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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03 09:51최종 업데이트 26.06.03 09:51

97세 아버지를 모시고 투표소에 다녀왔습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 참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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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산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지방선거 투표소 안내문
독산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지방선거 투표소 안내문 ⓒ 이혁진

오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가 있는 날, 투표가 시작되는 오전 6시에 독산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 아버지를 모시고 갔다. 서둘러 아침 일찍 다녀온 것은 연로한 아버지(97)가 불편 없이 투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투표소에는 벌써 몇 사람이 앞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아버지는 가장 빠르게 투표한 '최고령자'로 기록될 듯싶다. 투표 관리원들도 고령의 아버지를 정중하게 배려하는 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사실 오늘 투표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2주 전 두꺼운 책자의 투표안내문이 집에 도착한 날, 이를 뜯어보고 놀랐다. 후보자들의 책자와 인쇄물은 한마디로 어지러움 그 자체였다. 아기 손바닥만 한 쪽지로 인쇄해 자신을 소개하는 후보도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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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감 선거 공보 자료는 더욱 보기 어렵다. 후보자 번호도 없이 8명이 자기가 보수와 진보, 중도를 각각 대표한다며 자료를 냈다.

벽돌책 같은 투표 안내문을 과연 살펴보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었다. 선거 벽보도 어디 붙었는지 우리 동네에는 잘 보이지 않았다. 난립하는 후보자들의 현수막들이 길가나 동네 어귀에서 잠시 눈길을 끌었을 뿐이다.

31개나 되는 후보자들의 책자들을 살피고 읽는데 두 시간이 걸렸다. 이것을 아버지께 보고 드리는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 이어 아버지께 이번 선거에 투표하실지 의향을 물었다. 투표가 복잡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여쭌 것인데 아버지는 투표가 당연하다고 말씀하셨다. 우문에 현답을 하신 것이다.

아버지 요청에 띠라 이번 선거에는 서울특별시장, 금천구청장, 서울시의원, 서울시의원 비례, 금천구의원(나선거구), 금천구의원 비례, 서울시교육감 등 무려 일곱 명을 선출할 것이라고 정리해 드렸다.

 지방선거 투표를 마치고 아버지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지방선거 투표를 마치고 아버지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 이혁진

아버지를 투표소에 안내한 것이 지난 대통령 선거를 포함해 모두 네 번이다. 90세가 넘자 투표하면서 혹시 실수를 하실까 아들을 앞장 세우셨다. 자식으로서도 투표소까지 모실 수 있어 다행이다. 고령의 투표자들에게는 투표하는 방법과 요령을 별도 안내하거나 설명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어르신들을 투표장으로 편하게 수송하는 대책도 있어야 한다.

나의 노파심일까. 아버지처럼 연세가 높은 어르신들은 과연 투표를 제대로 할지 걱정이다. 아버지가 다니는 경로당도 투표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바깥의 시끄러운 분위기와 달리 고령자들은 선거에 냉담하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복잡한 투표방식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아버지는 이번 투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며 집을 나섰다. 부자지간에도 누구를 찍을지 표심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자제하지만 아버지는 누가 되더라도 지역에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표를 마치고 귀가하니 일곱시다. 아버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뭔가를 해냈다는 표정이다. 오늘 자식으로서도 모처럼 보람을 느끼는 하루이다. 우리는 평소대로 조반을 먹기 시작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전국동시지방선거#투표#독산3동#최고령자#교육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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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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