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토가 다르면 농법도 다르다'(농사직설, 1429년). 한국 날씨와 토질에 맞춰 유기농 텃밭 농사법을 안내합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집니다. 여름 농사 시작입니다. ⓒ 조계환
한 해 농사의 분기점은 6월입니다. 봄 농사를 정리하고 여름을 준비합니다. 6월에 심는 콩과 들깨도 기후가 변해서 농사가 쉽지 않습니다. 봄부터 키워온 감자와 당근, 고추, 토마토 관리법과 콩, 들깨 파종 하는 방법 등 '6월 농사법'을 정리합니다.
[감자] 장마 오기 전 수확하세요
감자는 6월 중순부터 수확합니다. 심은 날짜로 계산해서 90일 전후, 잎이 막 쪼글쪼글 마르고 노래지는 시점이 수확 적기입니다. 수확 2주 전까지만 물을 주고 이후에는 물을 끊으면 감자 맛이 좋아집니다. 장마가 오기 전에 꼭 수확해야 합니다. 비를 오래 맞은 후에 수확하면 땅이 젖어서 캐기도 어렵고 저장이 오래 안됩니다.

▲감자는 사진처럼 잎이 쪼글쪼글해지고 노래지기 시작할 때 수확합니다. 장마가 오기 전에 꼭 수확해야 합니다. ⓒ 조계환
호미로 수확하면 감자에 상처가 나기 쉽습니다. 삽이나 삼지창이 낫습니다. 규모가 좀 있다면 관리기나 경운기에 다는 감자 파종기, 쟁기 등으로 수확하면 됩니다. 감자를 수확한 다음 말려야 하는데, 햇볕에 말리면 감자가 초록색으로 변하며 독성이 생깁니다. 물기가 많이 묻지 않았다면 흙만 떼어내고 컨테이너 박스나 종이 박스에 넣어서 통풍이 잘 되는 어두운 곳에 보관하면 자연스럽게 마릅니다.
감자는 저온저장고나 냉장고에서 3~4도 전후로 보관하면 오래 저장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냉장 보관하면 햇감자의 신선한 맛은 사라집니다. 바로 먹을 감자는 어두운 실내에서 8월 중순까지 보관하고, 그 이상 오래 저장할 것은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1년 정도 보관이 가능합니다.

▲당근은 파종일로부터 날짜를 계산한 후 80일에서 100일 사이에 수확합니다. ⓒ 조계환
[당근] 물을 주면 잘 뽑힙니다
당근은 파종 후 80일에서 100일 사이에 수확합니다. 3월 말에 파종했다면 6월 말에 캡니다. 겉잎이 늘어질 때라든지, 살짝 노래질 때 당근을 수확하라는 말도 있는데, 실제 밭에서 보면 잎만 가지고는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날짜로 확인하고 몇 개 뽑아서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제일 확실합니다.
수확이 늦으면 꽃대가 올라와서 당근을 먹지 못하게 됩니다. 80일 정도 되는 시점부터 계속 잘 관찰하다 수확합니다. 당근 역시 수확 직전에 비를 많이 맞으면 속이 썩어버리거나 저장이 오래 안 됩니다. 장마 전에 캡니다.
수확 직전에 가뭄이었다면, 땅이 너무 딱딱해 캐다가 부러뜨리기 쉽습니다. 물을 조금 주고 수확하면 잘 뽑힙니다. 당근은 수확 후에 구멍이 뚫린 비닐에 넣어 저온저장고에 저장하면 서너달 저장할 수 있습니다.

▲토마토는 곁순을 바로바로 제거하고 유박퇴비를 넣어줍니다. ⓒ 조계환
[토마토] 곁순 제거가 핵심
토마토는 곁순이 나오는대로 바로 제거해주어 영양분을 뺏기지 않도록 합니다. 토마토 줄기와 잎이 너무 커진다 싶으면 꽃이 달린 첫번째 화방 밑 잎 두 장만 남기고 아래 잎들은 쳐줍니다. 줄기와 잎이 커지는 영양생장과 토마토를 키우는 생식성장 사이의 균형을 맞춥니다.
물은 토마토가 커지기 전까지는 해 쨍쨍한 날 기준으로 2~3일에 한번씩 주고 토마토가 커지면 맛을 내기 위해 3~4일 간격으로 조절합니다. 1, 2화방 토마토가 크기 시작하고 3화방 꽃몽우리가 시작될 때 뿌리 옆 15cm 떨어진 곳에 유박 퇴비 한 줌씩 넣어주고 흙으로 덮어줍니다. 그 위에 물을 주면 토마토가 클 수 있는 영양분이 제공됩니다.
해충인 나방 유충과 노린재를 막기 위해 BT균이나 고삼 등으로 만든 유기농 살충제를 10일에 한번 정도씩 뿌려줍니다. 방제할 때 난각칼슘(식초에 계란껍질을 용해 시킨 자재)를 200배 정도로 희석해서 같이 뿌려주면 배꼽썩음병이 예방됩니다. 유기농 병충해 방제를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포도 도둑 막으려다 발견한 살균제, 농사에 이렇게 씁니다).

▲고추는 6월 안에 진딧물을 잡아야 커 나가기 시작합니다. ⓒ 조계환
[고추] 진딧물 많을 때 해야 하는 것
고추는 그동안 열심히 유기농 살충제로 방제를 했는데도 진딧물이 안 잡힌다면 배수가 잘 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물이 안 빠지는 땅이면 고추가 강하게 못 자라서 진딧물이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고랑을 더 깊게 파고 물이 잘 빠지도록 조절해줍니다.
고삼, 제충국, 님오일, 데리스 성분으로 만든 유기농 살충제를 두개 정도씩 섞어서 뿌려주면 더 강력해집니다. 6월 안에 진딧물을 못 잡으면 고추가 커나가지 못합니다. 방앗다리(고추 줄기가 Y자로 갈라지는 지점) 아래 곁순은 두 번 정도는 쳐줘야 합니다.
정리하면 또 자랍니다. 고추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뿌리에서 15cm 옆에 구멍을 파고 유박퇴비를 한 줌 넣어줍니다. 물을 너무 많이 줘서 키만 훌쩍 크지 않게 조절하면서도, 비가 안 올 때는 1주일에 한번 정도는 꼭 물을 주는 게 좋습니다.
진딧물을 잡은 후에는 나방유충 방제를 시작합니다. 7월이 되기 전부터 나방이 알을 낳습니다. 역시 BT균으로 방제를 시작합니다.

▲유기농에서는 모종을 직접 키워야 합니다. 오이 모종은 50구 트레이에 유기농 상토를 넣고 파종하면 됩니다. ⓒ 조계환
[오이] 씨앗으로 심어보세요
오이는 8월 중순까지는 계속 밭에 심어도 됩니다. 모종은 구입해서 심지 말고 직접 키우는 것을 추천합니다. 육묘장에서 모종을 키우는 과정에서도 화학농약과 비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기농 인증 농가에서는 모종을 꼭 직접 키워야 합니다. 오이는 유기농 상토와 50구 트레이를 구입해서 그냥 한 구멍에 하나씩 씨를 넣고 물만 잘 주면 됩니다.
여름엔 가시오이를 주로 심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가시 오이 종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크기가 크게 자라는 전형적인 가시오이부터 작지만 주렁주렁 달리는 것까지 종자상에 가서 잘 살펴보고 씨앗을 구입해 심어보세요.

▲콩은 한국이 원산지입니다. 유기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입니다. ⓒ 조계환
[콩(백태)] 땅심을 좋게 하는 6월 농사의 주요 작물
콩은 6월 농사에서 제일 중요한 작물입니다. 콩은 황무지에서도 잘 자라고 공기 중에 떠다니는 질소를 땅 속에 고정시키는 특별한 일을 합니다. 뿌리혹박테리아가 땅심을 좋게 만듭니다. 돌려짓기 할 때 콩을 먼저 심고 시작하면 좋습니다.
콩의 원산지는 널리 알려진 것처럼 한반도와 만주입니다. 중국의 고서인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한반도에서 콩이 중국으로 전파된 사실이 기록되어 있고, 청동기 시대의 탄화 콩 유적이 충북 옥천 등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두만강이라는 이름도 콩을 가득 싣고 가는 강이라는 뜻입니다. 두만강을 통해 중국으로, 세계로 콩이 퍼져나갔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콩 재배를 시작하고 된장, 간장 등 발효 식품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일본의 된장 '미소'라는 이름도 고구려의 방언이라고 합니다. 18세기 일본 학자 아라이 하쿠세키의 책 '동아(東雅)'에 고구려에서 일본으로 된장이 전파된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콩 농사! 원래는 한국 어디에서든 심기만 하면 잘 자랐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이제 콩 농사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유기농으로 키우기는 조금 더 어렵고요.
밭 준비할 때 완전히 생 땅이 아니라 농사를 짓던 땅이라면 퇴비를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단 산성화된 땅은 안 좋으므로 패화석(굴껍질)을 넣고 두둑을 만들면 좋습니다. 땅 속에서 나방 애벌레 등이 올라와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유기농 토양 살충제도 뿌려주면 좋습니다.
콩은 생육기에 물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비닐 멀칭을 하거나 볏짚, 나뭇잎 등으로 두둑을 덮어서 습도를 유지해주어야 합니다. 60cm 정도의 두둑으로 두줄 재배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콩 심는 간격은 30cm입니다.
파종은 6월 초중순에 합니다. 콩을 불려 심으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물에 불렸다가 심을 경우 땅 속에서 수분 함량을 계속 맞춰주기가 어려워서 다 썩히거나 죽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콩은 대체로 발아율이 좋은 편이므로 밭에 바로 심는 것이 좋고, 새나 두더지 피해가 심한 곳은 아예 모종을 키워서 심는 것이 좋습니다.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심습니다.

▲콩을 파종한 후 한랭사로 덮어 놓으면 새가 먹지 못합니다. ⓒ 조계환
콩은 싹이 막 나오기 시작할 때 새가 와서 쪼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초액처럼 냄새나는 무언가를 뿌리라는 정보가 많은데 요즘 새는 냄새 따위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파종 후 위 사진처럼 한랭사로 두둑을 느슨하게 덮어 놓는 방식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새가 한랭사 때문에 콩싹을 못 먹습니다. 보통 두세 알을 파종합니다. 파종 후 비가 안 오면 물을 뿌려줍니다. 떡잎이 나오고 본 잎이 나오기 시작하면 한랭사를 벗깁니다. 콩이 좀 크면 새가 안 먹습니다. 파종 후 며칠 뒤에 50구 포트 트레이에 '땜빵용' 모종을 키워서 싹이 잘 안 나거나 두더지가 먹은 자리에 심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해충은 노린재입니다. 꽃피기 전부터 노린재 방제를 해야 합니다. 고삼 성분의 유기농 살충제가 잘 듣는데, 노린재를 직접 맞혀야 됩니다. 노린재를 잡지 못하면 콩을 하나도 수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라니도 큰 피해를 주는 동물입니다. 콩 새순을 너무 좋아해서 밭에 울타리를 잘 쳐 놓지 않으면 고라니가 콩 새순을 다 먹어버립니다. 콩을 심기 전에 울타리를 완벽하게 손 봐 놓아야 합니다.

▲들깨는 심고 물을 많이 주어야 뿌리를 내립니다. ⓒ 조계환
[들깨] 발아를 위해 확인해야 할 것
들깨는 콩처럼 지역별로 종자에 민감하지 않으므로 가급적 직접 농사지은 유기농 종자를 받아서 사용하거나 재래시장 같은 곳에서 구입해 사용합니다. 가장 일반적이고 평범한 들깨면 됩니다. 종자를 받아서 사용할 때는 반드시 바로 전 해에 수확한 것을 심어야 합니다. 묵은 들깨는 아예 발아가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들깨도 완전 생 땅만 아니라면 퇴비를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패화석 정도만 넣고 두둑을 만듭니다. 밭 주변에 가로등이 밤새도록 켜져 있는 곳이라면 들깨 재배를 피해야 합니다. 들깨는 밤에 잠을 자지 못하면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그래서 잎들깨를 수확하는 비닐하우스에서는 밤새도록 형광등을 켜서 들깨가 맺히지 못하게 합니다.
밭에 직파하거나 모종으로 옮겨심거나 다 가능합니다. 모종으로 아주심기 한 이후에는 물을 많이 줘야 해서 직파가 편하긴 하지만, 한번 옮겨 심은 들깨가 더 강하게 자랍니다.
6월 중순부터 심습니다. 간격은 40cm입니다. 직파할 때는 4~5개씩 씨앗을 넣고 좀 자라면 2개만 남기고 솎아줍니다. 모종으로 심을 경우에는 5월 말에서 6월 초에 땅에 씨를 흩뿌려서 키운 뒤, 6월 중순에 본밭에 옮겨 심습니다. 128구 트레이에 상토를 채워서 한 구멍에 2주씩 키워 옮겨 심는 방법도 있습니다.
직파할 때는 씨가 작으므로 너무 깊이 심지 않습니다. 심고 나서 물이 많이 필요합니다. 비 오기 직전에 심거나 뿌리 내릴 때까지 물을 많이 줍니다.
감자와 당근을 캐고 콩, 들깨를 심은 이후에는 바로 가을 농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장마가 오기 전에 퇴비 넣어 두둑 만들고 비닐 멀칭이나 유기물 멀칭까지 끝내 놓아야 좋습니다. 6월 안에 풀도 잡아야 합니다. 며칠만 놓쳐도 온통 풀밭이 되기 쉽습니다. 극한 더위가 오기 전에 열심히 대비해야 편안하게 여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