대 남궁주현 교수는 최근 공개 토론회에서 "상조업은 대금 선납 후 서비스는 미래에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어 사실상 수조 원의 소비자 선수금을 운용하는 금융업의 성격을 지닌다"고 진단하며, 금융권에 준하는 재무건전성 기준 도입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국회에서도 선수금 사금고화를 방지하는 내용의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그러나 업계는 "규제만 늘린다"며 반발하고 있고, 상조산업 진흥법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10조 원의 선수금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현재진행형이다.

영국은 2022년에 이미 답을 냈다

한국이 논쟁하는 동안, 영국은 행동했다.

2022년 7월 29일부터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이 선납 장례 플랜 시장을 직접 규제하기 시작했다. FCA는 시장의 87%를 차지하는 26개 사업자에 대한 인가를 완료했다.

2022년 7월 29일부터 FCA 인가를 받지 않은 장례 플랜 사업자가 상품을 판매하거나 관리하는 행위는 형사 범죄에 해당한다.

이는 단순한 등록이나 허가와 차원이 다르다. 영국 정부는 상조 선납 상품이 소비자의 개별 필요에 맞게 공정하게 판매되는지, 모든 사업자가 강력하고 집행 가능한 행위 기준을 따르는지, 재무 건전성 감독이 강화되는지, 소비자가 적절한 분쟁 해결 수단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FCA 규제의 목표로 명시했다.

FCA 인가를 받은 사업자의 고객은 사업자가 파산하더라도 금융서비스보상제도(FSCS)의 보호를 받으며, 불만 사항이 있을 경우 금융옴부즈만서비스(FOS)에 제기할 수 있다.

영국 최대 장례업체 Co-op Funeralcare의 방식은 더 구체적이다. 고객이 납입한 금액에서 초기 비용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전액은 영국의 대형 생명보험사 Royal London Mutual Insurance Society와의 개인 보험 계약으로 편입되어 보호된다. 회사가 도산하더라도 보험이 작동하는 구조다. 선수금의 50%만 예치하고 나머지를 회사가 자유롭게 쓰는 한국 방식과는 설계 철학 자체가 다르다.
영국 정부가 내린 판단은 명확했다. 선납 장례 상품은 금융 상품이다. 따라서 금융 감독기관이 관리해야 한다.

한국은 무엇을 기다리는가

영국에서 FCA 규제 편입의 직접적 계기는 대형 업체의 파산이었다. 약 4만 6,000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던 Safe Hands Plans가 2022년 3월 관리절차에 들어갔고, 이후 추가 파산이 예상됐다. 피해가 현실화된 뒤에야 규제가 움직였다.

한국은 아직 그 단계 이전에 있다. 10조 원의 선수금이 쌓여 있고, 업계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으며, 법적 정체성의 공백은 메워지지 않고 있다. 장례업도 금융업도 아닌 업종이 수백만 가입자의 미래 장례를 담보하고 있다.

영국의 교훈은 하나다. 규제는 피해가 쌓인 뒤에 오는 것이 아니라, 피해가 쌓이기 전에 와야 한다. 한국의 10조 원짜리 공백을 메울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지금 물어야 한다.

#상조#선불식할부거래#공정거래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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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웅 (davico)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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