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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돌봄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일상을 지키고 있는 요양보호사들은 오늘도 누군가의 하루를 떠받치고 있다. 식사를 돕고, 몸을 씻기고, 병원 동행을 하고, 약을 챙기고, 외로운 시간을 함께 견딘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일지 모르지만, 그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붙들고 있는 이들이 바로 돌봄노동자들이다.

그러나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와 노동자들의 처우 사이에는 큰 간극이 존재한다. 돌봄 없이는 가정도, 지역사회도, 사회 전체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지만, 정작 돌봄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부산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한 돌봄노동자는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우리 사회가 돌봄 노동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묻기 위해서가 아니라 돌봄 노동을 얼마나 값싸게 취급하고 있는지를 고발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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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돌봄을 "공기와 같은 노동"이라고 표현했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는 순간 모두가 그 필요를 절감하게 된다는 뜻이다. 누구나 아프고, 누구나 늙는다. 누구나 언젠가는 돌봄을 필요로 한다. 돌봄노동자가 멈추면 가정의 일상이 멈추고, 지역사회의 기본적인 삶도 흔들린다.

그럼에도 돌봄노동은 오랫동안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처우 속에 방치되어 왔다. 그는 "우리가 멈추면 부산의 가정들이 멈추고, 사회의 기초적인 일상이 무너진다"며 "돌봄 없이는 사회가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데, 왜 이 일을 하는 당사자들의 처우는 항상 제자리걸음이냐"고 지적했다.

시민도 알고 있는 '돌봄노동 저평가'

 2026 부산여성 성평등 인식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2026 부산여성 성평등 인식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 부산여성회

최근 부산여성회가 실시한 2026 부산여성 성평등 인식조사 결과도 이러한 현실을 뒷받침한다. 부산 여성 응답자의 75.9%는 돌봄·서비스·판매 등 여성이 많이 일하는 직종의 임금이 저평가되어 있다고 답했다. 이는 돌봄노동자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도 여성집중직종의 임금이 노동의 가치에 비해 낮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돌봄노동 저평가는 특정 직종의 임금 문제가 아니다. 이는 여성의 노동을 구조적으로 낮게 평가해온 한국 사회의 오래된 문제와 맞닿아 있다. 돌봄은 오랫동안 가족 안에서 여성들이 무급으로 수행해온 일로 여겨져 왔다. 노동시장 안으로 들어온 뒤에도 돌봄은 여전히 '집에서 하던 일', '여성이 원래 잘하는 일',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처럼 취급되어 왔다.

현장의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신체 기능의 변화를 확인하며, 낙상과 사고를 예방한다. 신체노동과 감정노동을 동시에 수행하고, 가족과 기관 사이에서 수많은 책임을 감당한다. 돌봄은 전문적인 기술과 인내, 책임감이 필요한 노동이다.

그럼에도 돌봄노동은 자주 '희생'이나 '봉사'라는 말로 포장된다. 하지만 희생이라는 말이 낮은 임금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봉사라는 말이 노동권을 대신할 수도 없다. 돌봄노동자는 사회 필수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다.

돌봄노동의 저평가는 경력단절 여성의 현실과도 연결된다. 많은 여성들은 20대와 30대에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전문성을 쌓았든,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치며 경력이 단절된다. 이후 다시 노동시장에 진입하려 할 때 여성들에게 열리는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저임금, 불안정, 단시간 일자리가 많고, 그중 상당수가 돌봄·서비스 등 여성집중직종이다.

이 요양보호사는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고 나면 돌아갈 수 있는 일자리가 결국 저평가된 돌봄 시장뿐이라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는 우리를 전문 직업인으로 대우하기보다, 집에서 하던 일이니 싼값에 할 수 있는 일 정도로 여기며 보조적인 업무에 묶어두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구조는 성별임금격차를 더욱 강화한다.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직종은 낮게 평가되고, 낮게 평가된 직종에 다시 여성들이 몰린다. 돌봄 책임은 여성에게 더 많이 전가되고, 여성들은 경력단절 이후 낮은 임금의 일자리로 재진입한다. 그 결과 여성의 노동은 계속해서 저평가되고,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의 저임금 구조는 반복된다.

돌봄의 가치를 말하려면 처우부터 바꿔야

2026 임금차별타파주간이 주목하는 문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성비정규직 노동자의 낮은 임금은 개인의 능력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노동을 낮게 평가해온 사회구조의 결과이며, 돌봄을 필수노동이라 말하면서도 그 비용과 책임을 여성노동자에게 떠넘겨온 결과다.

돌봄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말뿐인 존중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돌봄노동자의 임금 현실화, 안정적인 고용 보장, 적정 인력 기준 마련, 노동강도 완화,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돌봄노동자를 전문 직업인으로 인정하고, 그에 맞는 처우와 경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돌봄을 여성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사회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돌봄은 누구나 필요로 하는 사회적 권리이며,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공의 과제다. 돌봄을 받는 사람의 존엄과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의 권리는 서로 분리될 수 없다. 좋은 돌봄은 좋은 노동조건에서 가능하다.

돌봄노동자는 말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희생이나 봉사가 아니라, 전문적인 기술과 인내, 그리고 책임감이 필요한 노동입니다. 이제는 돌봄노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가치를 인정해야 합니다."

돌봄 없이는 단 하루도 사회가 작동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돌봄노동자의 노동이 항상 '최저'의 자리에 머물러야 할 이유도 없다. 여성들이 집중되어 있다는 이유로 낮게 평가되어온 돌봄노동의 임금과 처우를 바꾸는 일은 성별임금격차 해소의 핵심 과제다. 이제 사회가 답해야 한다. 돌봄은 노동이며, 그 노동에는 정당한 임금과 권리가 필요하다.

[2026 임금차별타파주간 연속기고]
① 여성들은 이미 알고 있다, 임금차별은 어디서 시작되는지 https://omn.kr/2ila8

#임금차별타파주간#부산#돌봄#요양보호사#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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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노동을 향해! [2026 임금차별타파주간 연속기고기사]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성노동운동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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