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양천에서 가산디지털단지역 방향으로 바라본 지식산업단지(지벨리) ⓒ 여경수
지난 주말 서울대학교에서 한국부동산학회 학술대회를 마치고, 숙소가 있는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로 향했다.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저녁 식사는 광명에 살고 있는 고향 친구와 함께했다. 서울시 금천구 관할인 가산동과 경기도 광명시는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금천구 가산동을 산책했다. 이곳은 예전에 가리봉동에 일부 소속된 곳이었다. 1995년 구로구에서 금천구가 분리되어 신설될 당시, 그 이름을 지명에서 지워나갔다. 가산디지털단지역의 옛 이름도 가리봉역이었다. 1970년대에 섬유 중심의 국가산업단지가 이곳에 만들어지면서,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노동자들의 주거지도 함께 형성되었다.
지금은 섬유공장들이 정보산업단지로 많이 바뀌었다. 숙소 옥상정원에서 가산디지털단지역 방향을 바라보니 고층 빌딩이 즐비했다. 예전의 작은 공장들도 카페로 새롭게 단장된 곳이 많았다. 나름 입소문이 난 동네 카페들이다.
가산디지털단지역을 넘어가니 과거 주거 공간들이 남아 있는 곳이 있었다. 지금은 이곳에 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세를 얻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상점에는 외국인이 선호하는 물품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고, 주택가에서는 간간이 외국어가 들려왔다. 하나의 독채 주택에 도시가스 계량기가 여러 개 설치된 다가구 세대도 눈에 자주 띄었다.
마침 당시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구로공단노동자생활체험관이 있어 들렀다. 이곳에는 1970~80년대 구로공단 여성 노동자들의 삶이 소개되어 있다. 지하에는 쪽방(벌집)들이 재현되어 있었다. 여러 가구가 하나의 화장실을 공용으로 사용하고, 연탄 아궁이에 의지해 작은 방에서 살아갔던 그들의 삶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금천구에 있는 구로공단노동자생활체험관 ⓒ 여경수
그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나의 고향인 구미도 1970년대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비산동과 신평동에 타지의 노동자들이 몰려왔다. 신평동은 국가산업단지로 수용되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을 위한 이주단지였다. 그러한 신평동도 지금은 재건축이 이루어지고 있다. 광명에 사는 친구의 말을 들으니, 광명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가산디지털단지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안양천 너머 광명을 바라보니 신축 아파트를 짓는 광경이 보였다.
과거 구로공단으로 불렸던 이곳이 이제는 지밸리(G-Valley)로 불리고 있다. 지밸리는 구로와 금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새 이름으로,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첨단산업이 모여 있는 공간을 지향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전시관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구인광고 앞에 서 있던 여공들의 모습이었다.
또래 젊은이들이 대학 합격의 기쁨을 누릴 때, 그녀들은 생계 앞에서 꿈을 접어야 했을 것이다. 이제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정보화기술을 바탕으로 이곳으로 모이고 있다. 과거 노동집약적 산업의 중심지였던 구로공단은 정보기술 기업들이 밀집한 첨단산업단지로 탈바꿈하였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정보화산업의 중심지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