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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은 한의원, 2층은 미용실이 자리한 경북 영주의 한 건물. 지극히 평범한 건물이다.
1층은 한의원, 2층은 미용실이 자리한 경북 영주의 한 건물. 지극히 평범한 건물이다. ⓒ 배은설

1층은 한의원, 2층은 미용실입니다. 별다른 특이점은 없어요. 이 건물이 있는 경북 영주에서든 다른 지역에서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건물입니다.

알기 전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곳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이곳의 터가 말이죠. 제가 무슨 풍수지리라도 알아서 그런 건 아니고, 앞서 경북 영주 대한광복단 기념관에 다녀온 뒤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 그래서 기념관 관람을 마친 뒤 차를 타고 일부러 이 건물 앞까지 온 참입니다.

국내 최초의 무장 항일 독립운동 단체, 대한광복단

 대한광복단 기념관 내부 전시물 중 하나인 대동상점 옛 터 사진. 이 작은 사진에 이끌려 기념관 관람을 마친 뒤 대동상점의 옛 터로 직접 향했다. 동림동한의원 대신 현재는 자연한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대한광복단 기념관 내부 전시물 중 하나인 대동상점 옛 터 사진. 이 작은 사진에 이끌려 기념관 관람을 마친 뒤 대동상점의 옛 터로 직접 향했다. 동림동한의원 대신 현재는 자연한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 배은설

지난 23일입니다. 영주에서도 순흥, 풍기 등이 위치한 영주 북부 지역은 소백산 자락이 이어져 자연 경관이 수려합니다. 도심과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여유롭고 한적하기도 하죠. 이곳을 여행하던 중이었는데, 차를 타고 달리다 우연히 대한광복단 기념관이라는 푯말을 발견했습니다. 잠시 들렀다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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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 1전시관으로 들어서자마자 시선이 저절로 바닥으로 향합니다. 초입에서부터 낯익은 듯 아닌 듯한 인물 사진들이 보입니다. 이토 히로부미, 미나미지로, 이완용, 이근택 등등. 사진의 위치는 바닥입니다. 전시 관람을 하기 위해서는 지나가야 합니다. 할 건 해야죠.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이날따라 내딛는 발걸음에 힘이 들어갑니다. 김소월 시인의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의 애잔함 묻어나는 밟기가 아니죠. 말 그대로 직관적인 밟기입니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 1913년 경북 영주시 풍기읍에서는 대한광복단이 결성됩니다. 국권 상실 후 국내에서 결성된 최초의 무장항일독립운동단체입니다. 이 대한광복단을 기리기 위해 영주 풍기에 세워진 곳이 대한광복단 기념관입니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들어서자마자 무척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곳이에요.

위장 연락 거점이었던 대동상점

 대한광복단 기념관 제 1전시관 초입. 이토히로부미 등의 사진이 바닥에 위치해 있다.
대한광복단 기념관 제 1전시관 초입. 이토히로부미 등의 사진이 바닥에 위치해 있다. ⓒ 배은설

대한광복단은 군자금을 모으고 친일파를 처단하는 등 독립 투쟁을 펼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표면적으로는 곡물상이지만 무기 구입 등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위장 연락 거점인 대동상점을 세우게 됩니다. 그러니까 1층은 한의원, 2층은 미용실이 있는 이곳이 바로 대동상점의 옛 터가 있던 자리입니다. 외관만으로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건물을 찾게 된 연유가 길었습니다.

몰랐다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알고 보니 사뭇 특별합니다. 외부로 발각되면 안 되는 비밀결사대였던 만큼 대한광복단 결성을 주도한 채기중 선생을 비롯한 몇몇의 독립운동가 외엔 실명도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대의를 위해 자신의 이름마저 지워버리는 삶이란 과연 어떤 삶일까요.

대동상점 옛 터 앞에 잠시 서 있자니, 머릿속으로 독립영화 한 편이 스르륵 지나치는 듯합니다. 주변에서는 차 지나가는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 등 일상의 소리들이 들려옵니다. 과거를 잠시 떠올리다 금세 현재의 시간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주 까맣게 잊고 맙니다. 평온하게 흐르는 현재의 시간들은 과거의 치열했던 시간들이 켜켜이 쌓인 덕분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과거의 흔적이 곳곳에... 영주 근대역사 문화거리

 근대역사문화거리에 자리한 제일교회. 고딕양식건축물로 이색적인 외관이 눈길을 끈다.
근대역사문화거리에 자리한 제일교회. 고딕양식건축물로 이색적인 외관이 눈길을 끈다. ⓒ 배은설

현재로 돌아왔으나, 대동상점의 옛 터만 확인하고 가기엔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영주에서의 또 다른 시간 여행을 조금 더 이어가 볼까요.

대동상점의 옛 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고풍스러우면서도 이색적인 건물 하나가 눈에 띕니다. 제일교회인데요, 1909년에 설립된 영주교회가 시초입니다. 일제강점기 때 신사참배 반대운동이 벌어지기도 한 곳으로, 한국전쟁 중 소실되었다가 1958년에 현재의 모습으로 준공되었습니다. 영주 지역에서는 유일한 서양의 고딕 양식 건축물인 덕분에 멀리서도 눈길을 끕니다.

걷다 보면 제일교회에 이어 풍국정미소, 영광이발관, 영주동근대한옥, 구 영주역 7호관사와 5호관사가 이어집니다. 이 건물들은 모두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들로 영주 근대역사 문화거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1940년대 활발한 도정작업을 펼쳤던 풍국정미소,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1940년대 활발한 도정작업을 펼쳤던 풍국정미소,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 배은설

영광이발관은 1930년대 국제이발관으로 시작해 현재까지도 영업을 이어오고 있어요. 내부에는 손때 묻은 이발 의자나 이발 기구들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마치 시대극 속 세트장을 보는 듯합니다. 1940년에 설립된 이후 정부미 도정 공장의 역할을 할 만큼 규모가 큰 정미소였던 풍국정미소는 빛바랜 간판부터 오랜 세월이 가득 묻어 납니다.

근대역사 문화거리를 걷다 보면 기분이 묘합니다. 현재의 시간이 흐르는 사이사이에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더 특별한 도보 여행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2026년이고 5월입니다. 곧 6월이 되겠네요. 미래로 향하고 있지만, 가끔은 또 과거로 향합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의 시간이 있기까지 쌓이고 쌓인 아득히 많은 시간들을 떠올려봅니다. 그 시간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을 땐, 걸어서 시간 여행을 좀 떠나봐야겠습니다. 아무래도 편안한 운동화가 좋겠죠? 신발 끈부터 꽉 조여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그래서, 여행' (https://blog.naver.com/tick11)에도 실립니다.


#대한광복단기념관#대동상점#영주근대역사문화거리#영주시간여행#국내최초무장항일독립운동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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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설 (tick11) 내방

자주 여행하며 자주 글자를 적습니다. <그때, 거기, 당신>, <어쩜, 너야말로 꽃 같다> 란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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