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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이 가득 자란 샨티학교 운동장. 학생들이 많을 땐 뛰는 것만으로도 풀이 자라지 않았다고 한다.
풀이 가득 자란 샨티학교 운동장. 학생들이 많을 땐 뛰는 것만으로도 풀이 자라지 않았다고 한다. ⓒ 김대홍

전교생 1명, 교사 1명. 지난 5월 이 학교가 문을 닫았다. 2011년 개교한 뒤 지난해까지 졸업생이 72명인 초미니 대안학교다. 이름은 샨티학교. 2010년 '여행을 통해 배운다'를 모토로 학생을 모아 2011년 3월에 문을 연 중고등 통합학교다.

2016년 전국에 있는 대안학교는 460여 개였다. 인가가 71개, 비인가가 390여 개였다. 2022년 대안교육기관 등록법이 만들어지면서 비인가 대안학교는 '대안교육기관'으로 법적 지위가 바뀌었다. 이 학교는 그 때도 법적 지위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샨티학교처럼 법의 테두리 밖에서 자율성을 지키는 곳을 포함해, 현재 전국의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 수는 대략 3만여 명이다.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 수 510만여 명에 비하면 참 미미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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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생태계 속에도 인기 학교와 비인기학교가 존재한다. 인기 대안학교는 학생 수가 300-400명에 이른다. 샨티학교는 대안학교 중에서도 가장 작은 학교에 속한다. 최근 입학생 수는 계속 한 자릿수였다.

이 작은 학교가 세상에 태어났고, 이제 생을 마감하려는 이 때, 기억할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이 학교의 마지막 교사인 채수영(57)씨는 올 한 해를 담담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5월 31일 마지막 학생을 내보내고 교사 신분을 벗었다.

퇴임 전날인 5월 30일 풀이 가득 자란 운동장을 지나 학교 한 귀퉁이에 전국에서 차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모인 사람은 모두 14명. 전·현직 교사 6명, 졸업생 8명이었다. 그들은 왜 모였을까.

월급 110만 원이 많다는 사람들

 지난 5월 31일 샨티학교가 문을 닫았다. 마지막 학생과 마지막 교사가 학교를 떠났다. 그 떠남을 기억하기 위해 전 샨티학교 교사와 졸업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저 멀리 가운데 있는 이가 채수영씨).
지난 5월 31일 샨티학교가 문을 닫았다. 마지막 학생과 마지막 교사가 학교를 떠났다. 그 떠남을 기억하기 위해 전 샨티학교 교사와 졸업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저 멀리 가운데 있는 이가 채수영씨). ⓒ 김대홍

"53년밖에 안 살았는데 난 샨티 있을 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 집사람이 '맞아, 당신 그렇게 (학생들에게) 뛰쳐나갈 때 엄청 표정 밝았다'면서."(아내도 당시 같은 학교 교사였다, 이창환, 53, 전 샨티학교 교사)

"샨티를 만나고 10년 동안은 인생이 이렇게 알록달록해질 수도 있구나, 라는 걸 경험했어요. 지금 저를 살게 하는 것은 그 알록달록하게 해주었던 지난 10년이었던 것 같고, 꿈 같아요."(최문희, 41, 전 샨티학교 교사, 현직 교사)

"샨티에서 지낸 시절이 제일 행복했어요. 그 때는 이렇게 좋았는지 몰랐어요. 소중했는지 몰랐고. 지금은 그 기억들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루카스, 35, 전 샨티학교 교사)

모인 사람들은 다들 '행복'을 말했다. 떠난 지 몇 년 된 사람들, 10년 가까이 된 사람들이다. 떠난 지 꽤 됐는데도 이들에게 '샨티 시절'은 화양연화(花樣年華)처럼 보였다.

대안학교, 그 중에서도 비인가 대안학교는 재정이 열악하다. 국가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해 대부분 학부모가 내는 분담금과 입학금으로 운영된다. 비인가 대안학교 연봉은 세전 기준 2600-3200만원. 월급으로 하면 210-260만 원 정도다.

이건 평균이니 당연히 평균 이하 학교들이 꽤 많다. 샨티학교 또한 교사 급여가 평균 이하다. 샨티학교는 매달 학회비가 학생 1인당 120만 원이다. 학비 70만 원, 기숙사비 50만 원이 포함된 돈이다. 이 돈으로 학교를 움직이고 교사들 월급을 준다.

학교가 만들어질 당시 초임교사 월급은 110만 원. 최근에 150만 원까지 올랐다. 16년 차 교사로 가장 오래 근무한 채수영씨가 월급 250만 원을 받았다. 채수영씨는 아내와 자식 두 명, 장모까지 다섯 식구다. 이 월급으로 식구가 먹고 살았다.

최문희씨는 2012년 샨티학교 교사가 됐을 때 월급 110만 원을 받았다. 그는 그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꽤 저축을 했단다.

"첫 해 110만 원, 그 다음 해 120만 원, 그 다음 해 130만 원, 1년에 10만 원씩 오르더라고요. 월급을 받으면서 많은 돈을 모았습니다. 학교에서 먹고 자고 할 수 있었구요. 저는 그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월급 110만 원 또는 130만 원이 부족하지 않다고, 오히려 남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요즘 세상에서 찾기가 쉬울까. 이런 기이한(?) 교사들 밑에서 배운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야 교사와 학교가 특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소연(32, 졸업생)씨의 증언이다. 그는 지금 글로벌 아티스트의 팝업 스토어(짧은 기간 특정 장소에 임시로 문을 여는 오프라인 매장)를 운영한다.

"저는 지금 내 몸값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터라, 저렇게 110만 원 받으면서 일 못할 것 같거든요. 뒤돌아 생각해보니 내가 저 사람들(교사들)을 좀 먹으면서 살았구나..."

언제라도 쉬었다 다시 출발하는 사람들

 샨티학교 곳곳에 남은 흔적들. 2011년부터 시작된 16년간의 기록이다.
샨티학교 곳곳에 남은 흔적들. 2011년부터 시작된 16년간의 기록이다. ⓒ 김대홍

이날 자리에 모인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유난히 많이 쓰는 말이 있었다. '쉬는 청년' '쉬었으면 청년' '쉬었던 청년'과 같은 단어들이었다. '지금 뭘 하고 있니?'에 대한 답이었다. 우리는 흔히 '백수' '무직'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다른 단어를 썼다.

"돈 좀 열심히 벌다가 저도 '쉬었으면 청년'으로 살고 있습니다. 집안일 하고 있는데, 요즘 집안일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라구요."(김민석, 25, 졸업생)

"회사 좀 다니다가 저도 이제 쉬었으면 청년, (주변 반발에) 아, 쉬었으면 아저씨. (그 사이에) 결혼하고 7월에는 아이가 (태어나요). 요즘 육아 공부하고, 집안일 하고요."(루카스, 35, 전 샨티학교 교사)

"해외생활 5년 하다가 좀 피곤해서 그냥 다시 돌아왔어요. 너무 막 크게 잘 되려고 고생하는 거에 시간을 쏟은 게 조금 값지긴 했는데, 원래 가까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하고 조금 멀리 있는 게 외로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아예 들어오기로 작정했어요."(강진우, 29, 졸업생)

적어도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에게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는 것, 일하지 않는다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었다. 신호등 색깔이 바뀔 때 잠시 멈추는 정도로 인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주차에 더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나아갔다.

일을 하지 않는 것, 쉬는 것에 대한 불편함,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언제까지 쉬어야 할지 기간도 없었다. 아예 '차키'를 빼고 주차를 한 뒤 일을 보고 있구나, 라고 느껴졌다.

그러나, 여전한 의문. 채수영씨는 이제 며칠 뒤면 수입이 '0'이 된다. 누구나 공포를 느끼는 지점이다. 이런 생각을 할 때, 주변이 떠들썩해진다. 교사와 학생들이 '마지막 교사' 채수영을 위해 마련한 송별식이 시작됐다.

교사들이 만든 감사패와 졸업 앨범 증정식이 열린다. 이어 퇴직금이 전달됐다. 교사와 학생들이 한 푼 두 푼 모아서 만든 퇴직금이다. 봉투를 연 채수영씨가 '아' 하면서 잠시 탄식을 내뱉었다.

"너무 많은데...제가 다음달부터 바로 일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한 달 정도는 쉴 수 있겠네요.(웃음)"

교장을 갈아치운 교사들, 그 무한한 자율성

 샨티학교 건물 내부와 외부 풍경들. 이 학교를 다닌 이들에겐 남다른 장소일 것이다.
샨티학교 건물 내부와 외부 풍경들. 이 학교를 다닌 이들에겐 남다른 장소일 것이다. ⓒ 김대홍

샨티학교는 2022년 대안교육기관 등록법이 시행된 뒤에도 법의 테두리 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채씨는 "우리는 아예 인가를 받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무한한 자율과 자유를 추구하고 싶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과연 '샨티 색깔'이란 게 무엇일까.

"첫 공식 교사회의에서 교장이 잘렸어요. 교장하고 교사들하고 다 모였는데, 나는 약간 중재를 서려고 했거든. 그런데 결국 교사하고 교장하고 싸우다가 교장이 뚝배기를 던지면서 '그래 관둘게' 하더라고. 교사들은 이제 신입이니까 그랬지."(※ '뚝배기를 던졌다'는 '판을 깼다'는 은유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 그릇인 뚝배기를 던졌음.)

서수미씨(56, 전 샨티학교 교사)의 증언이다. 교사가 교장 앞에서 마음껏 말할 수 있는 학교, 교사와 교장이 대등하게 말할 수 있는 학교, 교사들이 교장을 바꿀 수 있는 학교가 샨티의 색깔이었다. 더 파격적인 증언이 흘러나왔다. 학교에서 학생들이 공식 흡연을 했다는 것. 이번엔 이창환씨(53, 전 샨티학교 교사)의 말이다.

"우리 학교에선 (학생들이) 흡연을 했어요. 대신 약속을 하죠. 하루에 몇 개씩 하겠다고요. 그런데 문제는 귀가주였어요.(※샨티학교는 기숙사 학교라 학교에 머무는 주말, 집에 돌아가는 주말이 있었고, 집에 돌아가는 주말을 귀가주라 표현한다.) 그 주에 집에 다녀오면 몇 개씩 숨겨오는 거예요. 그런 걸 잡아내느라 골치 아팠어요."

이씨는 학교 생활하는 동안 학생들 문제로 파출소에 네 번이나 불려갔지만 '그 때가 제일 행복했었다'고 강조했다.

최문희씨는 샨티를 '알록달록', 지금 다니고 있는 공교육 학교를 '무채색'으로 대비했다. 최씨는 지금 사회에서 사람들 만날 때마다 '샨티학교'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때마다 충격받은 사람들 표정을 마주한단다.

정재원(23, 졸업생)씨는 목소리가 작은 사람이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휩쓸려 그의 목소리는 파도처럼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그는 차분하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줬다.

"샨티를 학생으로 3년, 청년반으로 1년 반 다녔는데, 제가 가장 크게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감이에요. 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는 이거 해보라고 해도 안 하고, 저거 해보라고 해도 안 했어요. 축구, 달리기, 운동은 거의 싫어했고요. 샨티 다니면서 자신감을 얻어서 일단 해보자 했어요. 축구도 하고, 밴드도 하고, 드럼이랑 보컬을 했었네요."

공교육과 달리 대안학교를 한 마디로 표현하는 건 어렵다. 불가능에 가깝다. 최문희씨의 말처럼 '알록달록' 다 다르기 때문이다. 2022년 대안교육기관 등록법에 따라 대안학교의 법적 지위가 많이 달라졌지만 현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규모보다 달라진 건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이다. 초창기엔 대안학교에 다니다 공교육에 복귀하는 비율이 많았다. 꽤 많은 학생들이 부적응과 정서적 이유로 대안학교에 잠시 머물렀다 원적 학교나 일반 공교육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대안학교에 다니다 공교육으로 돌아가는 비율이 절반 이상 줄었다. 대신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대안학교 출신들이 대폭 늘었다. 10년 전에 비하면 두 배가량 증가했다.

세상은 '다양성'을 부르짖지만 우리의 교육은 대부분 공교육에 머무른다. 서수미씨는 "공교육이 대안학교 시스템과 내용을 많이 흡수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나가는 말로 "바람직한 일이지, 뭐"라 말하자, 옆에서 "맞아, 맞아"라고 호응했다. 그렇다면 대안학교, 작은 대안학교의 역할은 끝났을까.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도 그렇게 마음을 모은 것처럼 보였다.

"세상에서 다 이해받지 못하는 친구들이 샨티에 많이 와 오래오래 있었으면 좋겠는데...너무너무 아쉽고 슬퍼요."(이창환)

5월 31일 마지막 교사와 학생이 학교를 떠나고 샨티학교의 문은 닫혔지만 그들이 나눈 알록달록한 기억은 남았다. "샨티학교는 아무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우리들의 기억"이라고 한 채수영씨의 말처럼.

 전직 교사와 졸업생들은 마지막 교사인 채수영씨를 위해 단체사진 촬영 장소까지 꾸며놨다. 아래쪽 오른편에서 세 번째가 채수영씨.
전직 교사와 졸업생들은 마지막 교사인 채수영씨를 위해 단체사진 촬영 장소까지 꾸며놨다. 아래쪽 오른편에서 세 번째가 채수영씨. ⓒ 김대홍



※ 참석자들
채수영(57, 교사), 서수미(56, 전 교사), 루카스(35, 전 교사), 배용수(37, 전 교사), 이창환(53, 전 교사), 최문희(41, 전 교사) / 박은찬(28, 졸업생), 김민석(25, 졸업생), 김묘정(27, 졸업생), 정재원(23, 졸업생), 김한결(29, 졸업생), 강진우(29, 졸업생), 공단비(30, 졸업생), 김소연(32, 졸업생)

※ 샨티학교 약력
2010년 7월 학교 설립 준비
2011년 경북 상주 환경농업학교에서 개교
2012년 경북 문경시 농암면 구 청암중고등학교 자리로 이전(-2018년)
2019년 충남 서산시 지곡면 구 산성초등학교 자리로 이전(-2026년)

※ 참고자료
교육부 및 한국교육개발원(KEDI) 발간 '교육통계연보' 참고
교육부 및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통계서비스(KESS) 중 '초·중·고 학업중단 숙려제 및 학업중단 청소년 매년 이동 현황'
교육부 대안교육정책과 보도자료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등록 대안교육기관 실태조사 결과 보고 자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및 시·도 교육청 실태조사 보고서 :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 및 대안교육 기관 등록 현황 자료
종로학원 등 교육기관 분석 자료('고교 자퇴생 급증 및 검정고시 출신 대입 지원자 현황 분석', 2025-2026년 자료)
교육부 산하 대안교육지원센터 실태조사 보고서 참고
국회 교육위원회 정책연구자료('대안교육기관 등록제 시행 이후 현황 분석')
국회 입법조사처 발행 '대안교육기관 등록제 수용 현황과 향후 과제' 분석 자료
한국대안교육기관연합회(KAEA) 실태조사 자료
대안교육연대 발간 '대안학교 교사 노동환경 및 급여 실태조사 보고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실태조사 샘플 데이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NYPI) 발간 '대안교육기관 실태조사 보고서'(2024-2025년 최신판)
대안학교 현장의 진로 추적 자료

#샨티학교#대안학교#청소년#채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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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에 살고 있는 50대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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