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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K-팝 콘서트 티켓 한 장이 정가 19만 8천 원에서 970만 원에 거래됐다. 약 49배. 그것도 불법 경로가 아닌,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리셀 플랫폼에서 버젓이 일어난 일이다.

"아무리 보고 싶어도 그 돈은 없잖아요." 경희대학교 고황컵(교내 체전) 경기장 앞에서 만난 한 학생의 말이다. 지난 5월 14~15일, 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수업 4조는 이틀에 걸쳐 교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200명이 넘는 학생·교수를 대상으로 암표 및 리셀 플랫폼 이용 실태를 직접 설문했다. 피켓을 들고, 스포츠 경기 관중석 앞에 서서 대면으로 물었다.

10명 중 4명 이상이 리셀 플랫폼을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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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가수 공연인데 티켓이 열리자마자 매진되면 방법이 없잖아요. 리셀 말고 대안이 없는 거잖아요."

설문 결과는 예상보다 선명했다. 응답자 135명 중 리셀 플랫폼을 이용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44.4%. 경험은 없으나 의향이 있다는 응답도 18.5%였다. 단순히 "나쁜 줄 알면서도 쓴다"가 아니었다. 많은 응답자들이 정가에 티켓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리셀 플랫폼을 택했다고 털어놨다.

리셀 플랫폼 이용 실태 조사 리셀 플랫폼 경험자(44.4%)와 미경험자(37.1%)가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잠재적 이용 의향자(18.5%)도 상당수 존재한다. 많은 응답자들이 리셀이 '좋아서'가 아니라 공식 예매 실패 후 어쩔 수 없이 이용하고 있음을 현장 인터뷰에서 확인했다.
리셀 플랫폼 이용 실태 조사리셀 플랫폼 경험자(44.4%)와 미경험자(37.1%)가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잠재적 이용 의향자(18.5%)도 상당수 존재한다. 많은 응답자들이 리셀이 '좋아서'가 아니라 공식 예매 실패 후 어쩔 수 없이 이용하고 있음을 현장 인터뷰에서 확인했다. ⓒ 세계와 시민 4조

그러면서도 많은 응답자들이 암표 거래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문제는 알지만, 대안이 없어서 결국 고가의 암표를 산다는 것이다.

법은 있는데, 왜 암표는 사라지지 않을까

2024년부터 개정된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이 시행됐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암표 판매에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처벌 수위를 높였다고 했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최근 5년간 프로스포츠 온라인 암표 의심 사례 45만 7759건 중 실제 단속에 성공한 건수는 단 3917건, 약 0.85%에 불과하다. 100건 중 1건도 단속이 안 된다는 뜻이다.

왜일까. 우리 조가 자문을 구한 한 법률 전문가는 현행법의 핵심 문제는 '매크로 사용 여부'를 입증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최신 매크로 프로그램은 마우스 움직임과 클릭 속도를 사람처럼 랜덤하게 조절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일반인의 '광클'과 구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처벌이 강화될 것이고, 암표 자체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말을 전하며 구조적 한계를 인정했다.

단속이 어렵다는 것을 아는 암표상들은 더 교묘해졌다.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폐쇄적인 채널로 숨어들고, 해외 서버를 경유해 수사망을 피한다. 법은 뒤처지고, 기술은 앞서간다.

일본은 이미 티켓 전매금지법으로 온·오프라인 전 영역에서 암표를 형사·민사 양면으로 처벌하고 있다. 영국은 최근 스포츠·음악 티켓의 정가 초과 재판매 자체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도 지금의 '매크로 단속'에서 '전매 행위 자체 규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가 왔다.

2026년 8월, 더 강력한 암표근절법 시행

그 한계를 인식한 정부도 움직였다. 2026년 1월 29일,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암표근절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공연법은 올해 8월부터 시행된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규제 범위의 대폭 확대다. 기존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암표만 처벌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은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상습적이거나 영업 목적의 부정 판매·알선 행위 전체를 금지한다. 처벌 수위도 높아진다. 판매금액의 50배 이하 과징금 부과, 몰수·추징이 도입되고, 신고 포상금 지급 제도도 새롭게 마련된다. 입장권 판매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는 부정구매·부정판매 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의무도 함께 부과된다.

"걸려도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타파할 수 있는 구조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셈이다. 다만 법이 시행되더라도 텔레그램·디스코드 등 음성 채널을 통한 개인 간 거래까지 단속하기엔 여전히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시민의 자발적 신고와 인식 개선이 법 집행의 실효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남는다.

학생들이 제안하는 암표 신고 사이트의 모습

우리 조가 주목한 것은 단속의 어려움보다 신고의 허들이었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암표 통합 신고 누리집'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신고하는 방법이 복잡하고, 접근성이 낮으며, 신고 이후 어떻게 처리되는지 피드백이 없다는 점이 시민들의 참여를 막는 듯했다.

우리가 제안하는 암표 신고 사이트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누구나 쉽게 신고할 수 있는 구조. 스마트폰으로 암표 게시물 링크만 붙여 넣으면 신고가 완료되는 방식이다. 판매 가격, 좌석 정보, 판매자와의 대화 스크린샷까지 함께 올릴 수 있는 간편한 UI를 갖춰야 한다.

둘째, 신고 처리 현황 공개. 신고 후 수사 의뢰 여부나 처리 결과가 신고자에게 피드백되지 않으면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내 신고가 실제로 쓰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셋째, 시민 제보 포상 연계. 정부는 현재 암표 신고에 포스트시즌 티켓 제공 등 포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아는 시민이 많지 않다. 신고 사이트와 포상 정보를 직접 연결해 참여 유인을 높여야 한다.

암표를 사는 순간, 당신도 공모자가 된다

이번 조사에서 인상적이었던 또 하나의 지점은 '암표 구매자의 인식'이었다. 많은 이들이 암표를 사는 행위를 단순히 '비싸게 사는 것'으로 인식하지, 시장 교란에 가담하는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이야기가 다르다. 매크로 이용을 교사하거나 암표상과 공모한 구매자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암표 수요가 있는 한 암표 공급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암표를 사는 행위가 다음 공연의 암표 시장을 키운다.

경기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던 학생들의 질문은 단순했다. "혹시 리셀 플랫폼 써보신 적 있나요?" 그 단순한 질문에서 나온 데이터가 말한다. 시민들은 암표가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다. 다만, 대안이 없어서, 방법을 몰라서, 신고가 귀찮아서 그냥 지나치고 있을 뿐이다.

암표가 사라지는 날은 법이 완벽해지는 날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기는 날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희대학교 '세계와 시민' 수업 4조의 조별 연구 및 현장 활동을 바탕으로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암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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