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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서울 잠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제4,5,6투표소에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서울 잠전초등학교 체육관에 마련된 잠실본동 제4,5,6투표소에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절망 속에서 지금 '희망의 회로'를 돌리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지난 '12.3 내란'에 동조하거나 옹호한 이들은 모두 지역의 유권자들이 표로 응징할 걸로 봤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대구와 경북, 울산 등지에서 국회의원과 지역의 단체장으로 당선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12.3 내란'도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에 '적수'가 되질 못했다. 요동치는 국제 정세는 말할 것 없고, 실물 경제와 정부의 정책도, 심지어 후보자의 공약조차 유권자의 표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 듯하다. 민생이 정치에 압도당한 선거였다.

중앙 정치의 '거물'들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역에 내려와 유권자들을 현혹하고, 부나방 같은 언론들은 그들에게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그러잖아도 '서울의 식민지'였던 지방은 그들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조차 중앙 정치의 '해바라기'로 전락했다. '지방 소멸'은 선거로부터 이미 시작됐다.

10~20대 유권자들의 정당 지지율 쏠림에 충격

ⓒ 이은영

'깜깜이 선거'라며 조롱받던 교육감 선거조차 정치적 양극화를 절감한 시간이었다. 후보자마다 교육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이념 편향을 드러낸 공약을 앞세우고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민생과 함께 교육조차 정치에 압도된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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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교육감 후보자들은 정당의 공천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입은 옷의 색깔만 보면 정치 성향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정당의 이름만 적지 않았을 뿐, 누가 여당 편이고 야당 편인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유권자들에겐 공약보다 옷 색깔이 더 또렷하게 각인된다.

모든 언론에서도 그들을 진보와 보수로 양분해 호명한다. 자기가 사는 지역의 교육을 책임질 후보자의 이름은 몰라도, 누가 '우리 편'인지 판단해서 투표하는 현실이다. 덩달아 후보자들도 '단일 후보'라는 이름을 앞세워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지역의 단체장과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묶어 선출하는 편이 나을 성싶다. 공약을 공유하게 되면 엇박자가 날 리도 없고, 정책 협의를 통해 실현 가능성도 훨씬 높아질 것이다. 정당 공천제만 없앤다고 저절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진 않는다.

교사로서, 이번 전국 동시 지방 선거의 가장 충격적인 결과는 10~20대 유권자들의 정당 지지율 쏠림 현상과 성별 격차의 완화다. 특히 이번 선거의 최대 접전지였던 서울에서 그들의 선택은 사실상 후보자의 당락을 결정짓는 '캐스팅 보트'였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20대 이하의 보수 정당 지지율이 높고, 성별로 지지하는 정당이 상반된다는 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이미 확인된 바다. 이른바 '이대남'과 '이대녀'는 같은 시대적 환경에서 나고 자란 동일한 세대라고 한데 묶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차라리 적대적인 관계였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선 다소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이대남'의 투표 성향은 기존의 쏠림 현상이 더욱 확연해진 데 견줘, '이대녀'는 그들의 분위기에 편승하듯 조금씩 '우클릭'하는 모습이다. 지금껏 여당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이대녀'의 결속력이 느슨해지고 있음이 눈에 띈다.

방송 3사의 출구 조사 기준, 서울에서 '이대남'은 무려 75.3%가 야당 후보에 투표했다. 사실상 몰표를 던진 셈이다. '이대녀'의 41.4%와 비교하면 적지 않은 격차이지만, 그들이 48.5%라는 엇비슷한 수치로 여당 후보를 선택한 걸 보면 과거처럼 일방적 지지는 거둔 모양새다.

더욱 놀라운 건, 30대 여성의 '변심'이다. 지금껏 그들은 '이대녀'와 함께 나름 공고한 여당 지지층으로 여겨져 왔다. 이번 선거에서 그들은 절반을 훌쩍 넘긴 53.6%가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 참고로, 그들은 4년 전 선거 땐 54.1%가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이제 20~30대는 보수 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세대로 자리매김했다. '이대남'의 정서가 '이대녀'를 넘어 30대 여성까지 빠르게 포섭해 가는 양상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적어도 그들에게 보수 야당은 '가려운 데를 긁어줄 줄 아는' 정당으로 각인되어 있다.

대구보다 낮은 서울 청년들의 여당 후보 지지율

ⓒ 이은영

한편, 지역별 차이도 흥미로운 관심거리였다. 특히 피 말리는 접전이 펼쳐진 서울과 대구 지역 20대 이하의 여야 정당 후보 지지율은 두 지역이 서로 바뀌었나 싶을 정도다. 서울에서는 여당 후보 지지율이 35.9%에 그쳤는데, 정작 '보수의 본향'이라는 대구에선 43.0%에 이르렀다.

일부에선 40~50대와 함께 대구에서 여당 후보의 '졌잘싸'를 이끈 주체로 우뚝 섰다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물론, 그들의 여당 지지를 '곡해'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국무총리까지 역임했던 후보자 개인에 대한 선호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기껏해야 경제적으로 낙후한 현실에서 변화를 갈망하는 청년 세대의 표심이 일시적으로 반영된 거라고 일축한다.

여하튼 대구가 서울보다 청년 세대의 여당 후보 지지율이 높다는 건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적어도 그들에겐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의 통합을 저해해 온 고질적인 지역주의가 시나브로 힘을 잃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록 낙선했을지언정 그의 도전은 지역주의 혁파의 마중물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이번 선거를 복기하면 할수록 자꾸만 10~20대의 투표 결과에 시선이 머문다. 어엿한 투표권을 지닌 그들의 정치적 판단과 선택을 두고 '꼰대' 마냥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다. 그들 나름의 공통된 정서와 합리적인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테고, 유권자의 선택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실리와 실용을 중시하고, 불공정에 분노하며, 위선을 배격하는 태도는 요즘 청년 세대를 상징하는 '코드'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그들이 정보를 얻고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다. 그를 통해 지역주의에 휩쓸리지 않고, 이념 지형에 얽매이지 않는 그들의 자유분방함은 부럽기까지 하다.

한편으로는 교사로서 막중한 책임감 같은 게 어깨를 짓누른다.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하는 그들의 정서에 십분 공감하면서도 목에 걸린 가시처럼 찜찜하게 남은 게 있다. 그들이 공동체의 근간이랄 수 있는 규범적 가치를 '공자님 말씀'으로 치부하며 조롱거리로 삼는다는 점이다.

그중 대표적인 게 민주주의와 민주화운동에 대한 노골적인 왜곡과 폄훼다. 산업화와 민주화 등의 우리 사회의 거대 담론을 백안시하며, 현실의 이해타산에만 매몰되어 있는 모습을 흔히 접한다. 그들에게 민주당은 아예 '위선적 내로남불 정당'으로 낙인찍힌 지 이미 오래다.

또, 세대 및 종교, 성별, 지역 갈등 등 우리 사회의 온갖 문제들이 어쭙잖은 민주화운동으로부터 비롯됐다고 여긴다.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586 세대'는 그들에게 우리 사회를 망친 주범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그들의 헌신에 빚졌다는 인식이 아예 없다. '12.3 내란'에 대한 공포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도 그래서일 테다.

와중에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동시에 치러진 교육감 선거의 당선자들 다수가 올바른 역사의식 함양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의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실천을 다짐하고 있어서다. 모쪼록 그릇된 편견을 바루어 미래 유권자들을 성숙한 시민으로 키워낼 그들의 노력에 기대를 건다.

#제9회전국동시지방선거#교육감선거#이대남#이대녀#민주시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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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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