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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오마이뉴스 5월 26일 자 기사 "[반론] 1020세대의 극우화 경향은 낡은 교과서 탓이 맞습니다"에 대한 재반론 글임을 밝힙니다. 오마이뉴스는 교육에 관한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지난 5월 21일 필자는 "[반론] 낡은 도덕·사회 교과서가 청년들의 극우화를 낳았다고?"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이는 앞서 17일 보도된 "최근 극우화 사태는 구식 도덕, 구식 사회 교과서 영향" 기사에 대한 반론이었고, 이후 26일 필자의 기사에 대한 반론으로 "[반론] 1020세대의 극우화 경향은 낡은 교과서 탓이 맞습니다"라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관련기사]
최근 극우화 사태는 구식 도덕, 구식 사회 교과서 영향 https://omn.kr/2i81s
[반론] 낡은 도덕·사회 교과서가 청년들의 극우화를 낳았다고? https://omn.kr/2iakk
[반론] 1020세대의 극우화 경향은 낡은 교과서 탓이 맞습니다 https://omn.kr/2ic9j

필자는 이 글이 과연 나의 주장에 대한 적절한 반론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어떤 면에서 낡은 교과서가 1020 세대의 극우화로 이어졌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를 글에서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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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내가 쓴 글의 핵심적인 주장은 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청년들의 극우화 경향을 교과서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한국의 도덕·사회 교과서들은 민주시민교육이 불가능할 정도로 낡았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민주시민교육 교과서가 잘 갖춰진 유럽에서도 청년들이 극우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과연 교과서 탓으로 돌릴 수 있냐는 것이다.

둘째는 한국의 교과서는 독일이나 프랑스의 교과서에 비해 민주시민교육에 미흡하므로, 자율적·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지만, 단지 교과서의 편재나 서술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교내외의 다양한 일상적 활동과 경험을 통해 민주주의를 체득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교과서가 청년들의 극우화를 낳았는지와 별개로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먼저 첫 번째 주장에 대한 반론에는 기사 내에서 구체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그냥 제목처럼 "1020 세대의 극우화 경향은 낡은 교과서 탓이다"라는 주장만 있을 뿐이다. 이 글이 반론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교과서로 인해 극우화가 된 사례를 제시해야 한다. 한국의 도덕·사회 교과서에 어떤 내용이 극우화를 부추기고 있는지를 보여주거나, 학교 교육에서 이들 교과서가 어떤 방식으로 극우화 교육에 이용되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글에서 이런 내용을 찾을 수 없다.

글쓴이는 "독일과 프랑스 교과서와 비교했을 때 우리의 교과서 내용에 크게 문제가 없다"라는 표현에 대해 문제삼고 있는데, 여기서 "문제가 없다"라는 표현은 극우화를 부추길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말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하다는 얘기는 이미 한 바 있고, 또 나의 반론 대상이 되었던 이전 글에서도 이미 확인되었다. 특히 나의 글에서도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 토론, 논쟁 등 자율적,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적합한 다양한 수업 방식과 연결될 수 있도록 교과서가 구성되고 서술되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런 점에서 한국 교과서들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한 바 있다. 물론 이에 대해 글쓴이도 일부 공감하고 동의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글쓴이는 여기서 민주시민교육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초점을 비켜 가는 논의를 펼치고 있다. 노동자 파업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태도가 부정적인 것은, 독일이나 프랑스와 달리 질서와 순응을 강조해 온 한국의 '신민 교육'의 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한국 학교 교육의 맥락을 보면 그런 면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문제의 핵심은 이것을 예전의 교과서가 아니라 1020 세대가 배우는 도덕·사회 교과서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는 마치 현재의 한국 교과서가 여전히 반공교육, 준법교육, 노동자와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는 반인권교육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이 말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도대체 현재 교과서의 어느 부분, 어떤 내용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

지금 도덕 교과서에는 불평등과 분배, 정의의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논쟁적 시각들을 제시하고 있고, 인권, 시민성, 환경문제, 다문화 사회의 윤리, 갈등과 사회통합, 한반도 평화와 국제 평화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경쟁적 시각들을 제시하고 있다. 사회 교과서에서도 헌법과 인권 보장, 문화 상대주의와 다문화 사회, 시장경제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 계급·계층과 불평등 등 다양한 논쟁적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내용으로는 극우화를 부추길 요소들을 찾을 수 없다는 얘기다.

글쓴이는 "4·16 참사 이후에도 우리 교육은 큰 틀에서 달라지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는데, 이처럼 민주시민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것과 낡은 교과서 때문에 민주시민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서 1020 세대가 극우화 하고 있다고까지 말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그는 "2016년 촛불 시민혁명과 2019년 서초동 검찰개혁 촉구 시위, 그리고 2025년 응원봉 빛의 혁명은 순응적 시민을 길러낸 학교 교육의 결과라기보다 학교 밖 시민 교육의 누적된 산물이라고 보는 게 정확한 해석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들 청년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몇 년 사이에 '학교 밖 시민교육'의 영향으로 갑자기 순응적 시민에서 저항적 시민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더더구나 교과서는 별로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그런데 실제로 청년들이 대통령의 국정농단이나 계엄선포에 맞서 비판적, 저항적 행동에 나선 것은, 교과서나 시민교육의 영향보다는 그들이 놓여있는 사회적 배경들이나, 간섭과 억압을 싫어하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개방적인 청년문화의 확산과 연관된 것이었다.

글쓴이는 앞에서는 한국에서 학교 밖의 시민교육이 시민행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다가, 뒤에서는 독일과 프랑스의 학교 교육에서 본받을 게 많으므로 교과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교과서와 시민행동이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민주시민교육이 청소년들의 능동적 시민의식을 키울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교과서의 교육 내용이 중요하다는 추상적인 주장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교과서나 교육으로 청소년들의 의식과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단선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주장은 자칫 이해관계와 가치지향의 다양성을 억누르는 또 다른 획일성 교육으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교육계에서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고, 이에 따라 그동안 교육 과정과 교육 내용도 조금씩 변화해 왔다. 사실 박근혜 정권에서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나섰던 것도 이와 같은 교과서 내용의 민주적, 개방적 변화를 막고자 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런 점들을 무시하고 추상적인 논리로 교과서 만을 탓하는 주장으로는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의미 있는 변화의 방향을 찾기 어렵다.

이전의 글에서 내가 제기했던 중요한 질문은 바로 "왜 교과서가 내용에서 잘 구성되어 있고 민주시민교육을 잘 받은 독일과 프랑스의 청년들이 극우화 경향을 보이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글쓴이는 이에 대해 어떤 답변도 내놓지 못하고 있고, 그저 이들 나라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국의 교과서와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일반적인 얘기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결국 좋은 교과서와 민주시민교육만으로 청년들의 극우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나의 두 번째 주장과 연결되어 있다. 민주시민교육의 강화와 이에 적합한 교과서의 개편은 필요하지만, 이것은 그 자체로 극우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보다 적어도 민주시민으로서 자율적 판단력과 비판적 사고력 기르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그러하다. 적절한 민주시민교육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청년들이 자율적인 판단으로 극우적 가치를 선호하고 또 추구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민주주의 규범과 규칙의 틀 안에서 추구하도록 하거나 극우적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이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민주시민교육의 효과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면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이념적 관점, 가치지향, 세계관, 태도 등에 대한 자율적, 합리적, 비판적 사고를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민주시민교육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학교 교육이 이러한 교육 혁신을 추구하는 것을 제약하는 요인들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입시 경쟁 교육이며, 이러한 환경은 무엇보다도 대학 서열 체계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전 글의 마지막에 언급했던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런데 글쓴이는 이것을 '거대 담론'이라 비판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가장 분명한 반론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것은 거대 담론의 문제라기 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 제기이다.

글쓴이는 북유럽 등 선진국처럼 복지를 강화하면 대학 서열 체계와 입시 경쟁 교육이 어느 정도 완화된다고 주장한다. 물론 복지가 강화되면 서열과 경쟁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복지를 강화하더라도 대학 서열 체계가 존재하면 경쟁이 초중등교육에서부터 시작되는 현상을 막기 어렵다. 학생들이 입학하는 대학의 서열에 따라 직업과 소득이 어느 정도 정해진다고 하면, 일찍부터 교육 경쟁, 성적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가 쉽지 않다.

한국 사회가 민주화와 함께 복지가 조금씩 개선되었지만, 입시 경쟁과 사교육 경쟁이 오히려 더 치열해진 것은, 대학 서열 체계에서의 위치가 대학 졸업생의 직업과 소득수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경험으로 습득해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쓴이가 주장하듯이 "학생의 시민의식 성취도를 측정하는 평가 방식만 바꾸어도 민주시민교육은 교육 효과를 볼 수 있다"거나, "현행 5지선다형 수능 상대평가 방식을 폐기하고 독일, 프랑스처럼 서·논술형 절대 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면 학생들은 저절로 독서하고 토론 수업을 통해 사고의 깊이를 더한다"라고 하는 말은, 성적으로 서열을 매겨야 하는 현재의 입시제도에서 교육 현장에서 수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도 사범대 예비 교사들은 다양한 수업 방법, 평가(시험) 방법에 대해서 배우며, 그 효과들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이러한 다양한 수업 방법은 입시를 대비하여 진도를 나가고 시험으로 성적을 매겨야 하는 현실로 인해 실제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불신과 성적 공정성 논란에 노출되어 있는 교사들과 학교가 서·논술형 절대 평가 방식을 도입하거나 평가방식을 바꾸도록 강제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교육현실을 바꾸기 위해 시험 방식을 객관식에서 주관식으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4지선다에서 5지선다로 바꾸고 또 입시전형을 학생부, 내신, 수능 등으로 다양화하는 등 중등교육과 입시제도 개선의 노력을 수십 년 동안 해왔지만, 결국 이러한 시험 방식이나 입시전형의 변화만으로는 평가의 공정성 시비를 벗어나기도 어렵고 입시 경쟁 자체를 완화하여 중등교육을 정상화할 수도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왜냐하면 입시 경쟁의 근본 원인이 대학 서열 체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더 근본적으로는 사회의 소득 분배 체계가 좀 더 공정하고 평등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대학에서의 경쟁이 의미 있고 또 공정한 능력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대학 서열 체계를 크게 완화하여 대학에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중고등학교에서의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근본적 방안임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프랑스의 대학 제도에서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 그러므로 대학 서열 체계의 완화는 입시 경쟁을 크게 완화하여 민주시민교육의 개선은 물론이고 초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이루는 방안이 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입시 경쟁, 성적 경쟁이 지배하는 중등교육의 현실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못한다면, 교과서의 개선도 민주시민교육의 심화도 피상적, 형식적 변화에 머물고 말 것이다.

#민주시민교육#교과서#극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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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석 (jeongts) 내방

전북대학교 사범대 일반사회교육과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입니다. 사회학을 전공했으며, 사회이론, 시민사회, 사회운동, 환경사회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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