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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오십 명인 시골 학교이지만 화장실에서 온갖 사건이 벌어진다.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등장했던 사건은 일명 '똥 변기'다. 이건 여자 화장실에서 발생한 일이라 나는 직접 목격한 바 없다. 도대체 누가 용변을 보고 물을 내리지 않는 걸까. 어쨌든 지난해에 여자 화장실에서는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닫힌 변기만 보면 기겁하는 아이들이 속출했다.

증언에 따르면, 똥 변기의 주인공은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물을 내리지 않고 변기 뚜껑만 닫는다. 둘째는 휴지가 변기 주변에 널브러져 있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는 사용 흔적이 없는 깨끗한 상태였다. 그 말인즉슨, 변기 커버 위에 휴지를 깔고 일을 본 후 치우지 않은 것이다. 급기야는 화장실 앞 복도에 '물을 내립시다' 포스터가 내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똥 변기는 계속되었다.

결국 각 학년 선생님들이 합심하여 매일 화장실 사용 교육을 이어갔다. 여자 선생님들은 수시로 화장실을 점검했다. 연습하면 잘할 수 있다는 따뜻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똥 이야기는 잠잠해졌다. 간헐적으로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기는 했으나 잘 지나갔다. 그렇게 똥 변기 사건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올해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름하여 '오줌 웅덩이' 사건.

화장실에 생겨난 수상한 웅덩이

 처음에는 물조리개로 오줌을 처리하다가, 효율성 문제로 호스로 교체하였다.
처음에는 물조리개로 오줌을 처리하다가, 효율성 문제로 호스로 교체하였다. ⓒ 이준수

"아니 도대체 누가 바닥에 오줌을 싸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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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모두가 물이라고 생각했다. 청소를 담당하시는 여사님께서 오전에 물청소를 하신다. 그래서 오전이면 바닥 타일이 젖어있다. 그런데 어디선가 지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실내화 바닥에서 풍기는 냄새였다. 실내화에서 지린내가 나는 경우의 수는 극히 적다. 우리는 냄새의 근원을 추적했다. 교실에서 복도로, 복도에서 계단으로. 계단 옆 화장실을 지나던 찰나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화장실 바닥에 고여있는 액체가 있었던 것. 작은 웅덩이 모양으로.

나는 쪼그려 앉아 문제의 액체를 유심히 관찰하였다. 스마트폰 전등을 켜서 바닥을 비추자 진실이 드러났다. 얼핏 볼 때는 몰랐으나 액체는 밝은 노란색이었다. 시각보다 뒤늦게 찾아오는 냄새. 명백히 오줌이었다. 옆에 있던 아이들이 기겁하며 물러났다. 급히 물조리개를 가득 채웠다. 물과 섞인 오줌이 강처럼 흘러 하수구로 빠져나갔다. 아이들은 맹독성 화학물질이라도 피하듯 까치발로 다녔다.

'설마, 실수였겠지, 정말로 급했겠지.'

한두 번은 모두가 관대하게 넘어갔다. 그러나 웅덩이는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다시 등장했다. 오줌이 등장할 때마다 난리가 났다. 화장실 근처에는 전교생이 다 함께 쓰는 실내 놀이공간이 있다. 그래서 특정 학년을 지목할 수 없었다. 나는 틈 날 때마다 물청소를 했다. 신출귀몰한 괴도 루팡처럼 오줌 웅덩이는 어느새 바닥에 고여 있었다. 보이지 않는 오줌과 술래잡기하는 기분이었다.

"쉬는 시간에 저희가 가서 확인하기는 하는데, 누군지 모르겠어요."
"수업 중에 화장실 가는 애가 범인 아니야?"

5학년인 우리 반 남학생들은 '다 큰 고학년인' 5학년은 절대로 바닥에 오줌을 싸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고 학년인 우리가 그런 일을 벌일 까닭이 없다'는 6학년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래도 같은 층에서 벌어진 일이다 보니 몹시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앞으로 화장실은 최소 2명 이상이 동시에 가면 어떨까요?"

우리 반 아이가 제안했다. 개인의 사생활을 고려하면 인권 침해의 여지가 있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이 의견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학급 전체가 단체 이용을 하겠다는 과격한 의견까지 등장했다. 오줌싸개로 오해받는 일만큼은 피하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럼 확실하게 CCTV를 설치하는 건 어떨까요?"

급기야는 최후의 개인공간 마저 감시하자는 의견이 떠올랐다. 그러나 용변 보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찍히길 바라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기각.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은 수업 중 화장실을 아예 못 가게 하자는 의견. 쉬는 시간에는 보는 눈이 많아 오줌을 바닥에 싸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결국 '오줌 웅덩이 사건'은 전교 어린이 자치회 안건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같은 공간에 함께 산다는 것은

 똥 변기 사건 시절 제작된 3D 프린트 작품. 현재도 변기 옆 선반에 놓여 있다. 제법 효과가 있었다.
똥 변기 사건 시절 제작된 3D 프린트 작품. 현재도 변기 옆 선반에 놓여 있다. 제법 효과가 있었다. ⓒ 이준수

"아주 누군지 범인 나오기만 해 봐."
"오줌만 그런 건 아니에요. 변기 칸도 더러워요."
"누군지 몰라도 진짜 더러워."

자치회에서 경악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고민에 빠졌다. 이번 '오줌 웅덩이 사건'의 핵심은 범인을 잡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범인을 잡는 일은 생각보다 쉬울지 모른다.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 앞을 지키고, 수업 중 나간 아이들의 이름을 적고, 냄새와 발자국과 시간을 맞추다 보면 언젠가는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다년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결국 한 아이를 찾아낸다고 해도, 사건은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작년에도 몰아붙이기 방식이 아니라 '햇볕 정책'으로 똥 변기 사건을 해결했지 않은가.

"혹시 실수한 사람이 있다면,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정말 급했을 수도 있고, 어떻게 치워야 할지 몰라 그냥 나왔을 수도 있어. 하지만 실수한 뒤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오는 건 다른 문제야."

우리는 몇 가지 약속을 했다. 너무 오랫동안 참지 말고 적당히 마려울 때 화장실 다녀오기, 혹시 친구가 실수한 것 같아도 놀리거나 소문내지 않기, 소변이 튀거나 바닥에 묻으면 휴지로 닦고 선생님께 조용히 말하기. 굳어있던 아이들 얼굴이 조금은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금방 동의했다. 화장실은 누군가를 잡아내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모두가 안심하고 몸을 맡기는 곳이어야 했으니까.

현재까지 오줌 웅덩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선생님들은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지 않았다. 아이들이란 언제나 어른의 예측보다 더 엉뚱하고, 더 솔직한 존재니까. 우리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꾸준히 지켜볼 것이다. 같은 공간에 함께 산다는 것은 의외로 단순한 일인지도 모른다. 물을 내리고, 바닥을 닦고, 다음 사람을 생각하는 사소한 동작을 지키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수한 사람을 덮어줄 수 있는 아량을 잊지 않는 일도 학교에는 꼭 필요하다.

#화장실#초등학교#교육#어린이#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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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가계부, 미래의창 2024>, <선생님의 보글보글, 산지니 2021> 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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