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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자회의 여성노동전문상담실인 <평등의전화>는 매년 상담사례를 분석,발간하고 있다. <평등의전화> 상담활동가들은 6월 한 달 동안, 2025년에 접수된 상담 사례를 분석해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이번 연재는 6월 1일부터 30일까지 총 다섯 편에 걸쳐 게재되며, 상담 현장에서 포착한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성차별의 실태를 드러내고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상담실에서 주로 받는 상담은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상담이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사내 고충처리 절차를 우선으로 진행한다. 1999년 직장 내 성희롱 관련법이 법제화되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 지점이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상담활동가의 역량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게 다인가요? 가해자를 처벌할 수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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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사내절차로 해결하는 것은 비사법적 방법으로 피해자의 노동권을 보호하고 안전한 일터에서 피해자가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과정이다. 하지만 요즘 사내절차를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위와 같은 질문을 한다. 회사 내 조사나 처리 과정을 믿을 수 없고, 설령 고충처리절차가 잘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가해자, 즉 행위자가 회사조직 내에서 힘이 있어 형식상 처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자의 억울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그 결과 직장 내 성희롱은 성희롱 피해자가 일터를 떠나거나 오히려 사내에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이다.

권위적이고 성차별적인 조직문화에, '대응하지 않음'이 높아져

2025년도 여성노동자회(전국 11개) 평등의전화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은 총 372건으로 근로조건 관련 상담 다음으로 가장 많은 상담을 차지했다. 행위자의 대다수는 상사였으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은 용기 내서 문제제기를 한 이후에도, 사내 고충 처리 과정에서 고립되거나, 2차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담자들은 성희롱을 명확한 문제로 인식하고 상담실을 찾는다. 사내 고충처리 후 해결내용이 내담자가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내부 신고 시스템과 인사절차의 처리 과정이나 공정성을 신뢰하지 못해, 대응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처럼 내담자들이 사내 해결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직장 내 성희롱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권위적이고 성차별적인 조직문화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담자들은 점점 '조직 내부 해결' 보다 '가해자 처벌'을 요구하게 된다.

말하기 전에 누가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지

상담사례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직장 내에서는 직급에 따른 위계뿐만 아니라 성별 위계 역시 강하게 작동한다. 그 위계 속에서 "사귀자"라는 표현은 권력이 된다. 특히 행위자가 피해자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때 사내 고충처리를 진행해도 되는지 두려워한다. "저녁 먹자고 하면서 집 앞에 와 있다"거나, "만남 거부 후에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사례는 피해자가 성희롱을 '신고해도 되는지, 말해도 안전한지, 누가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지'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미투 운동 이후 우리 사회는 "성희롱이 맞나요?"라는 질문에서 "성희롱인 것 같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화해왔다. 그러나 이제 피해자들은 "성희롱을 말해도 되는지, 믿을 수 있는지" 질문한다. 분명 우리 사회는 뭔가 달라진 것 같지만, 실제 현장은 여전히 너무 어렵다.

성인지감수성 없는 조사 절차

사내 처리 조사과정에서 문제는 반복된다. 직장 내 위계에 대한 고려 없이, 성인지감수성 없이 사건을 바라볼 때 성희롱은 개인 간의 문제로 치부된다. "개인적인 문제로 회사 이미지가 손상된다", "둘이 알아서 하라",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마라", "한번 아니냐"는 발언이 횡행하는 등 2차 피해도 발생한다. 또한 조사 중 비밀유지가 필요한 건 힘 있는 행위자를 방어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조사 중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한 채 조직 내에서 불편한 존재가 된다. 따라서 피해자들은 신고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억울함과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복귀하는 행위자

문제는 징계 이후에도 이어진다. 사내 고충처리 절차대로 처리되었다고 믿었지만 행위자에 대한 징계와 분리조치 후 시간이 지나면 행위자는 돌아온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승진해서 돌아오기도 한다. 이건 피해자에게 나가라는 의미이며 피해자를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회사는 "언제까지 분리조치를 해야하느냐"며 피해자 탓을 한다.

"그만하면 되지 않았냐", "회사에서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계속 문제를 일으킨다"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으로 낙인 찍는다. 그렇게 물을 게 아니라 제대로 처리하고, 지원하고, 조력하며, 이제 괜찮은지 묻고 살폈어야 한다. 또한, 문제제기 하는 사람을 통해 조직문화를 돌아보고 점검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문화가 바뀌고, 피해자가 조직을 신뢰할 수 있을 때 분리조치에 대한 복구를 얘기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신뢰의 문제다.

출근이 두려워

사실 거의 대부분 피해자들은 잘못됨을 알았지만 "대응하는 건 어렵다"거나, "순간 당황했다"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한다. "사과만 받으면 될 줄 알았는데 공포심도 생기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당황스럽고 힘들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전히 행위자는 힘이 있고, 피해자는 자신의 탓을 할 수 밖에 없다. "거부했어야 했는데", "더 강하게 행동했어야 했는데"라며 스스로를 몰아세운다.

이러한 위축은 결국 출근조차 어렵게 만들고, 일상적인 출근마저 큰 용기를 필요로 하게 만든다. 내담자들은 "출근을 못하겠다", "다니고 싶지 않다"고 한다. 내담자들의 이런 표현들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일터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일터가 될 때 '용기'없이도 출근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은폐된 직장 내 성희롱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이후 외부기관을 통한 대응 사례를 살펴보면, '외부기관에 문의'한 경우는 6.2%로 나타났으며, '경찰 신고'는 1.3%, '고용노동부 진정' 및 '형사 고소·고발'은 각각 0.3%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이 외부의 공식적인 법적·행정적 절차로 이어지는 경우가 극히 제한적임을 보여준다.

특히 고용노동부에 대한 진정이 0.3%에 불과하다는 점은 실제 발생한 사건 중 극히 일부만이 공식적인 신고 절차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상당수의 사건이 조직 내부에 머무르거나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채 은폐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상담활동가는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직장 내 성희롱의 경험이 이후 살아가는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그래서 무너진 일상을 회복하고 일터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잘 버틸 수 있도록, 여성노동자의 조력자 역할을 다한다. 상담실의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는 은폐될 수 없는 목소리이다. 내 잘못이 아닌데 수십 번 되새기며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는 여성노동자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여성노동자회 여성노동전문상담실 평등의전화는 1995년 개소된 이래, 여성노동자의 조력자로 있었다. 평등의전화는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에 끝까지 귀 기울이며 함께 해왔다. 성희롱에 대한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고, 다시 싸울 힘이 되어 당당히 전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여성노동자의 곁에서 성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함께할 것이다.

평등의전화: 여성노동전문상담실
여성노동자회는 전국 11개 지역의 평등의전화에서는 근로조건, 직장 내 성차별, 성희롱, 모성권 침해, 직장 내 괴롭힘 등 여성노동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번호를 이용하면 전국 어디서 전화를 해도 가장 가까운 지역 상담실로 연결되어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대표번호) 1670-1611

덧붙이는 글 | 김현주: 글쓴이는 인천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상담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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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상담실 <평등의전화> 상담사례로 살펴본 여성노동자의 현실

김현주 (kwwa)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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