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기술로 제작된 지상파 3사 개표방송 카운트타운 영상 ⓒ KBS, MBC, SBS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이하 '6.3 지방선거')가 일제히 치러진 지난 3일, 지상파 3사 방송사들은 저마다의 정체성과 차별화된 무기를 앞세운 개표방송을 선보이며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청률에선 MBC가 앞섰다. 지난 3일 MBC '선택 2026 MBC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방송'은 전국 기준 8.3%를 기록했다. KBS1 '내 삶을 바꾸는 선택 2026 지방선거'는 4.8%, SBS '국민의 선택'은 3.7%였다(4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 기준).
MBC와 SBS가 각각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재치 넘치는 패러디 등을 통해 볼거리 마련에 주력한 데 반해 KBS는 안정감을 강조한 전통적인 분석 중심의 방송으로 차별화를 도모했다. 이들 3사는 공통적으로 개표방송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영상을 AI 기술로 제작하는 등 최근 흐름에 발맞춘 방송 기법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과거 개표방송이 정확하고 빠른 결과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AI로 대표되는 신기술의 도움을 통해 얼마나 쉽고 흥미롭게 선거 과정과 결과를 설명하느냐가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각 방송사의 역량이 하나로 집약된 '정치 방송 페스티벌'로의 변화는 6.3 지방선거 개표방송이 남긴 가장 큰 성과였다.
MBC, 현대사 압축한 AI 기반 카운트다운 영상

▲MBC 6.3 지방선거 개표방송 ⓒ MBC
지난해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 시청률 1위에 올랐던 MBC는 시각적 재미와 정보 전달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 큰 비중을 할애했다. 3일 오후 6시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전 공개된 카운트다운 영상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구현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소녀, 그리고 우리'라는 제목으로 제작된 해당 영상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2 한일 월드컵, 세월호 참사, 비상계엄 사태 등을 함축적으로 그려냈다. 스튜디오에는 가로 33m, 높이 6.5m 규모의 초대형 메인 LED와 '큐브M'으로 명명된 정육면체 LED를 설치하는 등 입체적인 화면 구성에도 주력했다. 각 지역 후보들의 경쟁 구도를 표현하기 위해 각종 스포츠 경기와 자동차 레이스 장면을 활용한 그래픽 영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창 투표가 진행되던 당일 오후에는 유튜버 김선태(구 충주맨),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 프랑스 출신 방송인 파비앙이 출연한 '서울 살래 충주 살래' 코너를 선보였다. 지역 균형 발전과 정책 마련의 중요성 등을 소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기존 정치인과 평론가 중심의 다소 딱딱한 진행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도 해석됐다.
SBS, 올해도 이어진 흥미진진 패러디 향연

▲SBS 6.3 지방선거 개표방송 ⓒ SBS
주요 선거 때마다 파격적인 패러디 영상 중심의 화면 구성으로 웃음과 재미, 차별화를 동시에 추구해 온 SBS의 기조는 이번 지방선거 개표방송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SBS 역시 AI로 완성한 카운트다운 영상을 선보였는데, 장인의 손길을 빌려 '2026 국민의 선택'이라는 문구의 도장을 새기는 과정을 화려한 빛깔로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각 후보의 치열한 개표 대결 화면에서는 자사 인기 드라마인 <모범택시>,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드래곤볼>까지 패러디 소스로 활용했다.
오픈AI와의 적극적인 협업 또한 눈길을 끌었다. SBS는 이번 방송에서 'AI 상황실'을 마련했다. 주요 접전 지역의 관전 포인트와 민심 변화, 당선 예상 시점 등을 실시간 질의응답(Q&A) 형식으로 분석해 제공했다. 시각적인 화려함에만 치중하지 않고 정보 전달 영역까지 AI 기반 제작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KBS, 화려함 대선 차분함

▲KBS 6.3 지방선거 개표방송 ⓒ KBS
상대적으로 KBS는 이번에도 안정성과 신뢰성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구성에 무게를 뒀다. 타사와 마찬가지로 AI 기술로 제작된 카운트다운 영상에서는 호랑이를 전면에 내세우며 차분한 분위기 속 전통미를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특설무대 'K존'을 마련한 KBS는 각 지역의 대표 유물과 문화유산을 활용해 표심의 향방을 전달하는 등 경쟁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화면 구성을 선보였다. 접전 지역 판세를 소개할 때는 사극 분위기의 AI 영상물을 활용하는 등 입체적인 시도도 병행했다.
화려한 기교나 예능적 재미에 치중하지 않고 절제된 품격을 앞세운 KBS는 이밖에 다양한 정치권 인사를 패널로 초청해 선거 결과를 분석하고 표심을 해석하는 데 집중했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신뢰성과 안정감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방송 전반에 녹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