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아이들에게 평등과 인권을 가르치는 공간이다. 그러나 정작 학교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는 얼마나 평등하게 보장되고 있을까. 학교가 안전하게 운영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노동을 하면서도, '단시간 노동자'라는 이유로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처우, 과중한 업무를 감당하는 여성노동자들이 있다.
전북의 한 학교 단시간 노동자는 "학교에는 40개가 넘는 직종에 여성노동자가 있고, 그중 단시간으로 일하는 직종도 대다수가 여성노동자"라며 학교 안에서 익숙하게 반복되고 있는 임금차별과 노동 차별의 현실을 지적했다.

▲남성 정규직 노동자 일평균임금과 여성비정규직 노동자 일평균임금 비교 ⓒ 전북여성노동자회
학교에는 다양한 직종의 단시간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매일 학교 현장을 지키며 아이들의 안전과 돌봄, 교육활동의 원활한 운영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학교는 이들의 노동을 필요로 하면서도 그 노동에 걸맞은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는다. 필요할 때는 필수인력으로 부르지만, 처우를 논의할 때는 늘 주변으로 밀어낸다.
대표적인 사례가 통학버스 안전지도사다. 통학버스 안전지도사는 하루에 두 번 출근하고, 두 번 퇴근한다. 아침 등교 시간에 맞춰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오후 하교 시간에 다시 학교로 돌아와 같은 일을 반복한다. 하루 전체가 학교 일정에 묶여 있지만, 중간 공백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실제 생활은 학교 업무를 중심으로 재편되는데, 임금은 짧게 계산된다.
하루 중 일정한 시간만 일한다고 해서 그 노동자의 하루가 자유롭게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등교와 하교 시간에 맞춰 두 번 출근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다른 일을 병행하기도 어렵고, 개인의 시간을 온전히 사용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제도는 이 시간을 노동자의 삶에 발생하는 제약으로 보지 않는다. 학교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간은 노동자의 몫으로 떠넘겨지고, 임금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늘봄실무사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 현장에서는 8시간에 해당하는 업무를 요구하면서도 계약된 노동시간은 6시간에 그치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 돌봄, 행정업무, 민원 응대, 수업 준비와 정리까지 이어지는 업무는 제한된 시간 안에 끝내기 어렵다. 결국 노동자들은 쉬는 시간도 없이 뛰어다니며 일하고, 부족한 시간은 근무시간 외 무임금 노동과 개인의 희생으로 메우게 된다.
문제는 업무량과 노동시간의 불일치다. 학교는 필요한 일을 맡기면서도, 그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 노동자가 일을 끝내지 못하면 개인의 능력 부족처럼 취급하고, 노동자가 시간을 넘겨 일하면 자발적 희생처럼 여긴다. 그러나 이것은 구조적 착취의 문제다. 업무량에 맞는 노동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단시간 노동은 쉽게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변질된다.
학교 안에는 단시간 노동자들의 자리가 없는 경우도 많다. 개인 책상 하나 없이 복도와 빈 교실을 떠돌며 일하고, 잠시 앉아 쉴 공간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 분명 학교 운영에 필요한 일을 하는 구성원임에도 이들은 '잠깐 일하는 사람', '있어도 그만인 사람'처럼 취급된다.
공간의 부재는 학교 안에서 이 노동자들이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상이 없다는 것은 일할 권리가 온전히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고, 쉴 공간이 없다는 것은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존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학교 구성원으로서 존재하지만, 제도와 공간 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남겨지는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임금이다. 학교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노동임에도 처우를 논의할 때 단시간 노동자들은 늘 뒤로 밀린다. 예산에서는 빠지고, 권리에서는 제외된다. 학교 안에 분명 존재하지만, 임금과 처우의 논의에서는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취급된다. "임금의 유령 취급"이다.
이 말은 학교 단시간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을 정확히 드러낸다. 노동은 존재하지만 제대로 계산되지 않는다. 책임은 있지만 권리는 없다. 학교 운영에 꼭 필요하지만, 처우 개선 논의에서는 사라진다. 이것이 바로 여성집중직종과 단시간 노동이 결합될 때 반복되는 구조적 차별이다.
단시간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일한 만큼 제대로 인정받고 싶다는 것, 업무량에 맞는 노동시간을 보장받고 싶다는 것, 학교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공간과 존중을 원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기본적인 요구다. 그러나 이 기본조차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단시간 여성노동자들은 매일 자신의 노동을 증명해야 한다.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여성노동은 오래도록 보조적이고 주변적인 일로 취급되어 왔다. 돌봄, 안전, 행정지원, 급식, 청소, 상담, 방과후 지원 등 학교를 움직이는 수많은 노동은 여성노동자들의 손을 거쳐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 노동들은 '교육의 보조', '아이들을 위한 헌신', '짧은 시간 일하는 부업'처럼 여겨지며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처우에 묶여 왔다. 특히 단시간 노동이라는 이름은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기 쉽다. 노동시간이 짧다는 이유로 낮은 임금이 당연한 것처럼 취급되고, 낮은 임금은 다시 낮은 지위로 이어진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평등과 인권을 가르치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학교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부터 지켜져야 한다. 아이들의 안전과 돌봄을 책임지는 노동자가 차별받는 학교에서, 노동의 가치와 인권을 제대로 말할 수는 없다. 교육의 공간이 평등을 말하려면, 그 공간을 지탱하는 노동자들의 권리 역시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단시간 노동자라는 이유로, 여성노동자가 많이 일하는 직종이라는 이유로, 저임금과 과중한 노동이 당연해져서는 안 된다. 학교 운영에 필요한 노동이라면 그에 맞는 임금과 노동시간, 휴게공간, 고용안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통학버스 안전지도사의 공백시간 문제를 비롯해, 실제 노동에 맞지 않는 계약시간과 무임금 노동 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 늘봄실무사 등 학교 내 단시간 직종의 업무량과 노동시간을 정확히 조사하고, 그에 맞는 인력 기준과 처우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성노동자의 저임금은 우연이 아니다. '여성이 하는 일'이라는 이유로 낮게 평가되고, '단시간'이라는 이유로 권리에서 밀려나는 구조가 만든 결과다. 전북 학교 단시간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임금차별이 어떻게 일터의 가장 익숙한 곳에서 반복되는지를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남지 않기 위해, 이제는 국가와 교육당국이 답해야 한다. 학교를 안전하게 운영하는 노동, 아이들의 일상을 지키는 노동, 교육 현장을 가능하게 하는 노동은 더 이상 유령처럼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 안의 단시간 여성노동자들은 보조 인력이 아니라 학교를 함께 움직이는 노동자다. 그 노동에 걸맞은 임금과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임금차별을 끝내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