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화재로 인해 불화수소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민주노총충북본부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이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민주노총충북지역본부 제공
지난달 31일과 1일 이틀 동안 대전과 청주시, 보은군에서 폭발사고와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가운데 유독 청주시만 재난문자를 보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물질 위기 관심경보'가 발령됐고, 작업중이던 노동자 3600여명에게 신속하게 사고 소식이 전파돼 긴급대피한 반면 인근 주민들에겐 사고 소식조차 전달되지 않았다. 반면 지난달 31일 티이엠씨(주) 보은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보은군은 사고 발생 직후부터 여섯 차례 재난 문자를 발송해 대비를 보였다.
지난 1일 SK하이닉스 청주4공장에서 화재와 더불어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유독물질인 불화수소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청주서부소방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청주공장 화재사고가 접수된 시각은 오전 10시 32분경.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해 측정한 결과 특정 실내 공간에서 불화수소가 5ppm이 검출됐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불화수소 시간가중평균(TWA) 기준 0.1ppm의 50배가 넘는 수치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화수소는 건물 내부 뿐만 아니라 대기중으로도 누출됐다. 다만 대기중으로 누출된 불화수소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수가 없다고 말했다. 불화수소가 외부로 누출되면서 화학물질안전원은 오전 10시 51분 '화학물질 위기 관심경보'를 발령했다.
SK하이닉스청주공장의 화재사고와 불산누출 소식은 청주시에도 전파됐다. 청주시 재난대응 부서 관계자는 오전 10시 36분에 화재 발생 소식은, 10시 51분에 '화학물질 위기 관심경보' 발령 소식이 전파됐다.
불화수소 누출사고가 발생하자 SK하이닉스는 작업중이던 노동자 3600여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청주서부소방서에 따르면 노동자 총 11명이 피해를 입었고 불화수소에 노출돼 '눈 따가움'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
노동자들이 긴급대피하고 누출사고로 피해가 발생했지만, 청주시는 인근 주민들에게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주시 사회재난팀 담당자는 "10시 51분 화학물질안전원에서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으나, 소방에서 측정한 결과 위험 수치가 아니라고 판단돼 재난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선제적으로 주민들에게 재난 문자를 발송할 경우 주민들에게 혼돈을 줄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 '입꾹닫' 할 때 보은군은 TEMC 사고 6번 재난문자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보은군의 경우 청주시 대응과 달랐다. 지난 5월 31일 오후 6시 54분경 보은군 삼승면의 반도체 가스 제조 공장인 티이엠씨(주)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보은군청은 사고 발생 36분 만인 오후 7시 30분 1차 재난문자를 시작으로 오후 9시 22분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실시간 상황을 주민들에게 전파했다.
보은군은 가스 누출 여부 및 유해성 여부가 최종 확인되기 전이었지만 "창문을 닫고 300m 이상 대피하라", "송죽초등학교로 대피하라"며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지난 1일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 사고 당시에도 대전 유성구청과 대덕구청은 사고 직후 재난문자를 전파하며 주민들의 현장 접근을 통제했다.
화학물질 누출사고, 선제적 재난 대처 필요해
현행 화학물질 사고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재난 문자는 유독가스가 공장 담장을 넘어 인근 주민 거주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거나 피해가 예상되는 순간(위기경보 '주의' 이상 등급)에 즉각 발송하도록 돼있다. 이것은 '관심' 단계에서 재난 문자를 보내지 말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박종순 사무처장은 "화학물질 누출사고는 대량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선제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유독물질이 공장 담벼락을 넘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며 "담벼락을 넘기 전에 주민들에게 알려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고 규모나 확산 가능성이 불확실한 초기 단계일수록 주민의 알 권리와 선제적 안전 확보를 위해 최소한 '상황 인지 및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 문자를 보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가스가 담장을 넘은 뒤에 보내는 문자는 늦다"며 "주민 안전을 위해서는 선제적 전파 체계로의 법적·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