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천습지보호지역 지정 3주년을 맞은 6월 5일 환경의 날, 갑천 태봉보 철거 현장에서 갑천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 기념미사와 기념식이 열렸다. 기념식과 미사에는 시민과 환경단체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해 갑천 습지보호지역 지정의 의미를 되새기고, 태봉보 철거가 가져온 하천 생태계 회복의 성과를 함께 축하했다.
행사는 천주교대전교구 생태환경위원회의 기념미사로 시작됐다. 김대건 신부는 미사에서 "앞으로 매년 습지보호지역 지정일을 기념하며 이곳에서 미사를 봉헌하겠다"고 밝히며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사를 봉헌하는 천주교대전교구생태환경위원회 김대건 신부 ⓒ 대전환경운동연합
필자(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기념식에서는 갑천 습지보호지역 지정까지 이어진 지역사회의 오랜 노력이 소개됐다. 참가자들은 1998년 천변고속화도로 건설 반대 운동, 2006년 월평공원 관통터널 반대 운동, 2016년 갈마지구 아파트 개발 반대 운동 등 수십 년에 걸친 시민사회의 활동이 있었기에 2023년 갑천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야말로 시민이 지정한 갑천습지보호지역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갑천을 지켜 온 시민들의 오랜 노력과 실천이 오늘의 자리를 만들었다. 최성욱 대전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인사말에서 "습지보호지역 지정과 같은 당연한 일이 시민들의 힘겨운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현실이 안타깝다"라며 "생태계 보전을 위한 활동은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며 앞으로 더 많은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인사중인 대전환경운동연합 최성욱 대표(우) 대전충남녹색연합 문성호 대표(좌) ⓒ 대전환경운동연합
문성호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는 "오늘은 환경의 날이지만 기후위기 시대에는 하루만 환경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365일이 환경의 날이어야 한다. 기후의 위기가 아니라 결국 우리의 위기인 만큼 회복과 복원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중도일보 임병안 기자가 스케치북을 활용한 특별 브리핑도 진행했다. 임 기자는 습지보호지역 지정 과정을 취재하며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동안의 시민운동 역사와 습지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을 소개해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공연중인 조용준 국장 ⓒ 대전환경운동연합
조용준 대전환경운동연합 국장은 가수 안치환의 노래 '내가 만일'을 '내가 만일 시장이라면'으로 개사해 노래를 불렀다. 노랫말에는 보를 철거하고 대전 3대 하천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참가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행사에서는 하천에 떠내려 온 버드나무를 활용해 즉석에서 제작한 솟대 4기도 새롭게 설치했다. 2023년과 2024년에 설치된 30여 개의 솟대와 함께 갑천변에 자리하게 됐다. 앞으로도 매년 이곳을 지켜달라는 의미를 담아 솟대를 세워 갈 예정이다. 강이 남긴 흔적을 활용해 만든 솟대가 자연의 회복과 공존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하다.

▲솟대를 설치하고 갑천 이대로를 외치는 참가자들 ⓒ 대전환경운동연합
기념식에서는 습지보호지역 지정 3주년과 태봉보 철거의 의미를 담은 기념 표지판 제막식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제막식과 함께 "갑천을 이대로 두라"는 구호를 외치며 갑천 보전 의지를 다졌다. 현장 참가자들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수립 중인 하천기본계획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국가가 직접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 구간인데도 대규모 준설 계획이 검토되면서 습지 생태계를 학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호의 책무를 방기한 채 준설에 몰두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를 함께 규탄하기도 했다.

▲푯말을 설치한 이후 기념사진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정임 대전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습지보호지역은 국가가 그 가치를 인정해 지정한 공간"이라며 "보호지역이 이름뿐인 제도가 되지 않도록 생태적 가치를 훼손하는 계획에 대해서는 끝까지 대응하고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를 통해 갑천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과 태봉보 철거가 단순한 행정적 결정이 아니라 지역 시민사회가 오랜 시간 만들어낸 성과임을 다시 확인했다.
대전 3대 하천의 생태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2008년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 철거 ▲2023년 갑천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 ▲2023년 태봉보 철거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갑천 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과 태봉보 철거는 대전 하천 정책이 개발과 통제 중심에서 자연성 회복과 생태계 보전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수십 년에 걸친 시민사회의 노력 끝에 얻어낸 소중한 성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습지보호지역을 포함한 하천에서 대규모 준설 정책이 다시 추진되고 있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심각한 문제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위기 시대에 필요한 것은 강을 더 깊게 파고 더 많이 관리하는 정책이 아니라, 강이 스스로 흐르고 회복할 수 있도록 공간을 돌려주는 정책이다.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부가 개발과 토목 중심의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하천 자연성 회복과 생물다양성 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정한 환경 행정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갑천국가습지보호지역 지정 3주년 기념식 ⓒ 대전환경운동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